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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금융 피해소송 지원, 국가 일괄 시행보다는…

단순사안엔 일본 지자체 소비자소송지원 벤치마킹 필요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6.06 17: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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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불법 사금융으로 피해를 입는 금융 소비자들에 대한 구제 대책이 추진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불법 사금융 피해자의 소송을 국가가 일괄해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종합대책을 지시한 데 따른 대응 결과물이다.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은 5월31일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법무부·금융위원회·국세청·경찰청 등이 참여한 관계 부처 합동 대책을 발표했다.

불법 사금융 피해는 개인적으로 구제가 어려운 만큼, 정부의 소송 시행 도움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법률구조공단 법률지원팀을 통해 소송의 마무리까지 책임지고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제도를 운용할 계획이다.

법률구조공단 인원 중 상당수 빠져 여타 업무 차질 가능성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황선태 이사장이 언론에 기고한 바에 따르면, 불법 사금융 피해자 법률 지원 전담팀이 구성됐다. 이 팀에는 변호사와 공익법무관 86명, 전문 상담인력 95명 등 모두 181명의 전문 인력으로 이뤄진다. 황 이사장에 따르면, 이미 관련 기관에서 전달한 680여건의 상담과 소송 지원을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진행했으며, 검경이 수사 중인 사건까지 포함해 앞으로 2000건 이상의 소송 지원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체적인 피해 규모에 비하면, 공단을 주력으로 하는 일괄 시행 시스템으로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4월18일부터 5월30일까지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를 접수받은 결과, 불과 45일 만에 3만건에 가까운 신고가 들어온 상황이다. 45일 동안 접수된 상담 신고와 피해 신고는 모두 2만9383여건이었다. 기관별로는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피해 신고가 2만4315건(82.8%)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경찰청 4853건(16.5%), 지방자치단체 215건(0.7%)순이었다.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저런 피해의 전체 접수 규모가 모두 소송 가능성이나 필요성으로 연결되겠느냐는 것이다.

법정금리(대부업체 39퍼센트, 기타 사금융 30퍼센트)를 초과한 이자를 받는(약정하는) 것은 무효다. 그 자체로 소송으로 확인 판결을 받을 필요조차 없이 무효라는 것이 금감원의 설명이다.

이자 등을 이미 지급하지 않은 사례에서는 굳이 소송 제기의 필요성에 의문이 있을 수 있고, 굳이 표현한다면 채무 부존재 확인의 소 정도가 될 것이다. 다만, 이미 낸 이자 등을 돌려받는 소송의 진행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또 기존재하는 계약을 무효라고 해석한다고 하더라도, 사실적으로 압박을 느끼는 채무자로서는 공공적 확인(판결 등)이 필요할 수 있다.

또 접수 규모 중 경찰청으로 접수된 건이나, 검찰에서 직접 인지, 수사에 들어간 경우도 있는데 이런 사례들은 채무자에 대한 폭행 등 강력 사건으로 연결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경우다. 일차적으로 이런 사안들만 해도, 현재 처리 능력에 과부하가 일어나지 않을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의 직원 총원은 792명(2012년 3월2일 현재). 이중에 변호사 정원은 2009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75명이며 공익법무관 숫자도 2009년 8월말을 기준으로 131명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와 공익법무관 등 86명을 포함한 181명을 차출하면, 다른 업무에 연쇄적으로 파급 효과가 없을 수 없다는 점도 우려 대상이다.

초과이익 국가 환수 추진+소송에 공단 동원 모양새 좋지 않아

문제는 또 있다. 앞서 언급된, 5월31일 정부 당국의 발표에서 법정 최고금리를 위반한 대부업자의 수익을 초과분만큼 국가가 환수하고, 검찰 구형과 법원 형량도 강화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국가가 이익을 보는 상황에서, 정부투자기관이나 다름없는 공단을 동원, 소송 업무를 보게 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는 문제도 필요한 것으로 볼 수 있고(실제로 법무부에서 이런 검토를 하는 것으로 알려짐), 구로농지 사건까지는 아니더라도, 본질은 채무자를 괴롭히는 과도한 이자 폭탄 등을 다루는 민사소송에 공권력이 간접적으로 개입, 압박을 하는 사례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구로농지 사건은 구로공단 조성에 필요해진 땅을 둘러싼 문제다. 이 곳 거주민들은 1950년 국가로부터 농지분배를 통해 받은 땅이라며 법원에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소송을 냈고 1968년 3월 대법원에서 승소 판결이 난 바 있었다. 하지만 공단 조성에 이 지역 토지가 필요했던 당국에서는 토지의 명의 이전을 하기 어려웠고, 검찰이 민사소송을 제기한 주민들을 소송사기 등으로 수사, 압박을 가했다. 

