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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땅부자 고양이, 동전에 연연하냐?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6.05 1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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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조선시대에 가장 잔혹한 군주로 악명높은 세조.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세조는 부스럼으로 고생했는데, 절을 찾아 불공을 드리는 한편간경도감(刊經都監)을 설치해 많은 불서를 간행하며 참회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오대산 상원사를 방문한 세조는 두 번의 이적을 경험했는데, 하나는 피부병을 앓던 그가 상원사 계곡에서 몸을 씻을 때 문수보살을 친견, 지병을 고친 사연이고, 다른 하나는 법당으로 들어가려던 그의 옷소매를 고양이가 끌어당겨 숨어 있던 자객으로부터 목숨을 구한 일입니다.
   
 

고양이 덕에 목숨을 구한 세조는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고양이를 위해 상원사 사방 80리의 땅을 ‘묘전(猫田)’으로 하사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오대산 상원사에 가면 고양이 석상이 있는데요.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사방 80리 넓은 밭에서 나오는 소출을 누리던 고양이건만, 지금도 부지런히 상원사를 찾는 관광객과 불자들이 놓고 가는 동전을 모으고 있습니다. 
   
 

절에서 모아서 좋은 일에 쓸 것이긴 합니다만, 부자 고양이가 동전까지 알뜰히 챙기는 걸 보니 대단해 보입니다. 지난 주말에 보고 온 이 부자 고양이를 새삼 다시 주중에 생각해 보는 것은, 잔돈도 절대 사양 않고 챙겨야 부자도 되는구나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절대로 왕을 구했다 한 방에 저렇게 부자되는 게 아니지 않나 생각입니다.

오리온그룹 담철곤 회장이 아이팩이라는 회사 자금을 임의로 유용했다는 논란에 휘말려 구설수에 오른 건 다들 기억하실 텐데요. 담 회장은 이 문제의 부분을 사재로 변제하겠다고 선언했었고, 실제로 이 점이 반영, 실형을 선고한 1심과 달리 2심에서는 집행유예가 내려졌습니다.

그런데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물어낸 횡령혐의 금액을 다시 ‘쥐어짜기’ 식 고액 현금배당으로 다시 돌려받은 것으로 나타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아이팩은 담 회장이 5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이번 배당액은 회사 설립 이후 쌓아 둔 미처리이익잉여금을 모두 사용한 것이라고 해 더 말이 많습니다.

주식담보대출 부분의 문제가 나오자 횡령금 변제를 강행하고, 이를 동정표를 얻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그림인데요. 그 다음엔 회사 배당금을 통한 변제금 회수라는 이야기 구조인 셈입니다. 보통 사람의 생각으로는 이 정도 문제가 되면 누가 배당을 받아 가라고 해도 사양할 것 같은데, 고액 배당으로 이야깃거리를 만들다뇨. 역시 부자가 되고 또 그 부를 유지하려면 동전 한 푼도 사양 않는 마인드가 있어야 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