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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양꼬치집, 시범 케이스로 털어라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5.25 11: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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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노란 털빛을 가진 소(牛)임을 DNA 검사로 입증한다?

홈플러스가 한우 세트에 대한 신뢰 제고를 위해 과학 기술을 동원해 화제를 모은 게 불과 얼마 전이다. DNA 및 유해성 잔류물질 검사를 거쳐 그야말로 ‘안심 한우’만을 공급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DNA를 검사하면 한우인지, 외국에서 들여온 소인지 알아낼 수 있다는 점을 ‘한우 프리미엄’이라는 국민 정서에 활용한 성공적인 마케팅 접목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더욱이 홈플러스의 한우에 대한 다른 노력들도 재미있다. 사실 한국인들도 잘 모르고 넘어가기 쉬운 ‘한우데이’ 행사로 한우를 싸게 쌀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일에도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이런 점도 ‘한우=한우를 믿고 살 수 있는 홈플러스=재미있는 홈플러스 한우 마케팅’으로 연상 작용을 일구는 데 한몫 했을 터이다.

일명 ‘오원춘 사건’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와중에 홈플러스 성공 케이스를 생각해 본다. 토막 살인 사건에 어느 정도 둔감해진 게 한국 상황이지만, 작은 조각들로 포를 뜬 엽기성을 받아들이기엔 충격이 너무 컸던 탓이다. 이 같은 전문적 해체 솜씨에 사람들은 한 두 번 해 본 게 아닐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여죄 가능성에 관심을 가져 왔다.

경찰이 서둘러 사건을 매듭지었다는 불만은 이런 부분에서 출발한다. 경찰의 112 신고 대응 실패를 덮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보다 큰 무엇인가가 있어서 이런 조치를 취한 게 아니냐는 음모론까지 나도는 게 현실이다. ‘인육 유통 조직 연루설’ 등 루머는 이런 납득이 잘 가지 않는 여러 정황에서 자라고 있다.

문제는 이런 인육 조직 관련설이 국내에 들어와 있는 중국인(조선족 포함)들에 대한 인육 섭취 가능성, 그로 인한 극도의 혐오감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근래 중국과의 교류가 늘면서 늘어난 ‘중국식 음식점’들을 겨냥한다(한국화된, 자장면을 중심으로 한 중화요리 가게가 아니라 중국 본토 요리에 가까운 특히 동북3성식 음식점).

즉, 여기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중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혹은 중국 체류 경험이 있거나 호기심으로 중국식 음식을 찾는 한국인을 상대로 하는 가게들, 그리고 그들이 취급하는 양고기에 대해서까지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네티즌들은 수원 사건의 '인육 유통 조직 연루설' 제기는 물론, 국내 유통 양고기 중 일부가 혹시 양고기로 위장한 인육이 아닌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이는 물론 이들 네티즌들에 대해 ‘제노포비아’ 경향이라 나무랄 일은 아니다. 중국인에 의해 단순 살인으로 보기엔 납득이 어려운 잔혹 범죄가 자행됐고, 중국 내에서 꼬치용 양고기 등에 대해 각종 못할 짓을 해 왔다는 외신은 이미 익숙한 데다(쥐고기를 양고기로 속여 판다든지) 노린내가 있는 양고기를 즐기기 위해서는 각종 즈란 등 양념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는 점도 작용한다. 알다시피 양념을 많이 쓰면 신선도는 물론 어느 고기인지도 숨길 여지가 생길 수 있다. 이런 여러 상황에 경찰에 대한 극도의 불신까지 버무려진 결과가 바로 중국인들이 자기들끼리 먹는 것도 모자라 양고기 명목으로 인육을 유통시키는 게 아니냐는 괴담이다. 어느 모로 보나 전형적인 ‘도시 괴담’이지만, “당신도 양꼬치집 드나들다가는 어느 새 모르고 인육을 먹을 수 있다”는 경악스러운 내용은 이미 이성에 호소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제안한다. 이 쇠고기가 한우인지도 가려내고, 비싼 다금바리인지 능성어인지까지 가려내는 세상이다. 논란이 되는 것은 풀어주는 게 순리이고 국록을 먹는 행정관청의 사명이다. 그렇잖아도 쥐고기의 양꼬치 둔갑이라는 중국발 뉴스로 비위가 상하던 참이며, 한국에서 장사하는 중국식 꼬치집들이 저런 악질적인 장난질에서 자유로운지도 검증해 봐야 할 계제였다.

양고기가 제대로 된 위생 상태로 공급, 유통되는지 의심할 부분이 전혀 없는 게 아니라면, 이 참에 위생 검사도 할 겸, 무슨 고기인지 검사 잣대를 들이대 보는 것도 무익한 행정력 낭비는 아닐 것이다.

대체로 행정력이 우습게 보이는 데 네 가지 경우가 있다. 일을 제대로 할 능력이 없거나, 그럴 의지가 없는 경우다. 아울러 문제의 꼬투리가 어쩌다 잡혀도 잘 처리하지 않는다는 뒤처리 미비가 세 번째다. 넷째는 뭐냐고? 바로 이런 모든 게 겹친 경우일 것이다. 이런 네 가지 없는 기관으로 보이면 경찰이든, 위생 당국이든, 일선 지방자치단체이든 간에 일을 제대로 하기 어렵다.

   
 
이번에 양꼬치 괴담을 잠재우지 못하면, 그저 악성 루머에 대응 못하는 사례로만 기록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 고기가 유통된다는 의혹 문제를 해결 못하는 것은 북한 같은 늘상 굶주림에 시달리며 지도자에 대한 광신에 늘 찌들어 있는 종교 집단에서나 가능할 일인데, 잘못 하면 미개한 북한만 못하게 평가받을지 우려된다. (인육 유통이든, 원산지 표시 위반이든, 위생 미비든) 모든 범죄인을 잡아내진 못하겠지만, 걸려 들면 끝장을 보겠다는 것을 보여 주지 않으면, 한국에서 양고기와 공직자들이 설 자리는 없다.

아울러, 이렇게 시범 케이스로 철저히 터는 것은 잔인한 탄압이 아니라 양고기 파는 것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누명 벗겨 주기라는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