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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파스 70~80% 동일업체서 생산 “효과 비슷한 이유 있었네”

대부분 제약사들 붙이는 소염진통제 수탁생산…시장성장 저해

조민경 기자 기자  2012.06.05 11: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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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케토톱’ ‘케펜텍’ ‘트라스트’ 등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붙이는 소염진통제, 즉 파스다. 이 같은 파스 제품군을 보유, 판매하고 있는 국내 제약사는 100여곳에 달한다. 한국제약협회에 등록된 제약사가 216곳인 점을 감안했을 때 두 곳 중 한 곳은 파스 제품을 보유 및 판매하는 셈. 그러나 파스시장은 많은 수의 참여업체에 비해 시장규모는 국내 의약품시장에 있어 미미한 수준이다. 내로라하는 제약사들이 시장에 진출해있음에도 불구, 파스 시장규모가 미미하고 성장세가 더딘 이유를 짚어봤다. 
 
지난해 매출기준 800억원 규모의 국내 파스시장은 상위 5개사가 73%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케토톱’을 앞세운 태평양제약(016570)은 160억원, '케펜텍'을 보유한 제일약품(002620)은 119억원의 매출로 1, 2위를 차지했다.

이어 ‘신신파스 아렉스’를 판매하는 신신제약이 118억원으로 3위를, ‘푸로탑 플라스타’의 녹십자(006280)와 ‘트라스트’의 SK케미칼(006120)은 각각 114억원, 70억원의 매출로 4, 5위에 올랐다.

이들 5개사는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제품을 자체 생산하고 있다. 또한 탄탄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인지도 있는 중년 모델을 기용해 파스 제품의 주요 타깃인 중노년층을 공략, 시장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국내 파스 70~80%는 한 업체에서 생산

그러나 상위 5개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음에도 파스시장은 지난해 기준 14조원 규모의 국내 의약품시장의 5.7%(800억원)에 불과하다. 이보다 더 놀라운 것은 국내 생산되는 파스의 70~80%가 한 업체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국내 제약사 100여곳이 파스 제품군을 갖고 있지만 자체 생산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 제약사들은 수탁생산(OEM·주문자상표 부착방식)을 통해 파스제품을 보유, 판매하고 있다.

파스를 수탁 생산하는 제약사는 신일제약(012790), 아이큐어, 대화제약(067080), 종근당(001630) 등이다. 이중 수탁생산량이 가장 많은 신일제약에서 국내 생산 파스의 70~80%를 담당하고 있다. 이 결과 신일제약은 지난해 매출 337억원 가운데 13.4%인 50억원가량을 파스 수탁생산에서 올렸다.

신일제약 관계자는 “올해 1월을 기준으로 국내 파스의 70~80%를 우리(신일제약)가 생산했다”며 “이 수치는 신일제약 자체 품목과 다른 제약사들의 수탁을 받아 생산한 제품이 모두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파스 부문의 수탁 생산물량을 늘리기 위해 지난해에는 파스공장을 새롭게 구축했다”며 향후 수탁생산량을 늘릴 것임을 시사했다.

◆파스 수탁생산…투자대비 수익률이 문제

신일제약 외에도 아이큐어와 대화제약 역시 일정 수준의 수탁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근당과 대웅제약(069620), 한미약품(128940)도 많은 양은 아니지만 파스를 수탁생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파스 제품군을 보유한 100여개 제약사는 왜 자체 생산을 하지 않고 일부 제약사만 파스 수탁생산을 하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낮은 투자대비 수익률에서 찾을 수 있다. 파스 제품 생산을 위한 공장 등의 설비 구축 비용을 회수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파스를 생산하기 위해는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데, 파스시장 자체가 크지 않은데다 파스 단가마저 저가(低價)로 형성돼 있어 투자금액을 회수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관계자는 “그래서 많은 제약사들이 설비 투자 대신 수탁전문 제조시설을 갖춘 회사에 의뢰해 파스를 생산하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 수탁생산을 선호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제품 품질이나 광고·마케팅 효과보다는 약사들에 의해 파스매출이 좌우된다는 점도 많은 제약사들이 수탁생산에 의지하는 이유다. 

파스를 수탁생산하고 있는 A제약사 관계자는 “파스시장은 전체 의약품시장에서 미미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신제품 등 제품력이나 광고효과 보다는 약사에 의해 움직인다”고 말했다.

대부분 파스는 약국에서 판매되는데 약사가 개인적 판단으로 특정 제품을 권하기 때문에 약사가 어떤 제품을 선호하느냐에 따라 파스 매출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실제 제약사들은 아무리 공격적인 광고·마케팅을 하더라도 고작 15~16%의 점유율을 보유하는 것이 파스시장이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이런 이유로 많은 제약사들이 파스시장에 큰 관심을 두기보다는 제품 라인업 보유 측면에서 수탁생산한 파스 제품군을 보유·판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탁생산에 의지, 품질은 '거기서 거기'…악순환 반복

이 같이 만연한 수탁생산은 파스시장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몇 개 제약사에서 수탁생산된 파스 제품들은 대부분 성분이나 품질이 별반 차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수탁생산 파스를 보유·판매 중인 B제약사 관계자는 “‘붕어빵 찍어내듯’ 생산되는 파스들은 품질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며 “효능효과 역시 비슷비슷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처럼 효능효과가 비슷한 파스들은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지 못하고, 파스시장이 제대로 크지 못하는 주원인”이라며 “또 파스시장이 성장하지 못하니까 신제품 개발보다는 수탁생산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역설했다.

제약업계는 이 같은 파스시장의 악순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꾸준한 투자와 제품 개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국내 최초로 파스를 도입한 신신제약 관계자는 “파스시장은 성장세는 크지 않지만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며 “수탁생산에 의지하기 보다는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보다 나은 품질의 제품개발이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