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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자 콜센터 상담사 ①] ‘고객은 왕’ 콜센터 상담사의 감춰진 인권보호

감정노동자로 추락, 대책마련 시급

이혜연 기자 기자  2012.05.30 08:3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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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감정노동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개인의 감정보다 고객의 감정을 존중하는 사람을 일명 감정노동자로 부른다. 그중 감성노동자의 대표적 직종으로 알려져 있는 직업이 콜센터 상담사이다. 이런 감정노동자가 늘어나는 추세지만, 사회적 제도나 회사정책이 부족해 문제되고 있다. 이번호에서는 이런 감정노동자들에 대한 피해 상황과 그 대책에 대해 알아봤다.

콜센터는 금융, 카드, 공공기관, 일반기업까지 없는 곳이 없을 정도다. 한국고객센터산업정보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콜센터 상담사는 4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콜센터 상담사들은 고객중심 서비스로 인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상담사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부분에 대한 법과 제도마련은 미비해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여성비율 높아 성희롱 인권침해 심각
 
전국사무금융연맹(이하 연맹)이 실시한 콜센터 상담사들의 노동실태 분석결과, 여성비율이 96.6%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30~40대 연령층이 93.4%를 차지하면서 대표적인 ‘여성 직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렇게 콜센터 상담사들 대부분이 여성으로 구성돼 고객들의 욕설과 성희롱 강도는 더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실태 분석결과에 따르면 상담사들이 고객으로부터 받는 폭언은 월 평균 15회, 성희롱 수는 1.16회로 나타났다. 이런 폭언 및 성희롱이 높아질수록 상담사들의 스트레스는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조사인원 전체 310명 중 221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으며 그중 80.1%가 고도 우울 증세를 갖고 있다. 이는 콜센터 상담사들이 비인격적인 대우와 폭언, 성희롱을 빈번히 겪고 있지만 실질적 보상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는 것이다.

인권침해 심각…고충처리 저조

연맹에 따르면 인권침해를 겪은 콜센터 상담사 고충처리는 고객들에게 무조건 사과해야하는 경우가 70.8%로 조사됐으며, 전화를 끊지 못하는 경우가 78.7%로 집계됐다. 특히 회사에서 제공하는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을 갖추지 않은 회사는 90.2%에 해당됐고, 전문상담사를 둔 경우도 11.4%에 그쳤다.

반면,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이 있을 시에도 잠시 동안 휴식을 취하거나 상사 동료와 상담 후 근무, 경찰신고 등 대응조치는 열악해 콜센터 상담사들의 업무 상 고충은 개인이 직접 해결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16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주최한 콜센터 상담사 노동실태 토론회의 한 발표자는 “감정노동자로 추락한 콜센터 상담사들의 고충처리는 사실상 방치된 것이다”고 주장하며, “특히 고객중심서비스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상담사들의 고충은 무시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상담사 보호 위한 해결방안 시급

지난해부터 마트 판매원, 콜센터 상담사 등 감정노동자들의 인격권과 노동권 법·제도를 개선하고자하는 노력은 많았지만, 실천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007년 개정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고객 등에 의한 성희롱 방지 조항을 이미 신설 한 바 있다. 그러나 개정된 법에는 ‘직접고용관계에서 비롯된 관계자’로 한정돼 콜센터 상담사의 피해보상의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에 따르면, 고객을 성희롱 행위자의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고 있어, 고객에 의한 성희롱 발생 시 사업주가 직접 나서 적극적인 예방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또 사업주는 상담사들을 위해 충분한 휴식시간과 전문 상담사를 통한 상담 등 피해보상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카드 및 보험관련 콜센터 상담사들은 인권침해를 받더라도 전화를 끊지 말고 사과부터 하는 것이 원칙인 경우가 많다. 이에 사업주는 ‘악성고객’ 관리 반을 설치하고 고객의 대응매뉴얼 마련과 피해보상 규정의 변화가 필요하다.

최근 현대카드는 막말 고객들을 대상으로 고객에게 상담사의 두 번 구두설명에도 변화가 없을 시 자동응답시스템(ARS)으로 연결돼 ‘성희롱 관련 법률과 벌금 경고문’을 들려준다.

노조 관계자는 “콜센터 상담사들은 감정노동으로 인해 자신의 감정을 억제해 스트레스, 직무불만족, 우울함의 결과를 부른다”며 “콜센터 상담사들의 노동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상담사 개인과 단체들의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콜센터 상담사뿐만 아니라 감정노동자들의 고통은 ‘친절한 목소리’에 묻히고 있다.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앓는 감정노동자들이 늘어나는 추세로, 이들의 인권침해 해결방안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에 대한 법, 제도를 개정하고 회사와 사업주는 적절한 대응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