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자동차한테 미안한 경우가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안 나가는 차를 계속 채찍질 해댈
때’이고, 다른 하나는 ‘잘 나가는 차를 더 못 나가게 억누를 때’다.
인피니티 ‘뉴 G35 세단’에게 기자가 느낀 미안함은 바로 ‘두 번째 이유’ 때문이었다.
이 차는 밟아도 밟아도 힘이 남아돌았다. 가속 페달에 힘을 가하면 그 순간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쏜살같이 치고 나갔다. 도심이건 고속도로건 가리지 않았다. 최고출력 315마력, 최대토크 36.5kg.m이라는 동급 최강의 파워를 자랑하는 제4세대 3.5L 24밸브 VQ35HR엔진의 위력을 절감하고도 남았다.
그러면서도 절제할 줄도 알았다. 스티어링 휠에 장착된 마그네슘 패들 시프트로도 척척 조작할 수 있는 5단 자동변속기는 강력한 엔진과 후륜구동(FR) 특유의 절묘한 핸들링 그리고 4륜 독립 스포츠 서스펜션 등과 어우러지며 차를 마음 먹은 대로 움직일 수 있게 해줬다. 그 덕에 심야 시간대 서울 외곽 고속도로(판교-일산)에서 바람처럼 달리는 수많은 차량들 사이에서 치고 빠지는 현란한 스포츠 드라이빙을 쾌감을 만끽할 수 있었다.
코너링에선 스포츠 VDC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급(急)커브에서건 완(緩)커브에서건 VDC는 차체가 흔들림 없이 스티어링 휠이 조작하는 대로 안정적으로 회전하도록 도왔다.
달리기에 대한 격찬은 멈추고 겉을 둘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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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해 보이는 겉모습이 일본 전국시대에 첩보원으로, 킬러로 소리 없이 활약했던 ‘닌자(忍者)’를 떠올리게 한다. 일본도에서 모티브를 따온 듯한 날렵한 라디에이터 그릴과 검은 복면 사이로 드러나는 닌자의 날카로운 눈매 같은 L자형 헤드램프 그리고 당장이라고 튀어나갈 듯 웅크린 곡선형의 전체 바디에서 그 시절 막강한 다이묘(大名)에 맞서 싸운 그들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어쩌면 국내 수입차 시장의 선두권 업체들에 도전하는 후발주자 인피니티의 닌자가 이 차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젠 안을 살펴보자. 수작업으로 장인장신을 살린 고급 가죽 시트가 운전자를 비롯한 탑승자 모두를 편안히 감싸준다. 이전 모델 보다 길어진 휠 베이스 덕에 뒷좌석 공간은 성인이 앉아도 넉넉하다.
“쿨링 시트 빼고 좋은 건 다 있다”는 인피니티 관계자의 자랑처럼 편의장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운전자 좌석 위치를 조절하면 스티어링 휠과 사이드 미러도 자동 조정되는 업계 최초 ‘지능형 포지셔닝 시스템’ ▲주차나 후진에 약한 운전자에게 제격인 전.후방 센서 포함 차세대 후방 카메라와 7인치 리어뷰 컬러 모니터 ▲내부 설계 단계부터 보스(BOSE)와 함께 개발했다는 콘서트 홀 수준의 3웨이 프리미엄 음향 시스템(10인치 우퍼 3개 포함 총 10개 스피커) ▲인텔리전트 키와 푸쉬 버튼 스타트 등 그간 4000만원 대 수입차에선 기대하기 어려웠던 최고급 장비들로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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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세대 리어뷰 7인치 컬러 모니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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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스 3웨이 프리미엄 음향 시스템 | ||
이와 함께 ▲듀얼 스테이지 에어백▲액티브 헤드레스트 ▲플랫 블레이드 윈드실드 와이퍼 ▲정면 충돌 시 운전자의 무릎을 보호하는 슬라이드 어웨이 브레이크페달 등 안전장치 역시 든든하다.
인피니티가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이 차를 론칭하며 스포츠 세단의 세대 교체를 선언한 자신감이 어디서 나왔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닌자가 다이묘를 쓰러뜨리고 주군을 쇼군(將軍)으로 옹립할 수 있게 될지 궁금해진다. 프리미엄 버전 4750만원, 스포츠 버전이 498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