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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우투證 황성호 사장 '금융산업의 비전'을 꿈꾸다

"개인금융자산 연 4500조 육박할 것, 투자도 먹거리 산업"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6.07 08: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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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투자증권(005940)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황성호 사장의 연임을 확정했다. 황 사장은 오는 2015년까지 우리투자증권 사령탑으로서 업계 1위를 넘어 글로벌IB(투자은행)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각오다.

이날 주주총회 직후 출입기자들과 만난 황 사장은 ‘황성호 2기’ 체제에 돌입한 회사 경영전략과 앞으로의 발전 계획을 전했다. 또 우리금융지주 매각과 관련해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경쟁력 있는 곳을 쪼개 팔 생각만 말고 업계 ‘넘버원’으로 키울 수는 없느냐”는 소신도 드러냈다.

특히 그는 임직원 개개인의 ‘꿈’을 1등 증권사가 되기 위한 기본 전제로 제시했다. 임직원 개인마다 품고 있는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다보면 최고 타이틀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는 얘기다.

◆‘1등 사무국’ 매주 업계 순위 및 전략 보고

연임을 확정지은 소감에 대해 황 사장은 “3년 전 처음 우리투자증권에 부임했을 때 첫 간담회에서 ‘업계 종합 1등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었다”며 “직원들 스스로 옳은 방향으로 잘 가고 있고 전문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조직문화가 면면에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자체 부서인 ‘1등 사무국’으로부터 50가지 주요 항목별로 업계 순위와 편차, 전략을 정리한 보고를 매주 받고 있다”며 “총 50개 부문에서 우리투자증권이 1위를 차지하는 부문은 22개, 16개 부문은 2위에 올랐을 정도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투자업계 ‘좌장’으로 꼽히는 황 사장은 취임 이후 3000억원 이상의 부실 자산을 처리하고 각 사업부문을 세분화하는 등 대표적인 관리형 CEO로 꼽힌다. 동시에 본인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꾸준한 변화와 스스로의 동기부여를 강조하는 경영 스타일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앞으로 ‘황성호 2기’ 체제에서 어떤 변화를 시도할 것이냐는 질문에 “기존 ‘롱온리(long only·매수편향)’ 전략에서 벗어나 미래형 사업모델의 구축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답했다.

황 사장은 “우리나라 증권업 모델은 롱온리 위주기 때문에 주식이나 펀드, 랩어카운트 등 뭘 해도 주가가 올라야 돈을 버는 구조”라며 “이것은 사업모델로서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매수 일변도 전략을 벗어나 통화, 크레디트(CDS) 등 다양한 사업모델을 시도할 수 있는 만큼 우리투자증권이 선도적으로 이를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새로운 상품 개발 능력과 더불어 이를 판매하는 영업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높이는 것도 그의 선도 전략이다.

그는 “좋은 투자 상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판매자의 능력도 획기적으로 개선돼야한다”며 “기존 판매 스타일에서 벗어나 직원들이 다양한 상품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완판 능력을 키우고자 한다”고 역설했다.

◆“업계가 탐내는, 금융시장의 ‘삼성전자’ 목표”

금융투자사 최고경영자다운 책임론도 상당수 기자들의 공감을 샀다. 황 사장은 “현재 국내 개인 금융자산 규모가 2300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약 8년 후에는 4500조원으로 급증할 것”이라며 “재산 증식보다 노후대책을 목적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높은 만큼 이를 제대로 운용하고 관리하는 게 금융투자회사의 소임이자 직무”라고 힘줘 말했다.

여기에 업계 선두 기업을 넘어 금융권 인재들에게 ‘꼭 일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겠다는 각오는 이어진 황 사장의 목표에서 확실히 굳어졌다.

“모든 부문에서 1등을 유지하는 것은 힘들지만 좋은 인재들이 모일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게 나의 꿈이다. 우리투자증권에 들어와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과 청춘을 바칠 용기가 있는 인재를 모을 수 있다면 업계 최고는 따라오는 것이다.”
 
