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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리포트] 스웨덴 복지 꿈꾸는 '송곳'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회계사에서 선량 변신…부정부패 척결 이미지 구축, 100가정 보듬기 '박차'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5.31 16: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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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이사로 서대문구민이 된 A씨. 민방위 소집 훈련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29일 아침에 눈을 비비며 소집장소인 홍연초등학교 언덕을 어슬렁거리며 올라왔는데, 뜬금없이 등장한 '양복쟁이 구청장'에 아연실색한다. 보통 다른 지방자치단체는 동 단위 훈련에 5급(사무관급) '동장님'이 등장하는 데 그친다는 게 일반 상식처럼 돼 있다.

서대문구민들의 위기 대응 능력을 몸소 점검하고 새벽 소집에 응한 민방위대원들의 노고에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있는 이는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키다리 아저씨'라는 별명을 사용해 온 그는 블로그 한켠에 키다리 아저씨와 사진 찍기 코너를 따로 만들었을 정도. 이를 채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데, 실제로 행사장에 부지런히 얼굴을 내밀고 있어 사진 찍을 거리가 궁하지는 않다는 평가다. 일례로 민방위 훈련장에도 나타나 구민들을 만나고 있다. 이날은 "수해 위험이 있는 절개지 등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를 하고 돌아갔다.

이런 행보가 2010년 당선 이래로 여일하게 이어져 와서인지, 사진을 좋아한다거나 사진 찍히기를 좋아한다는 평은 있어도 사진 찍기용 얼굴 내밀기를 한다는 박한 평은 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홍연초등학교(홍연2동대 비상소집훈련)에 몸소 나와 민방위대원들에게 당부사항을 이야기하고 있는 문석진 구청장(좌)과 민방위훈련 참관 등 각종 스케쥴이 빼곡하게 배정된 구청장실 일정표(우).

연세대 출신 회계사에서 선량으로 변신 '오뚝이 도전'

문 구청장이 처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가졌거나 순조롭게 정계에 발을 디딘 것은 아니다. 문 청장은 원래 현재 구청장으로 집무하는 서대문구에 소재한 연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회계사로 순조롭게 살아온 그는 구청장 재산 평가에서 상위권을 기록할 정도로 부도 쌓았다.

   
학교폭력예방 관련 행사에 참석한 사진(상)과 부처님 오신 날에 구민들을 만나는 모습(하). 사진들은 각 서대문구 릴리스 사진들임.
이후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서대문구에 국회의원 공천을 희망했지만 16대 총선, 17대 총선에서 모두 금배지에 연이 닿지는 않았다. 서울시의회 의원을 역임하면서 정치적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을 일소한 뒤에는 구청장으로 방향을 틀어 2010년 당선됐다.

구청장이 된 후에는 '전공'을 살려 송곳 같은 구정 파악으로 문제점 해결에 나서 왔다.

2010년 여름에 서울시의회와 구청장간 정책협의회에 참석했을 때에는 "우리 (서대문)구는 교육 예산으로 5억원을 집행해야 하는데 영어체험교실에 3억5000만원이나 들어간다. 서울시 사업에 잘 협조해야 다음 사업을 할 때 실적이 반영되니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시설 개선 등을 바라더라도 영어체험교실이라는 서울시 정책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애로사항을 전달했다.

아울러 "서울시가 사업을 추진할 때 자치구의 입장을 수렴하는 과정을 충실히 거치면 재정 낭비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꼬집기도 했다.

금년 들어서는 뉴타운 등 도시재생사업 조합 총회와 관련한 홍보와 경호경비용역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방안을 내놨다. 우선 조합이 OS용역을 사용하려면 사전에 총회의결을 거치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는 총회 의결 없이 OS용역을 사용해 사업을 시행한 조합임원은 도시 및 주거 환경정비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을 착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청장으로 취임한 직후부터 감사담당관을 외부에서 영입하고 첨령기획팀을 신설하는 등 감사부서 조직을 개편하는 데 열을 올리기도 했다. 이는 변호사 출신인 전임 구청장이 불미스런 잡음이 말려들었던 것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공익제보 시스템 운영, 시민옴브즈만 제도 도입, 업무추진비 및 공사 발주용역 전면공개 등이 추진됐다.

이런 노력 덕에 서대문구는 2011 전국기초단체장 매니페스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청렴공약 분야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서대문구립 이진아 기념도서관이 우수 운영 도서관 사례로 꼽히는 점은 엄정한 서대문인 동시에 '문화 서대문'을 상징하는 좋은 사례다.

스웨덴 정책연수서 감명 '100가정 보듬기' 시동

문 구청장은 스웨덴에 정책 연수를 다녀온 경험을 살려 복지와 주거 관련 아이디어를 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문 구청장은 스웨덴에서 말뫼의 도시 재개발 문제와 사회보장 관련 제도들을 눈여겨 봐 직원 특강에서 소개하기도 했다.

이를 실전화한 것이 현재 현대백화점과 서대문구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바자회 성금 모금이다. 이러한 기금 조성을 통해 100가정 보듬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부 문화를 퍼뜨려 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문 구청장이 직원 특강에서 언급한 말뫼 문제에서 이곳 주민들은 △위성도시를 만들지 말 것 △높은 건물, 넓은 길에 집착하지 말 것 △똑같은 건물을 짓지 말 것 등을 언급한 것으로 소개됐다.

이런 키워드는 문 구청장이 후보 시절부터 지적해 온 뉴타운 문제점과 갈등 해소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읽힌다. 문 구청장은 후보 시절 '주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뉴타운 개발'이라는 기치를 들었다.

이에 따라 문 구청장은 오세훈 전임 시장의 뒤를 이어 등장한 박원순 시장 체제에서 뉴타운 TF 팀장직을 맡아 '뉴타운 출구 전략'의 한 축을 담당하기도 했다.

반듯, 부지런 호평…뉴타운 짐 될까?

대체로 순조롭게 이미지를 구축해 온 문 구청장에게 결국 가장 버거운 경험은 뉴타운이었던 셈이다. 서대문구 내 대표적 뉴타운 추진 지역인 북아현 3구역 같은 경우 사업인가가 날 때까지만 해도 뉴타운에 찬성하는 사람이 2/3 정도였는데 감정평가와 서울시 뉴타운 발표 이후 사업성이 떨어지면서 반대가 느는 등 부동층이 증가했다는 것.

문 구청장 스스로가 올해 초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주민의 40%가량이 반대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을 정도로 주민들의 마음이 출렁였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모두 문 구청장의 공로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북아현3지구 관련 주민들이 "(문 구청장은) 무분별한 뉴타운 재개발을 막겠다는 공약을 이행하라"며 구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문 구청장이 꿈꾸는 말뫼 같은 새롭게 태어나는 살기 좋은 도시를 서대문구에서 재현하기 위해서라도 다독이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다.

문 구청장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선친의 가정교육 아래 자랐고, 현재 슬하에 아들과 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