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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역행하는 유통규제, 수준 낮은 포퓰리즘

전지현 기자 기자  2012.06.04 18: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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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농민 피해라는 이유로 하나로마트는 그대로 영업합니다. 대형마트 휴업으로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기보다는 하나로마트로 가는 것은 당연한 이치겠죠. 정부가 ‘재래시장 살리기’라는 취지를 살리려 했다면 유통업체를 기준으로 삼고 과감히 하나로마트를 제재했어야 합니다. ‘농민 보호’와 ‘재래시장 살리기’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다 결국 이도저도 안된 꼴이 된 것이죠.”

최근 만난 대형마트 관계자가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현 정부의 정책에 대해 비판을 연거푸 쏟아냈다. 그의 말대로라면 ‘재래시장 활성화’와 ‘농민 보호’는 유통과 생산이라는 경제 분류 중 과감히 한 분야를 포기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가 지난 2일 방문한 홈플러스 춘천점의 입구 및 에스컬레이터 곳곳엔 대형마트 강제휴업에 따른 서민 불편과 부작용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대형마트는 고가품이나 명품이 아닌 생활필수품을 파는 곳으로 서민들이 좋은 상품을 싸게 살 수 있는 공간인 만큼 그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한 소비자는 이 안내문을 유심히 바라보더니 “화장지가 떨어진 것을 알고 급하게 인근 마트에 갔다가 휴점인 것을 알고 집으로 돌아갔다. 올해만 지나면 이런 정책들이 가라앉지 않을까”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정부의 대형마트 강제 휴업이 시행된 지 한달여가 지났다.

올해 상반기 유통업계 가장 큰 이슈중 하나는 단연 ‘대형마트 영업규제’다. 대형마트와 SSM에 대한 강제 휴무 및 영업시간 단축으로, 설과 추석 명절 당일을 제외하고 연중무휴로 운영되던 대형마트와 SSM 매장은 대부분 월 2회 일요일에 문을 닫고 있다. 이에 따라 5월 들어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6~6.4% 감소했다.

전통시장은 어땠을까.

최근 시장경영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대형 유통업체 의무휴업일이 시행된 지난달 27일 중소상공인 및 전통시장 매출은 전주 일요일보다 12.4% 늘었지만 평균 고객은 7.9%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반사이익을 누린 곳은 농협 하나로마트였다. 농수축산물 판매가 전체 매출의 51%를 넘으면 의무 휴업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 규정 덕분에 하나로클럽 양재점의 경우 지난달 27일 매출액이 15억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한 것이다.

엎친데 덥친격으로 19대 국회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은 대형 유통매장의 중소도시 신규 입점을 5년 동안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재발의 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고 민주통합당은 영업시간 오후 9시, 월 4회 휴무 등의 내용을 개정안 법안에 담았다.

이미 시행된 몇 차례 대형마트 휴업으로 불편을 겪은 상당수 소비자들은 탁상공론에만 의존, 소비자들을 도외시하는 정책을 만드는 국회의원의 정책에 불신의 눈초리를 심화시킨 지 오래다.

   
‘골목상권 살리기’라는 이슈가 뉴스를 도배할 때마다 또 하나의 ‘수준 낮은 포퓰리즘’ 행위로 여겨지는 것은 그들을 향한 불신 때문이다. 필요성은 알겠으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규제를 두고 일단 시행하고 나중에 보완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속아주기엔 소비자가 현명해 졌음을 정부는 빨리 인식해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대형마트가 매장에 직접 내건 호소문을 보고 소비자가 고개를 끄덕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