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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LS산전 '이모씨 쟁탈전' 대체 누구 길래?

'기술유출' 전 효성임원, 사건의 내막 알아보니

박지영 기자 기자  2012.06.05 13: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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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기술유출 여부를 놓고 효성과 LS산전 간 진실공방이 뜨겁다. 먼저 선제공격에 나선 곳은 효성. 지난 4일 효성은 A4용지 5장 분량의 보도자료를 통해 일련의 사건 개요와 함께 이번 사건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배포했다.

효성은 자료를 통해 “지난 1일 당사의 전 최고기술책임자(CTO)가 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유출해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구속영장이 신청됐다”며 “이번 사건에 국내 유수 대기업인 L사가 연루됐다는 점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효성에 따르면 불법 유출된 자료는 크게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과 정지형 무효전력 보상장치(STATCOM)로, 효성은 이로 인해 총 7000억원어치 손해를 봤다.

   
기술유출 사건 정점에 서있는 이씨를 그림자 처리한 것.
효성은 특히 이번 사건의 배후로 L사의 부회장을 지목, 재계 파란을 예고했다. 효성은 “전 CTO와 L사 부회장이 고등학교 동창”이라며 “전 CTO가 전직 전부터 L사 고위임원들과 집중적인 통화를 하는 등 이미 상당기간 이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효성의 ‘작심발언’에 업계는 물론 재계 또한 범인(?) 물색에 나섰고, 그들의 신상은 고작 몇 시간 만에 털리고 말았다. 
 
◆“강경 법적대응” vs “뭔 말을 못해”

이와 관련 LS산전 측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라 ‘맞다, 아니다’ 사실 확인을 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다만, 효성 측의 ‘보도자료 유포’와 관련해서는 언짢은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LS산전 관계자는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수사 중인 내용을 보도자료로 뿌린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며 “사실이 아닌 내용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예고했다.

관계자는 이어 “영업기밀 및 기술 빼가기는 순전히 그쪽 주장일 뿐”이라며 “공식적으로 짚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동일한 수준으로 비춰질까 수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말을 아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효성 측은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라는 입장이다. 효성 측 관계자는 “지금 무슨 말인들 못하겠느냐”며 “자신들 입장이라고 쓴 자료만 봐도 언제 어떻게 소송을 걸겠다는 게 아니라 ‘법적대응을 검토하는 등’이라고 애매모호하게 써놨더라”고 냉소를 지었다.

이어 관계자는 “구 부회장 뿐 아니라 LS산전 고위임원들이 벌써 몇 차례나 경찰조사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혐의가 없다면 몇 번이나 불러서 조사를 했겠느냐”고 귀띔했다. 

◆떡잎부터 남달랐던 이씨, 업계 최고

‘뺏긴 자와 빼앗은 자’ 간 불꽃 튀는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모든 사건의 시발점인 이모씨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1957년 9월 생인 이씨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1983년 같은 대학교 공과대학원에서 전기공학을 전공, 그해 효성그룹에 입사해 사회 첫발을 내딛었다. LS산전 구자균 부회장과 이씨는 중앙고 동기동창이다.

중공업PG 기술연구소 본소전력팀 일원으로 이씨의 능력은 탁월했다. 일찌감치 그의 가능성을 눈치 챈 효성은 그를 핵심인력으로 키우는 데 사활을 걸었다. 입사 3년 만에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던 것 또한 이와 맥을 같이 한다. 1996년 미국으로 떠난 이씨는 1992년까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대학원에서 전기공학 공부에 매진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이씨는 효성서 극진한 대우를 받으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2002년부터 퇴사직전까지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승진에 승진을 거듭한 것.

2002년 효성 중공업PG 기술연구소 본소전력팀담당이었던 그는 이듬해 중공업연구소장(이사대우)으로 파격 승진한 이래 △2004년 중공업연구소장 이사 △2005년 중공업PG 중공업연구소장 상무 △2008년 중공업PG 기술총괄 및 기술기획담당 상무를 지냈다.

특히 회사를 그만두기 직전인 2009년에는 ‘월급쟁이’로 오를 수 있는 최고자리인 효성 중공업PG 최고기술경영자(CTO)까지 올랐다.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업계 내 입지도 탄탄하다. 현재 그가 가진 직함만도 △대한전기협회 전기저널·연감 편수위원 △대한전기학회 평의원 △연구소장협의회 부회장 △전력전자학회 협력부회장 등 수두룩하다. 
 
◆LS산전 이직시기 두고 팽팽한 대립

이번 사건의 쟁점은 이씨의 ‘이직시기’. 이와 관련, LS산전 측은 “잘 다니고 계시는 분을 모시고 온 것도 아니고 퇴사한 후 쉬시는 분을 모셔 온 것”이라며 “부도덕한 행위를 한 게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효성 측 입장은 180도 다르다.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를 위해 이씨로부터 ‘경업금지서약’을 받아놓은 만큼, 동종업계로의 전직은 애초 잘못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효성의 ‘서약서’는 기대와 달리 효력을 십분 발휘하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효성과 직원 간 계약이라는 점에서 이 서약이 ‘어느 정도’ 효력은 있겠지만 민법 제103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 법률행위 등에서 명시하듯이 ‘영구적’인 전직 제한은 무효 처리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아주 효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우리 법률이 ‘일정기간 동종업종 이직 제한은 합법’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과 유사한 판례도 있다.

지난 5월22일 서울고법 민사4부는 삼성전자 협력업체 직원이 ‘1년간 전직금지’ 약정을 어기고 삼성전자에 취직한 것을 두고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아래 협력업체를 효성으로 보고 삼성전자를 LS산전으로 보면 얘기는 똑같다.

일반적으로 법원은 이직금지기간의 합리적 범위를 1년으로 보고 있다. 당시 재판부는 “근로자의 전직금지 기간을 퇴직일로부터 1년 동안으로 정한 것은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와 근로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중소기업이 우수인력을 확보하려고 대학원에 연구비와 기술지원을 했는데도 이 대학원을 나온 근로자가 합리적 범위의 기간 동안 근무하지 않고 경쟁기업으로 전직하는 것을 허용하면 산학협동 과정이 부실해질 염려가 있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이씨의 공백기간이 6개월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앙일보 유료서비스인 인물정보에 따르면 2010년 6월 효성을 퇴사한 이씨는 그해 9월부터 3개월 간 모업체 기술고문으로 지내다 2011년 1월 LS산전에 둥지를 틀었다. 심지어 이씨는 LS산전으로 자리를 옮긴 후 효성에서 했던 동일한 연구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인물정보 서비스에 따르면 LS산전에서의 이씨 직함은 연구개발본부 기술고문 및 HVDC사업단장이다. 이와 관련, 조인스닷컴 측은 “본 정보는 2011년 11월26일 온라인을 통해 본인(이씨)이 확인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일 이씨에 대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