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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찬사 빗발치는 '낙폭과대주'의 함정

빠졌다고 마구 사들이면 위험…변동성 여전해 추세파악 지혜 필요

정금철 기자 기자  2012.05.31 09:3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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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유로존 리스크가 여전히 맹위를 떨치며 우리 증시를 변동성의 코너로 몰아넣고 있다. 코스피는 전일까지 3거래일 연속 반등세를 보인 이후 30일 다시 조정을 겪고 있지만 상당수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의 투자전략은 여전히 ‘낙폭과대주’ 추천이다.

그리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위기감은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저평가 상태로 몰고 갔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런 이유에선지 코스피 반등 폭은 이달 현재까지의 하락 폭에 비해 크지 않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에서 올해 이익개선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낙폭과대 종목 중 전기전자(IT), 자동차, 조선, 건설, 화학 등의 매력포인트를 짚으며 기술적 반등 시도에 주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 주가 낙폭만 따지면 실패 가능성 높아져

이 같은 전문가들의 해석도 일리는 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일반적으로 장기간 증시 하락 이후 반등 시기에는 그간 크게 떨어졌던 낙폭과대주가 선전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증시가 불확실성에 휘말리며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는 시점은 이들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는 일이 잦았다.

특히 최근 코스피는 상승 여지를 충분히 품고 있는 만큼 조정 가능성을 항상 열어둘 수밖에 없다. 유로존 리스크에 따른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과 코스피 지속 상승에 대한 불확실성은 맥락을 어느 정도 함께하고 있어 낙폭과대주를 향한 관심에도 제한을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낙폭과대주 투자에는 어떤 위험이 있을까.

30일 증권사 리포트를 보고 낙폭과대주로 지목된 2개 종목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입었다는 개인투자자 태모씨(42·서울 마포구 상암동)를 만났다. 

“기관이 최근 현물에서 일부 업종을 집중 매수했는데 이후 증권사들은 낙폭과대주인 IT, 자동차 종목 등을 추천했어요. 많이 떨어져서 많이 오를 수 있다는 건데 일종의 물타기인 셈이죠. 시장 분위기를 봤어야 했는데… 우량주도 위험하다는 걸 알았어요. 이젠 달러나 사렵니다.”

태씨의 말처럼 낙폭과대주라고 해도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고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 크게 떨어진 종목이라고 매집에 나섰다가는 자칫 지지선 붕괴 때 추가하락의 위험을 피할 수 없다. 또한 태씨는 단순히 주가 낙폭만을 따졌을 뿐 펀더멘털(기초여건) 차원에서의 접근을 진중히 고려하지 않았다.
 
대우증권 고유선 연구원은 “과매도 상태의 주가 반등이 예상될 때 낙폭과대주에 투자하는 방법도 단기적 관점에서는 바람직한 투자방법이지만 주가가 아닌 펀더멘털 관점에서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역사적 수준에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은 높지만 주가 하락으로 인해 PBR이 낮은 종목을 찾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추세 파악이 관건…낙폭과대주도 기초여건 따져 분할 매수

전문가들의 진단대로 하락이 있으면 반드시 상승이 오기 마련이지만 주가가 많이 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투자에 나서면 곤경에 빠질 수 있다.

업체 펀더멘털에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주가가 많이 빠진 것은 호재일 수 있지만 하락 기간 중 큰 손실을 입으면 상승장은 의미를 잃을 수 있는 것. 많이 빠졌다고 생각했지만 당시 주가가 하락추세 과정에 있다면 추가하락은 불가피하다.

특히 현재는 그리스 정치이슈의 불확실성이 해소될 6월까지 우리 증시를 비롯해 글로벌 증시도 극심한 변동성에 몸살을 앓을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방향성을 검토하는 지혜를 갖춰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동양증권 신남석 리서치센터장은 “지난해 중순부터 지속된 유로존 악재는 현재도 방향성을 잡기 힘들다”며 “주가가 많이 내린 종목이라고 반등을 염두에 두고 무조건 투자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주가 반등국면이 언제 마무리될지도 모르는 상황인 만큼 낙폭과대주 역시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지적과 함께 추세를 확인하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조언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증시가 하락이든 상승이든 일단 방향을 결정하고 다시 밸류에이션(가치대비 주가수준)과 펀더멘털, 실적 등을 따져 투자 종목을 선택하는 것은 기본이다.

동부증권 용대인 리서치센터장은 “낙폭과대주 투자는 단기적 전략”이라며 “코스피 반등세가 명확해지면 다시 실적이 좋은 업종을 찾아 투자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현대증권 하용현 투자전략센터장 또한 “상승 추세가 올 때까지 견디며 현금 비중을 재고한 후 시장의 강세를 확인하고 오르는 종목을 확인하면서 베팅을 늘려야 한다”며 “이는 주식투자 경험이 있는 투자자라면 대부분 아는 기본이지만 실천은 어려운 원칙”이라고 말했다.

또 하 센터장은 “주가가 많이 빠진 종목은 저점을 지나 오름세를 확인하고 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락 후 오름세를 보이고 재차 하락한 후 전 저점보다 높은 수준에서 반등이 일어나는 N자형 흐름을 공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