초과이익 환수 자금으로 민간 변호사 활용하면?

민사적으로 소송 압박을 펴고 필요한 사건에는 형사적 처벌을 병행하는 구조를 통해 불법 사금융을 척결하고, 조직 폭력 등 다른 범죄의 자금줄이 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일은  필요하다.

하지만 이상과 같은 논란이 없지 않기 때문에 현재 구조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 또한 있다.

이는 다소 다른 영역이지만, 일본이 소비자 보호 관련 소송 지원에 국가나 지자체, 산하 기관에서 직접 나서기 보다는 소송지원제도를 운영, 주선하는 식으로 처리하는 틀로 접급하는 예를 살필 필요가 있다.

소비자와 기업간 분쟁이 있는 경우 행정기관에서 조정 등을 제공하되, 여기서 다툼이 종료되지 않으면 소송이 필요한데, 법원에 납부할 비용이나 변호사 비용(선임에 드는 비용)을 대출로 처리해 주는 것이다. 오사카시, 고베시 등에서 각각 특색을 갖고 제도를 마련하고 있으나 많은 지자체에서는 패소시나 소송 결과 확정된 금액(의 이익)이 지원으로 얻은 대출 금액을 밑도는 경우에는 반환을 면제해 준다.

다만 이 제도는 틀은 짜여 있으나 일본 내에서도 활용도가 높지 않아(백병성, '소비자소송지원제도에 관한 연구', 2003년) 적극적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변호사법은 연간 일정한 시간을 공익활동에 종사하게 규정하고 있으며(변호사법 제 27조) 미국의 경우 예를 들어 유타주의 경우 매년 36시간 공익활동을 하거나 그 시간에 해당하는 금전을 공익활동기관에 기부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공공적 책무로 인력의 여력이 있기 때문에, 또 국선 변호사 제도에서 보듯 일시적으로 고용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굳이 공단이 나선다는 모양을 취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할 여지도 적다고 보인다.

단순 무효 확인류 사건들 특히 변호사 공익업무 충당에 적절

법정금리(대부업체 39퍼센트, 기타 사금융 30퍼센트)를 초과한 이자를 받는(약정하는) 것은 무효라는 부분은 이미 지적한 바와 같다. 이런 문제에 해당하는 즉 단순 무효 및 그와 연관되는 이자 반환 청구 사례는 비교적 기계적이고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분리해 내 공익활동 변호사 등에게 빠르게 처리를 하도록 요청하고, 확정일자 제도를 일선 지자체에서 하도록 제도를 마련해 등기소의 전세의 등기 없이 전세금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한 것처럼 확인 제도를 만들거나, 이것이 어렵다면 해당 사건들을 빠르게 처리하도록 법원사무의 용통성을 사법부에 구하는 방안도 있을 것이다. 소요 재원은 지자체에서 대출 내지 무상 지원으로 풀 수 있을 것이다. 소송 구조가 간단하기 때문에 이익 환수 역시 빠르게 진행할 수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라 하더라도 평소 대부업체 관리감독의 업무 해태에서 피해가 그간 누적되어 온 감도 있기 때문에 지자체 부담을 물을 여지가 크다.

이와 별개로, 경찰의 신변 보호 등이 필요한 악질적 채무자 압박 사안, 금액이 크거나 사안이 논리적으로 복잡한 경우에 대해서만 국가적인 차원의 소송 지원으로 이원화하는 것이 현재의 일괄적 대한법률구조공단 지원하는 체제보다 효율적 면에서나 논리적 측면에서나 나을 수 있어, 검토 필요성이 있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