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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외국인 조종사 파견 논란, 무엇을 남겼나?

노사 대립각 여전…인력수급, 파견법 따른 안전취약 문제 도마 올라

나원재·김경태 기자 기자  2012.06.05 20: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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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항공사의 외국인 조종사 파견은 불법이 아니라는 검찰의 결정에 희비가 엇갈린 지 한 달여가 지났다. 항공업계 사측은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조종사노조 등은 항고할 뜻을 밝히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인지 상황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해석에 따라 후폭풍을 가늠하기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며 이를 둘러싼 관련 업계의 이목도 지속될 전망이다. 항공업계 노사 간 온도차와 우려되는 부분을 짚어봤다.

지난 4월 서울남부지검이 대한항공 외국인 조종사는 불법 파견 근로자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고, 이들을 간접 고용한 대한항공을 무혐의로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파견법을 상대적으로 근로조건이 열악한 파견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 등을 위한 법안으로, 외국인 조종사는 근로조건이 상대적으로 우수해 국내 파견법을 적용하는 것은 입법 취지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앞서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지난 2010년 말 대한항공을 노동부에 고소·고발했고,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는 이를 불법파견으로 규정, 검찰에 송치한 내용과는 또 다른 해석이라는 점에서 희비가 엇갈린 셈이다.

현재 대한항공 등 항공업계는 외국용역업체와 계약에 따라 외국인 조종사를 채용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대한항공 외국인 조종사 파견근로자 규모가 가장 크다.

◆조종사 인력구조 두고 노사 ‘동상이몽’

검찰의 이번 불기소 처분을 두고 노사 간 입장은 극명히 갈리고 있다. 대한항공 사측 관계자는 “조종사 양성 기관이 별로 없고, 양성 기간도 길어 인력 충당이 쉽지 않으며, 때문에 외국인 조종사 채용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대한항공 사측은 검찰의 이번 결정으로 외국인 조종사 불법파견 논란은 마무리 됐고, 조종사노조를 겨냥해 자신들의 이익에 집착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남부지검이 대한항공 외국인 조종사는 불법 파견 근로자가 아니라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이번 검찰 불기소 처분은 이해하기 힘든 사안으로, 대한항공 등 국내 조종사 인력 구조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등 국내 조종사 양성의 정체와 안전 문제 등 폐단을 우려하고 있다.
항공업계 사측도 검찰의 이번 불기소 처분을 두고 외국인 조종사 없이는 지금과 같은 수준의 운항은 불가능하다는 대동소이한 입장을 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이번 검찰 불기소 처분은 이해하기 힘든 사안으로, 대한항공 등 국내 조종사 인력 구조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등 국내 조종사 양성의 정체와 안전 문제 등 폐단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조종사의 역차별로 사기저하 또한 심각한 문제란 지적이다.

한편 지난 2003년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같은 내용으로 사측을 고발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파견업체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와 파견근로자의 사용주를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로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이후 2007년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 조종사는 파견근로 허용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사측은 예전 불기소 처분을 여전히 관련 사례로 들고 있다는 게 조종사 노조의 주장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번 불기소 처분을 두고 항고의 뜻을 밝힌 이유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우리가 법률적 보호 등 종합 판단을 할 수 없다”며 “개별 사안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력수급 필요 VS 국내 인력으로 충분

검찰의 이번 불법파견 불기소 처분으로 상황은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우려되는 부분은 불씨가 여전하다. 노사 대립각의 대척점이기도 하다.

그간 대한항공 사측은 외국인 조종사에 대해 불법파견이 아닌 검증된 조종사라는 입장을 피력해왔다. 항공운송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따라 내국인 조종사 인력만으로는 필요한 조종인력 수급이 불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조종사노조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현재 2500명의 조종사가 있고, 이 중 외국인 조종사는 기장 340명에 부기장 60명이다. 또, 기장만 떼어보면, 1330명 중 340명이 외국인 기장으로 4명 중 한 명 꼴이다.

이를 두고 노조는 “사측이 부기장도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기장까지 데려오고 있는데 이는 정책적인 잘못이다”라며 “비행학교를 없애고, 비행 채용시간을 250시간에서 1000시간으로 늘리니 면허증을 취득한 국내 예비 항공사 부기장들이 수요를 못 맞추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노조는 입사 5년, 비행시간 4000시간, 이착륙 350회 세 가지 조건이면 기장이 될 수 있고, 500명 국내파 부기장이 이러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이런 상황에서도 사측이 해당 기종에 대한 면허증이 없는 외국인 기장을 데려와 교육 후 면허증을 취득하게 하고 있으며, 채용 광고기사에서도 이러한 내용을 버젓이 기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일까.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일부 외국인 부기장은 2~3년 있다가 다른 곳 가서 기장할 것이라는 얘기도 종종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안전논란 예상, 직접채용 해법이지만…

검찰의 이번 불기소 처분으로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 즉, 파견법 해석에 따른 안전논란도 예상된다.

외국인 파견 기장·부기장은 대한항공 소속이 아닌, 해외 파견업체에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는 혹시 모를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사용사업주인 대한항공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외국인 조종사는 사내 상벌심의위원회가 있지만 적용 대상이 아니다. 이는 조종사노조가 외국인 조종사 파견에 따른 안전 취약을 우려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역차별은 아니지만, 외국인 조종사들은 휴식시간이 굉장히 취약하다”며 “비행시간은 같지만 내국인 조종사가 30일 동안 일한다면, 외국인 조종사는 10일을 휴가로 사용하고 20일간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외국인 조종사를 대한항공 소속으로 한 직접채용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이 또한 쉽지만은 않다. 외국인 조종사에게는 내국인 조종사와 동일한 근로계약서는 매력이 없다는 게 이유다.

국내외 조종사 간 관계를 두고 대한항공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직접 채용은 외국인 조종사들이 원하지 않아 쉽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항공은 일본항공에서 75명의 조종사를 파견근로자로 데려오는 등 현재 해외 인력공급업체 세 네 곳을 대상으로 구인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