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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들만 아는 고액자산가 ‘시크릿 재테크’ 들어보니…

수익률보다 있는 돈 지키기, 지역별로 투자 성향도 제각각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5.25 14: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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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유럽발 금융 불안에 시장이 출렁이면서 투자 방향성을 고민하는 목소리가 높다. 주가하락과 원화약세로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 부동자금으로 시중 유동성이 몰리고 안전한 확정금리형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추세다.

   
최근 고액자산가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절세다. 특히 지난 4월 총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현행 4000만원 이상인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을 현행보다 낮추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이른바 ‘비과세 상품’에 대한 고액자산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이른바 고액자산가들 가운데는 나름의 투자 철학과 판단으로 조용히 투자와 자산관리에 열중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불확실한 시장 상황에서는 자산을 지키면서 선별적으로 투자 상품을 고르는 고액자산가들의 투자 패턴과 성향을 참고해볼 만하다.

◆고액자산가, 투자보다 안전성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고액자산가들은 투자를 할 때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무엇보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피하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에 따라 고수익·고위험 상품이나 한 가지 자산에 한꺼번에 투자하는 일명 ‘몰빵 투자’는 하지 않는다.

대신 원금보장형 상품이나 대형우량주 등 비교적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투자상품을 선호한다. 즉 변동성에 노출되는 빈도와 강도를 줄이고 마음 편하게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을 찾는다는 얘기다.

한화투자증권 엄준현 목동지점장은 “상당수 고액자산가들은 투자성 상품보다는 원금보장형 ELF 등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상품을 선호한다”며 “이들의 자산관리에서는 무엇보다 자산을 안전하게 지키는 전략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과거부터 주요 투자처로 꼽히는 부동산에 대한 니즈는 여전하지만 관심사는 조금 달라졌다. 부동산 중에서도 집값 상승을 목적으로 하는 아파트나 땅 보다는 임대 수입이 큰 오피스텔이나 수익형 부동산으로 고액자산가들이 눈을 돌리고 있다.

◆세(稅)테크에 집중…안전한 ELS, ELF도 관심

또 이 같은 고객 중 대부분은 절세에 특히 신경을 쓴다는 게 PB들의 설명이다. 가업 상속이나 사전증여, 상속 등 절세 방법에 대한 문의가 두드러진다는 것. 특히 ‘부자 증세’와 관련해 현재 금융소득 종합과세 4000만원에 대한 축소 방안이 이슈인데 이를 전략적으로 대비하는 방안에 관심이 많다.

엄 지점장은 “VIP 고객의 절세를 돕기 위해 지점 차원에서 적절한 세금을 납부하면서 이른바 ‘세테크’를 할 수 있는 투자전략을 제시한다”며 “자녀에게 상속 또는 증여를 준비 중인 고객에게는 이를 고려한 자산배분 전략을 제안하고 직접 세무사 상담을 주선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상속 또는 증여를 고려한 배분전략은 △부동산 자산 축소와 사전증여 △부담부증여 △가업상속을 이용하는 것 등이 꼽힌다.

최근 고액자산가들이 몰리는 구체적인 상품으로 원금보장 등 안정성이 높은 ELS나 ELF가 꼽힌다. 적극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VIP 고객들은 급락장을 기회로 활용하고자 대형우량주(배당주 투자 포함) 매수나 주식형펀드 비율을 늘리는 경우도 많다.

이는 수익률 뿐 아니라 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일부 VIP고객은 자녀의 소득을 모두 적립식 상품 등 금융상품에 투자하게 하고 생활비를 부모가 대는 경우도 있다고 PB들은 귀띔했다.

손중권 압구정지점장은 “고액자산가들도 안정적인 투자자와 적극인 투자자로 나뉜다”며 “최근 몇 년 간 이어진 글로벌 경기부진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안정적인 고객들은 원금보존과 안전성에 대한 욕구가 높아진 반면 적극적인 고객들은 급락장을 이용해 주식 저가매수 기회를 노린다”고 설명했다.

◆‘사는 동네 따라 달라요’ VIP 투자성향

손 지점장은 또 “강남의 고액자산가들은 보통 3~4곳의 금융기관과 거래하고 시황이나 금융상품 정보에 민감하다”며 “연세가 많은 경우에는 보수적이기 때문에 자산, 수익의 변동성을 축소하면서 연속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투자처를 찾는다”고 덧붙였다.

한화투자증권 압구정지점의 경우 이 같은 고객 성향을 반영해 단일상품이 아닌 자산관리차원에서 통합적인 고객관리와 상담이 주를 이룬다.

일례로 안정적인 고객에게는 박스권 장세 대응법인 ELS와 해외채권형펀드를 접목한 ‘하이브리드’ 투자를 권한다. 반대로 적극적인 고객에게는 대형우량주의 분할매수를 권하는 식이다. 대형우량주는 시장하락에 비해 기업실적이나 가치가 급격하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 등 위험자산 보유 여부에 따라 지점 차원에서 별도의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

신화월 서현지점장은 “위험자산 보유 여부를 고려해 고객성향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며 “이와 함께 금융소득종합과세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적인 대비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서현지점에 따르면 분당에 사는 고액자산가들은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 수준이 상당한 편이다. 연령대가 높은 고객들은 자산증식보다는 원금유지와 매달 일정금액이 들어오는 상품들을 특히 선호한다.

신 지점장은 “분할매수 관점에서 위험자산이 없는 고객에게는 성향을 파악해 주식과 주식형펀드를 권하고 이미 보유한 고객에게는 대형우량종목과 함께 지수를 바스켓으로 담을 수 있는 ETF 중심으로 권한다”고 말했다.

또 “절세수단으로 ELS를 활용해 노년 고객의 경우 지수형 ELS로 생계형저축을 이용한 절세전략을 제안한다”며 “이밖에 이자에 대한 부분적 수취를 원하는 고객이라면 즉시연금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