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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황당·억울 KT&G “밀수출 아닌데…”

허술한 국경관리 탓에 아프간 수출제품 밀반입

박지영 기자 기자  2012.05.29 18:2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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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KT&G가 때 아닌 ‘밀수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파키스탄에서 ‘게 눈 감추듯’ 팔리고 있는 KT&G 제품이 정식루트가 아닌 비선라인으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양도 만만치 않습니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매년 다량의 ‘파인(PINE·상품명)’이 어둠의 경로를 통해 파키스탄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범인의 윤곽이 어느 정도 잡혔다는 데 있는데요, 현재 파키스탄 정부는 몇 가지 근거를 들어 밀수출국으로 이웃나라 아프가니스탄을 지목한 상태입니다. 지리적 이점은 물론, 문제의 상품이 아프가니스탄서 유통되는 제품과 유사한 까닭이죠.

파키스탄의 경우 담배갑에 경고문을 넣고 있지만 문제의 상품엔 이 문구가 쏙 빠져있습니다. 반면 아프가니스탄은 담배갑에 별도의 문구를 표시하지 않고 있는데요, 파키스탄 보건당국이 골치를 썩고 있는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합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게 된 것은 지난해 4월, 보다 못한 파키스탄 정부가 우리나라에 도움을 요청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 부탁으로 KT&G와의 만남을 주선해 면담을 성사시켰습니다.
 
하지만 KT&G는 사안의 중요성을 ‘밀매매’에 두기보다 ‘후폭풍’에 관심이 있는 듯한 모습입니다. 자칫 밀수출한 곳이 KT&G로 비춰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죠. KT&G의 우려는 이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밀반입 불똥’은 어느새 KT&G로 번진 것입니다. 일부 언론은  KT&G가 마치 밀수출범이라도 된 듯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 KT&G 측은 기자와의 이메일 질의답변을 통해 “파키스탄에 유입된 자사담배는 소매상 이하 하부 유통단계서 벌어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KT&G 측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간 허술한 국경관리 탓으로 이러한 불법적 밀반입은 파키스탄 현지 당국의 철저한 단속과 관리 강화가 요구되는 사항”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쉽게 말해 일개 담배제조사인 KT&G가 통제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라는 거죠.    
 
그렇더라도 KT&G가 이번 밀수출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어 보입니다. KT&G 제품이 수출되는 곳은 총 45개국. 그중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해 아랍에미리트·이란·이라크 등은 KT&G의 주요수출국으로 꼽힙니다.
 
중동시장에서 벌어들이는 매출 또한 ‘억소리’가 절로 납니다. 코리아타임즈 영문기사에 따르면, KT&G의 중동지역 매출액은 2010년 5240억원에서 2012년 5660억원으로 2년새 420억원 늘었고, 아프가니스탄에 수출되는 한해 담배량만도 총 50억 개비에 달합니다. 

그러나 수출규모에 비해 KT&G의 현지 수입상 관리는 미흡한 수준에 그쳐 아쉬움을 더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KT&G는 아프가니스탄과 1990년대부터 거래를 유지해 왔지만 수입상인 ‘알로코제이’와 거래만 해왔을 뿐 현지를 방문해 유통과정을 점검한 사례는 없다고 하네요.

이러한 문제제기에 KT&G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이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돼 있는 만큼 시장파악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죠.
 
KT&G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현지 사정으로 인해 자유롭게 왔다갔다 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다 사법권도 없는 마당에 중간수입상이 아닌 소매상 이하 하부 유통단계까지 시장파악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정식계약을 통해 수출, 담배를 배포하고 있는데 하부 유통단계에서 뿌려진 것까지 일일이 파악하기엔 어려운 입장”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파키스탄 밀수입 사건이 터지고 나서 현재 외교통상부에 입국허가를 신청해 놓은 상황”이라며 “조만간 조사관을 보내 우리 쪽에서 도울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편, 경쟁사인 브리티쉬 아메리칸 타바코(BAT)나 필립 모리스의 경우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에 각각 자회사를 두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