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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사장학] 쉬운 말의 경영학…‘정적요소(靜的要素)’

[제24강] 정적요소1

허달 코치 기자  2012.05.25 11: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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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999년 학년말의 일이다. 서울대 경영대학원 한 강의실에서는 ‘Knowledge Worker의 등장과 노사관계의 새로운 지평地平’이라는 긴 제목의 두 시간 특강이 있었다.

노사관계론(勞使關係論)을 수강하는, 이를 테면 급우(級友) 라고 해야 할 젊은 대학원생들에게, Supex 추구 성공을 체험한 'SKC'의 당시 노사 관계가 어떻게 다른 노사 관계와 다른가 하는 점을, 필자가 일일강사(一日講師)가 되어 설명하는 강의였다. 이 강의는 30년 만에 복학한 늙다리 학생인 필자가, 교수의 요청에 의해 종강 기념으로 실시하여 제법 큰 호응을 얻었었다.

특강 끝내고 지도교수와 마주 앉았다. 내 질문.

“논자시(논문 제출 자격시험)도 통과했으니, 이 제목, 이 내용으로 석사 논문을 쓰면 되겠지요?”

“석사논문으로서의 형식을 갖추면 되겠지요.” 지도교수의 다소 실망스러운 무덤덤한 반응.

“나는요~, 실은 이 주제 가지고 영어로 하바드 비지니스 리뷰 같은 저널에 실릴 정도의 수준 있는 논문을 쓰고 싶거든요.”

필자가 농담 섞어 웃으며 말했지만, 실은 절반쯤은 진담이었는데, 반응은 여전히 뜻밖이었다. 석사 논문은 내용이 문제가 아니라 엄격하게 기준에 맞추어 써야 통과가 된다는 것이었다.

틀에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아, 아쉽지만 까짓 거 그만 둬 버리기로 마음 먹으면서 물었다.

“김 교수, 경영대학원이 경영자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입니까, 경영학자를 양성하는 기관입니까?”

“…”

내 힐난에 김 교수는 대답 없이 어색한 듯 미소 지었다.

1968년, 40년도 훨씬 지난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무슨 생각에서 이었던지 야간 석사과정을 개설했다. 당시 필자가 근무하던 유공에 취업해 있던 서울상대 졸업생들이 다수 이 야간 과정에 응시했는데, 나도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그 대열에 합류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당당히 입학하였다.

도대체 이공계가 아닌 인문계 대학이나 대학원에서는 무엇들을 가르치고 배우는지 궁금했는데, 그 호기심 때문이었는지, 공과 대학 시절에는 그렇게 넌덜머리나던 공부가 생전 처음 재미있게 느껴졌었다.

밤 늦은 시간까지 회계학 분개(journaling) 숙제를 해가느라고 밤잠 설치던 기억, 생산관리 시험 도중 공식을 잊어버려 낑낑거리다가 공대 졸업생 수학 실력을 뽐내어 간단히 목적 함수를 미분, 공식을 유도해 내어 주위의 찬탄을 받던 기억, 카바레 외상 값 갚느라고 등록금 준비가 부족해 3학기 등록을 포기할까 하다가 함춘(含春)장학금을 받겠느냐는 학생과 전화에 번의(飜意)한 일 등이 아직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다.

세 학기를 마치고 졸업 논문 준비하려던 참에 학업을 부득이 중단하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필자가 당시 우리나라 석유화학공업의 제1호 사업인 나프타 분해시설 건설 사업에 막내 프로젝트 요원으로 투입되어 밤낮 없이 일에 매달려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때 중단된 공부를 30년도 더 지난 1999년 학기에 재입학 과정을 거쳐, 이어 마쳤는데, 논자시(論資試) 패스 하고도, 이번에도 그 놈의 형식인지 뭔지 때문에 논문은 쓰고 싶지 않아서, 결국은 30년 대학원 다니고도 석사는 못 되고 과정 수료자로 끝나고 말았다는 실패담이다.

경영대학원 이야기를 장황히 늘어놓는 이유는 이제부터 경영대학원에서 배우지 못하는 쉬운 경영법 이야기를 하려는 참이기 때문이다.
   

SKMS ‘최종현 사장학’의 경영법에서는 경영대학·대학원에서 과목마다 각각 두꺼운 원서를 선정하여 적어도 한 학기 이상 가르치는 기획관리, 재무관리, 생산관리 등 모든 커리큘럼을 쉽게 그 영양가만을 추출하여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단순화하여 정리하여 놓았다. 이를 이름 지어 ‘정적요소관리’라 부른다는 점은 앞에서 이미 설명하였다.

