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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고다음, 부당한 구조조정 때 거대한 저항 맞을 것”

[인터뷰] 에르고다음다이렉트 안규환 지부위원장 격정 토로

이지숙 기자 기자  2012.05.24 16: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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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악사그룹이 에르고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 인수를 발표한지 보름가량이 흘렀다. 악사그룹은 에르고다음 인수를 알리며 동시에 온라인 자동차보험 시장 1위 점령 목표를 강조하는 모양새다. 시장점유율을 23%까지 상승시키게 된 악사는 1위 자리 탈환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업계는 인수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에르고다음을 평생 직장으로 생각해 온 사원들의 분위기도 좋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장기 적자로 경영정상화를 위해선 인수기업이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들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손해보험노조 ‘에르고다음다이렉트 손해보험지부’ 안규환 지부위원장을 만나 고용승계를 앞둔 근로자들의 불안과 고민, 앞으로 노조의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안규환 지부위원장은 이번 매각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경영전반에 중복요소가 너무 많아 적자를 개선하고 수익을 내는 것이 여전히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안 지부위원장은 “양사가 계속 적자상태였던 만큼 합쳐놓으면 적자폭이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며 “노하우나 브랜드파워에서는 이점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것이 회사 운영의 핵심이 될 순 없다”고 강조했다.

◆ 시너지 없는 인수, 대규모 구조조정 우려

안 지부위원장은 손보업계 불황, 에르고다음다이렉트의 계속된 적자와 M&A가 이뤄진 상황에서 일정부분 구조조정은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같은 경영환경의 두 회사가 합쳐졌을 때 향후 성장가능성 및 탄력적 운영을 위한 구조조정 규모를 생각하면 최종 승인을 심사 중인 감독당국이 승인을 불허했으면 한다는 입장이다. 안 위원장은 이와 관련, ‘악사가 아닌 다른 곳이 상대였으면’ 한다는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안규환 지부위원장은 “인수 발표가 난 다음날 금융위원회를 찾아가 노조의 반대 입장을 전했다”며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인수대상자를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차라리 악사와의 M&A가 아니라 온ㆍ오프라인의 결합 또는 자동차보험 라이센스가 없는 곳이 인수했으면 우리도 크게 환영했을 것”이라며 “감독당국이 신중할 것이라 믿고, 가장 좋은 방안은 악사가 아닌 다른 회사와 인수협상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악사의 인수발표가 있은 다음날 금융위원회를 찾아가 인수반대 입장을 전달했다고 한다.

안 지부위원장은 “금융위 또한 부실 가능성 등 충분히 상황을 고려하고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들려주었다”며 “노조의 가장 큰 걱정은 얼마만큼의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인가 하는 점으로 부당한 구조조정이 발생한다면 그에 맞서 대항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 한국 배제한 그룹 차원 일방적 결단

이밖에도 그는 매각 과정과 회사의 태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매각과정이 회사 임원들에게까지도 비밀에 부쳐진 채 이뤄졌기 때문이다.

안 지부위원장은 이번 M&A는 독일 뮌헨리그룹과 프랑스 악사그룹간에 이뤄졌으며 에르고다음다이렉트 한국 임직원들은 그 사실에 대해 통보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M&A뿐만 아니라 기존 회사 운영 또한 핵심부분에는 그룹사 사람들인 외국인이 차지하고 있었다”며 “그렇다 보니 보험료 인상에도 독일로 일일이 승인을 올리고 검증단이 내려오는데 2~3달이 걸리는 등 국내 보험시장과 전혀 맞지 않는 운영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이번 매각 또한 국내 에르고다음 임직원들은 서류를 만들라는 지시가 떨어지면 그때서야 대략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고 설명했다.

◆ 구조조정 필요시엔 확실한 보상 필요

그렇다고 지부가 에르고다음의 구조조정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경영환경 개선이 필요한 만큼 공정하게 구조조정안이 마련된다면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안 지부위원장은 말했다.

그는 “약 20%선에서 1년6개월~2년 정도의 급여보상과 학자금을 보조해주면 공정하다고 볼 수 있을 듯하다”고까지 말했다. 다만 “만약 구조조정이 진행된다면 조합과 합의해야 한다는 방안 또한 지켜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적자행진을 지속한 만큼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불합리한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면 강력히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업계는 에르고다음이 적자행진을 지속한 만큼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르고다음은 현재 시장점유율 7.6%에 50만명의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지속적인 손해율 상승 등으로 약 3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악화된 경영환경으로 인수가격은 ‘500억 안팎’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256억원 규모로 시작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시장은 지난 10년간 2조7500억원에 이르는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등 100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속적인 보험료 인하, 손해율 상승, 대기업 시장참여 등으로 한동안 기업들의 경영악화 현상이 계속됐다.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은 사업비 절감을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오프라인보다 사업비를 크게 줄이지 못해 기업들이 흑자를 내기 힘든 점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한편 에르고다음은 불합리한 구조조정 시 투쟁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노조의 역사가 오래되지 않았고, 아직 규모가 크지 않은 점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안 지부위원장은 “작년 1월에 생겨난 노조는 현재 약 50여명의 조합원으로 이뤄져 있다”며 “전체 정규직 300여명에 비하면 너무 소수여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지금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조합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조합원들의 고용이 지속된다는 전제하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일방적인 강요가 아니라 대화채널을 열고 합당한 절차를 밟아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