   
연임을 확정지은 우리투자증권 황성호 사장이 '1등 증권사' 도약의 비전을 강조하며 지점 방문 사례를 들려주고 있다.
황 사장이 이날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가장 많이 쓴 단어는 단연 ‘선도’다. 우리투자증권은 글로벌IB를 목표로 지난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한 바 있다. 유증으로 쌓인 자금은 고스란히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최근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평가에서 고객평가 1위, 전문가 평가 2위로 대상을 수상했다”며 “상품 개발과 인재 육성뿐 아니라 기술투자부문에서도 앞서가겠다”고 말했다. 앞장서 달리다가 넘어지는 한이 있어도 뒤따라가지는 않겠다는 게 ‘황성호식(式) 선도’인 셈이다.

‘1등이 많은 증권사’라는 수식어를 얻기 위해 황 사장이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것은 단 하나다. ‘당신 꿈을 이뤄라’가 그것이다. 꿈이 있고 비전이 있는 사람은 행동부터 다르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지난 3년간 지점방문을 많이 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창구 여직원들이 먼저 다가와 ‘사장님이 꿈 얘기하셔서 꿈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다’고 구체적으로 말할 때”라며 “지점에서 영업 잘하기로 소문난 직원들 중 유독 40대 여성이 많은데 그들처럼 성공하고 싶다는 얘기에 감동받았다”고 털어놨다.

또 “물론 꿈이 없어도 되고 1등이 아니어도 된다. 다만 하루를 역동적으로 살고, 힘 있게 발걸음을 딛고 싶다면 꿈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꿈을 가진 자가 진정한 땀을 흘릴 수 있고, 인생의 의미도 깨달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민영화, 시장규제 대해 ‘소신발언’

이날 황 사장은 자신의 연임 확정에 만족하는 발언을 하기보다는 이전과 비교해 더 나은 비전을 제시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와 자본시장 규제 기조에 대해서는 상당한 소신을 드러냈다.

황 사장은 “민영화와 관련해 이렇다 할 입장을 밝힐 위치는 아니다”면서도 “한 가지 희망사항은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우리금융의 포트폴리오를 아주 높게 평가하는데 은행과 기업금융 부문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췄다”며 “하지만 불행히도 민영화와 관련한 이슈에서 늘 회사를 흩어서 팔 생각만 드러나는 것 같다”고 금융당국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토로했다.

특히 “언론 관계자들도 직접 우리금융의 포트폴리오를 분석해보길 바란다. 다른 금융지주와 장단점을 비교하면 매각하는 것만이 최선은 아니라는 데 동의할 것”이라며 “회사 자체를 넘버원으로 키울 수 없을까라는 질문을 반대로 하고 싶다”고 되묻기도 했다.

덧붙여 지난해 ELW 특혜 사건으로 불거진 자본시장에 대한 당국의 규제 강화에 대해서도 섭섭함을 드러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글로벌 선도 기업을 키웠듯 금융투자회사도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이 필요하다는 것.

황 사장은 “시장은 상대적인 것으로 파생시장이 죽으면 현물도 죽을 수밖에 없다”며 “기존 사업모델이었던 매수 일변도 전략에서는 ‘파생상품’이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4500조원까지 불어날 금융자산을 운용하는 것 자체가 하나의 먹을거리”라며 “단순한 예로 현대차가 1년에 버는 돈이 2조원 정도인데 4500조원에 1% 초과수익만 내도 45조에 달한다. 현대차 같은 기업 20개와 맞먹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드러난 황성호식 경영전략의 핵심은 바로 ‘선도’와 ‘책임의식’으로 요약된다. 앞으로 3년 간 ‘1등이 많은 증권사’에서 ‘모두가 탐내는 글로벌IB’로의 변신 여부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