이 쉬운 경영학의 원조(元祖)는 역시 최종현 회장 자신인데, 어려운 영어 써서 현학적으로 써놓은 경영학 교과서에 익숙하던 필자 역시 처음 이 경영법을 접하였을 때 대단히 당황하였을 뿐 아니라, ‘이런 것이 경영법이라니’ 하고 좀 비하(卑下)하는 삐딱한 시선으로 보게 되었던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필자는 공과대학을 졸업한 엔지니어였든 만큼, 우선 손 쉬운 생산관리의 예를 들어보기로 하자. 1968년 경영대학원에서는 당시 생산관리의 원조(元祖) 격인 나웅배 교수가 한 학기, 미국에서 갖 귀국한 곽수일 교수가 OR(Operations Research)을 한 학기 영어 원서로 가르쳤는데, 공과대학을 졸업한 나마저도 귀찮을 정도로 수학이 제법 동원되어, 상과대학 졸업생인 같은 반 동료들이 골치 아파하던 기억이 새롭다. 그 골치 아픈 생산관리를 SKMS에서는 아래와 같이 수학 하나 쓰지 않고 쉽게 정의한다.

생산관리의 정의

가장 좋은 품질의 상품을 가장 싸게 만드는 것이다.

이 쉽고 당연한 정의에 대하여 군말 할 것이 있겠는가?
이렇게 간단히 정의해놓고 나서 아래와 같은 주석을 붙인다.

가장 좋은 품질의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품질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고, 가장 싸게 만들기 위해서는 자재관리, 인적관리 및 능력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1. 품질관리는 소비자가 요구하는 상품의 질을 충족시켜 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에 대한 질의 수준을 정하여 이와 같게 만들고 불량률이 0(零, Zero)이 되도록 하여야 한다.

가. 소비자는 다음 단계 사용자로부터 최종 소비자까지를 모두 포함한다.
나. 상품은 제품과 서비스를 말한다.
다. 서비스는 납기, 양, 운송, 포장, 품질보증 등을 말한다.

2. 자재관리는 좋은 품질과 싼 자재를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양을 공급 받도록 하여 이를 낭비와 손실 없이 사용하는 것이다.

가. 자재는 제품에 직, 간접으로 들어가는 원부자재, 운전용품, 포장재료, 동력(스팀, 전기, 용수) 등을 말한다.
나. 낭비는 필요량 이상으로 사용하여 버리는 것이고, 손실은 잘못 사용함으로써 불량을 발생시켜 손해를 가져오는 것이다.

3. 인적관리는 같은 일(양)을 적은 인원으로 하도록 하여 상품에 들어가는 단위당 인적 Cost를 줄이는 것이다.

가. 같은 일(양)을 적은 인원으로 하려면, 일에 알맞은 사람을 확보하여 교육훈련을 철저히 해야 하고 작업개선과 공정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나. 인적 Cost는 임금, 복리후생비 및 이와 관련된 파생비용 등을 말한다.

4. 능력관리는 주어진 설비로 최대한의 능률을 내고 설비를 개선하여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가. 최대한이라 함은 이론 계산치의 Full Capacity(최대능력)와 생산량이 동일함을 말한다.
나. 개선은 설비를 보완 개조하여 생산능력의 수준을 올리는 것이다.

독자 여러분, 이 정의와 이에 딸린 주석이 우습게 들리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필자가 최초 이 정의를 만나 고개를 갸우뚱거렸을 때 그랬던 것처럼, 생산관리를 현장에서 경험해 보지 않은 책상물림일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생산관리의 참 현장에서는 여기 써진 한마디 한마디가 실천의 지침이 되며 완벽한 점검착안사항의 리스트가 된다. 이 정의들 중 첫 번째 품질관리를 골라 현장에서 활용하던 체크리스트 질문으로 바꾸어 보자.

1. 품질관리

우리 상품의 소비자는 누구 누구인가?

소비자의 각 단계에서 요구하는 제품 질의 수준은 무엇이며 우리 제품 수준은 이와 같은가?

소비자의 각 단계에서 요구하는 서비스(납기, 양, 운송, 포장, 품질보증 등)는 무엇이며 우리 서비스 수준은 이와 같은가?

불량률은 0인가?

더 많은 질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며, 다른 3개의 관리요소, 자재관리, 인적관리, 능력관리에 대해서도 위와 같은 질문의 매트릭스matrix를 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도록 현장을 관리하면 경영대학원에서 생산관리 여러 학점 전공하지 않아도 완벽한 생산관리가 된다.

생산관리를 떼어내어 예로 들었지만, ‘최종현 사장학’에서는 기획관리를 위 뚜껑, 회계/재무관리를 아래 뚜껑으로 하여 인사, 조직, 마케팅, 생산, 연구개발, 구매, 안전, PR, 정보 등의 관리를 각기 일과 성과를 잘 담기 위한 포도주 통(桶)의 외벽 판자로 삼는 관리요소로 망라하였다. 또한 관리요소 각각을 관리하는 주체들이 독자성을 과도하게 주장하는 경우, 통에 누수(漏水)가 있을 것을 염려하여 요소 간 연결 부위에는 일이나 성과가 새어 나가는 일 없도록 '자발적 코오디네이션'이라는 '동적요소'를 몰탈(mortar)로 활용하도록 촉구하였다.
다음 장부터는 너무 세부적이 될지 모르지만, 각 정적요소에 대한 정의와 운용에 대한 주제를 다소간 다루어 보겠다.

[다음 회에는 ‘기획관리’가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