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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둠 3인방'이 판단한 글로벌 경제 최대 위협요소는?

세 학자 모두 美 경기 둔화 최악으로 꼽아…中 이어 유로존 리스크 지목

정금철 기자 기자  2012.05.25 15: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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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재 글로벌 증시의 가장 큰 3가지 리스크로 유로존과 미국, 중국의 경제상황을 꼽는 것은 세계 주요경제 석학이나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 모두 주저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그리스 탈퇴를 위시한 유로존 악재 및 중국경제의 경착륙 이슈를 최근 최대 위협요소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비관론자들의 의견에 눈길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이들의 예측은 어긋나는 경우도 있지만 사전에 경제 문제를 파악하고 향후 해결방안을 수립하는데 키포인트 역할을 한 것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마크 파버 리미티드 마크 파버 회장, 스티브 로치 예일대 교수.
글로벌 경제계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와 스티브 로치 예일대 교수, 월간 투자정보지인 ‘글룸, 붐 앤드 둠(Gloom, Boom and Doom)’의 편집자이자 마크 파버 리미티드의 수장인 마크 파버 회장의 경제 리스크와 관련한 견해를 모아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루비니 교수는 유로존·중국·미국 모두를, 파버 회장은 미국과 중국을, 로치 교수는 미국 리스크를 세계 경제 위협요소로 지목했다.

◆ 루비니는 유로존 악화에, 로치·파버는 진정 가능성에 무게

세계 비관론자 3인방 중 대표격인 ‘닥터 둠’ 루비니 교수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 참석, 유로존 붕괴와 미국 경기 후퇴 등에 따른 ‘글로벌 퍼펙트 스톰’이 2013년 세계 경제를 혼란에 빠뜨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가 지적한 최대 리스크는 그리스 탈퇴를 시발점으로 한 유로존 붕괴다. 그리스가 채무 재조정 후 유로존을 떠나면 다른 재정 위기 국가도 유로존을 떠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 연말께 자금 사정 악화로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될 스페인 역시 1~2년 후 그리스처럼 채무 재조정 후 유로존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고 이런 상황이 G2(주요2개국)인 미국과 중국 경기 둔화와 맞물리면 내년 글로벌 경제는 열차가 충돌하는 정도의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다.

이런 관측을 내놓은 루비니 교수는 전일에도 유럽 재정위기국들의 유로존 탈퇴 이슈를 재차 강조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는 “그리스가 부도 사태 후 올해나 내년 유로존을 이탈할 것”이라며 “포르투갈도 국가 부채 재조정 후 유로존을 떠나겠지만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그리스 유로존 이탈과 무관하게 유럽 지원을 받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나 다른 두 비관론자는 루비니 교수보다는 유로존 사태에 대해 유연한 입장이다. ‘더블딥(단기 경기 회복 후 2차 침체)’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로치 교수는 지난 18일 ‘새로운 글로벌 금융환경과 아시아’를 주제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정치적으로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고 단언했다.

유럽연합(EU)은 유로존의 갈등 확산을 방지키 위한 정치적 조직인 만큼 유럽 지도자들이 사태 악화를 방관하지 않을 것이고 이런 이유로 유로존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확산된 것이 유로존 리스크”라며 악재가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글로벌 주요 경제전문가들의 의견에는 동의했다.

로치 교수는 “유로존 리스크는 미국, 유럽의 경상수지 적자와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의 경상수지 흑자가 상충해 생긴 글로벌 불균형에 기인한다”며 “이런 현상은 유로존 금융 부문에서 실물 경제로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세계 주요국의 경제적 커플링(동조화)이 필요하다는 것.

이와 함께 그는 “유로존 악재는 제로금리 지속에 따른 ‘금리 버블’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 결과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등의 경제 성장은 금융 과잉의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18일(미국시간) CNBC방송에 출연한 ‘원조 닥터 둠’ 파버 회장 또한 “그리스가 파산한 사실은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에 반영돼 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적고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를 지원하고 유럽 납세자들이 그리스의 빚을 갚을 것”이라며 로치 교수와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 파버·루비니는 中 경착륙 우려…로치는 정책 신뢰

이날 방송에서 파버 회장은 중국의 경기 둔화가 그리스 이슈보다 글로벌 경제에 더 큰 위협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다.

상대적으로 경제규모가 크지 않은 그리스에 비해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은 경기 둔화가 가시화할 경우 브라질과 중동,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호주 등 원자재 가격에 큰 파급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파버 회장의 지적대로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초 중국 성장률의 세계 경제성장 기여분이 2010년부터 2013년까지 31%로 가장 크다며 1980년대 8% 대비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그는 중국 경기 둔화가 지난 1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의 경우 8.1%로 심각한 수준은 아니지만 전력생산이나 화물 운송 등의 다른 경제지표는 훨씬 심각한 상태라고 역설했다.

루비니 교수도 올해 초부터 중국의 주택시장 위축과 수출성장 둔화세에 주목하며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은 8%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가 빈부 격차 해소와 국내 소비 진작으로 경제 전략을 수정하면서 둔화세가 두드러졌다며 ‘글로벌 퍼펙트 스톰’을 언급하면서도 중국경제의 경착륙을 주요 악재로 선정했다.

두 학자들과 달리 로치는 중국의 경착륙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중국 경제 성장률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대외시장 의존도가 높은 점을 제외하고 도시화 확산에 따른 소비 증가와 정부의 정책적 노력을 감안하면 경제가 경착륙하는 일은 기우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 ‘닥터 둠’ 3인 모두 “美 리스크 심각한 상황”

세 비관론자 모두 의외로 미국 리스크에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 유로존과 중국리스크에 주목하는 대부분 경제전문가들과는 다소 다른 태도다.

중국과 유로존을 위협요소로 규정한 루비니 교수는 미국 경제 악화도 글로벌 경제에 혼선을 안기는 한 축이 된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달 초 미국 민간 싱크탱크인 밀큰 연구소 주최의 '글로벌 콘퍼런스'에 참석해 “미국 정부의 채무부담과 노동자 실질임금 정체 등에 따라 성장 둔화는 더 악화될 것”이라며 ‘글로벌 퍼펙트 스톰’과 연관 지었다. 루비니 교수의 올해 예상 미국 GDP 성장률은 2%, 내년 성장률은 제로다.

그는 이 자리에서 “지출 감축을 주장하는 공화당과 지속적 복지 정책을 강조하는 민주당이 맞서 의회에 재정적자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 힘들다”며 국민 전체를 포괄하는 전반적 세금 인상과 정부 지출 프로그램 개혁 등 다방면의 구조조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버 회장도 유로존 영향은 미국에도 암운을 드리우는 상황에서 하반기 3차 양적완화(QE3)가 시행되지 않으면 1987년의 공황상태가 찾아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양적완화 조치는 자산시장의 동향에 달렸고 S&P가 반등 없이 조정을 겪을 때 경제 위축이 심해져 기업 매출과 이익률 모두 증가 폭이 둔화하는 악순환의 연결고리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로존과 중국 리스크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던 로치 교수도 글로벌 경제가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 재조정이 시급하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미국은 위안화 절상 압력을 넣고 있지만 이보다는 사실상 미국의 소비 수요 감소가 더 큰 문제로 주요 대수출시장인 중국과의 협력강화에 중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 그는 이외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도 소홀히 하기 힘든 문제로 꼽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