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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국회 식당 '장애인석'의 불편한 진실

이보배 기자 기자  2012.06.05 19:5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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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정치의 중심 여의도 국회의사당(이하 국회)의 식당은 값싸고 맛좋기로 유명합니다. 매일 국회에 출근도장을 찍는 기자 역시 국회에서의 식사를 즐깁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점심식사를 위해 국회 본관 큰 식당으로 이동했는데요. 동료 기자들과 식사를 하던 중 눈에 띈 테이블 때문에 식사가 불편해졌습니다.

넓은 식당 구석 ‘장애인석’이라는 펫말이 붙은 테이블에 다리가 불편한 청소노동자 한 분이 식사를 하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동료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밥 먹는 곳까지 ‘장애인석’이 필요할까요?” 기자의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홀로 식사를 하고 계시는 청소노동자분과 ‘장애인석’이라는 푯말이 자꾸 오버랩 되는 바람에 정작 기자는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먹는 둥 마는 둥 식사를 마치고 식당 측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식당 내 장애인석에 대해 물으니, “장애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설치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많은 사람이 몰리는 점심시간 혹시라도 자리가 부족할 경우, 불편한 몸으로 식당을 찾은 장애인들이 오래 기다리지 않고 착석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식당 측의 설명을 듣고 나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그 넓은 식당에 장애인석은 4인 테이블 달랑 하나였습니다. 배려차원에 설치된 테이블과 의자는 비장애인들이 이용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푹신한 방석이라도 하나 두고 배려를 논하는 것이 식사를 하는 장애인 분에게 덜 미안할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나친 ‘배려’가 오히려 ‘역차별’을 떠올리게 하는 형국입니다. 식당 측의 설명처럼 혹시나 자리가 부족할 경우 장애인들에게 순서를 양보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비장애인석의 자리가 많이 비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장애인석’에 앉아 식사를 하시던 청소노동자분의 순수함에 다시 한 번 가슴이 먹먹해 졌습니다. 식사시간 조차 ‘나는 장애인이다’라는 울타리에 갇혀 식사하는 장애인과 이를 보는 비장애인들의 식사시간이 편할 리 없습니다.

식당 측의 순수한 ‘배려’의 마음을 매도하려는 마음은 아니지만 ‘넘치는 것은 부족한 것보다 못하다’고 했습니다. 국회 식당의 장애인에 대한 넘치는(?) ‘배려’가 오히려 ‘불편함’을 더하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