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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의 분당’ 따낸 한화…“회장 직접 진두지휘”

하루 콘크리트 양만 레미콘 430대 분량…PC공법으로 매일 80세대 ‘뚝딱’

박지영 기자 기자  2012.05.25 13: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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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화그룹 건설계열이 단일 해외건설 사상 최초로 분당신도시 규모의 주거용 도시를 이라크에 건설한다. 한화그룹은 조만간 이라크 신도시 10만가구 건설 본 계약을 체결한다고 24일 밝혔다. 이라크 재건의 일환으로 진행되어온 국민주택 10만가구 건설사업이 국무회의 승인을 받아 사실상 확정된 것이다. 한화그룹이 80억불 규모의 이라크 공사를 따낼 수 있었던 배경과 그 과정에 대해 알아봤다.


한화그룹이 우리나라 해외건설 사상 단일최대 규모의 이라크 재건사업권을 따낼 수 있었던 데는 그만한 노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72억5000만달러 수주’ 결실을 맺기까지 한화그룹은 이라크에 끊임없는 구애를 펼쳤다.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기존 대부분의 국가 주택사업은 사업권을 따낸 현지 건설사들이 외국 업체에 하청을 주는 방식이었지만, 이라크는 달랐다. 오랜 전쟁 탓에 현지 건설사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김승연 한화 회장
김승연 회장 또한 여기에 주목했다. 곧바로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김 회장은 이라크 정부의 일선 관리자부터 차근차근 우군으로 끌어들였다. 정부 관리들을 설득하기 위해 김 회장은 한화건설 김현중 부회장을 현지에 투입, 이라크서 상주하다시피 하도록 했다. 2009년부터 해외사업만 전담해온 김 부회장은 △사우디 마라픽 △요르단 삼라 △알제리 아르쥬 프로젝트 등 굵직한 해외공사를 연이어 수주한 바 있다.

또한, 김 회장은 이라크 관리들이 방한할 때면 즉각 헬기를 띄워 인천 남구 고잔동 일대에 238m² 규모로 조성 중인 주거단지 ‘한화 에코 메트로’를 보여주기도 했다. 한화의 시공능력과 기술력을 입증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한화그룹 측은 “프로젝트의 규모와 국가적 이익, 상징성 등을 보고 받은 김승연 회장이 이를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직접 팀을 진두지휘했다”며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기고 보고 받으며 관련회의를 주관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은 곧 결실을 거뒀다. 올 4월 말 방한한 카밀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재건사업과 관련 국내기업 7팀과 면담일정을 잡았다. 팀당 주어진 시간은 단 10분. 준비한 기간이 길었던 만큼 한화그룹은 자신했다. 설계부터 시공, 건설자재 확보에서 자금조달까지 신도시 건설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사업방안을 제시했다.

한화건설 고위 관계자는 “우리의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협상전략에 알말리키 총리가 매우 흡족해 했다”며 “이라크 측 사람들에게 들으니 우리가 떠난 직후 총리가 수행원들에게 ‘저들에게 사업을 맡기라’고 지시했다더라”고 설명했다.   

◆실속과 체면 두 마리 토끼 동시에

이후 이라크와 한화그룹 간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지난해 5월 합의각서(MOA)를 체결한 한화그룹은 최근 이라크 국무회의로부터 정식으로 사업승인을 받았다. MOA 체결식에는 이라크 사미 알 아라지 국가투자위원회 의장과 함께 알 말리키 총리가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조감도.
이에 따라 한화그룹은 오는 2018년까지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km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 1830ha(550만평)에 주택 10만 채를 포함한 주거용 도시를 구축해야 한다. 주택은 공급면적 기준 100㎡·120㎡·140㎡형으로 구성되며, 스타일 또한 총 6가지 타입으로 나뉜다.

한화건설 측은 “이슬람 문화를 반영해 공용공간과 개인공간을 분리한 트레디셔널스타일과 공용공간의 효율성을 높인 모던스타일 등이 선보여 질 것”이라며 “총 공사대금은 77억5000만불이지만 물가상승을 반영한 공사금액 증액조항이 있어 실제 공사대금은 총 80억불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화건설은 PC(Precast Concrete)공법을 활용, 10만호 주택건설과 함께 단지조성 공사를 동시에 진행할 방침이다. 통합수행방식인 PC공법은 건축물의 기둥·보·벽과 같은 부자재들을 공장에서 제작한 후 공사현장으로 운반, 설치해 완성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한화건설은 공사부지 주변에 세계 최대 규모의 PC공장을 설립, 약 1700여명을 투입해 매일 80세대씩 연 2만세대의 슬래브와 벽체를 동시 생산할 방침이다.

   
'이라크의 분당'이 들어설 곳.
이와 관련 한화건설 측은 “하루에 사용되는 콘크리트 양만 6400톤으로 레미콘 430대에 이른다”며 “현장인원을 포함해 일평균 약 2만6000명의 인력이 투입돼 베이스캠프 120동을 별도로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이 챙긴 실속은 공사대금 뿐 아니다. 설계·조달·시공을 도맡아 하면서도 건설사로선 다소 ‘껄끄러울 수 있는’ 문제는 이라크 정부 쪽으로 미뤘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한화건설은 설계를 포함한 10만세대 국민주택건설 및 단지조성 공사만을 책임지며, 그 외 공사에 투입되는 예산확보나 주택분양은 이라크정부가 알아서 해야 한다. 

한화건설 측은 “이라크정부가 지난해 말부터 자국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10만세대 청약을 시작해 현재 모두 완료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재원 또한 이라크정부와 현지 주택 분양대금 등에서 조달돼 이라크 재무성 산하 3개 국영은행이 공사대금에 대한 지급보증을 책임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라크 신도시 건설공사 개요

·공사명: Bismayah New city Project
·위  치: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km 떨어진 비스마야 지역
·발주처: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ational Investment Commission)
·공사규모: 1,830ha 신도시 단지 조성 및 10만호 주택건설
·계약형태: 설계∙조달∙시공 포함한 디자인 빌드(Design Build)방식
·계약금액: USD 77.5억불 / 에스칼레이션 조항 적용 실제 80억불
·공사기간: 7년
·주요 계약조건
- 이라크 정부가 신도시 건설공사 예산 확보/ 주택분양 책임 
- 한화건설은 10만호 건설 및 단지조성공사(도급공사)
- 본 계약 체결시 선수금 25% 수령
- 원자재 등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공사금액 에스컬레이션 조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