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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페이퍼컴퍼니, 현대미포조선부터 론스타까지

노현승 기자 기자  2012.05.24 09:5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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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다소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법인격 부인론(piercing the corporate veil)'이라는 법 용어가 있다. 이는 법인격을 박탈하지 않고 그 법인격이 남용된 경우에 한해 회사의 독립적 법인격을 제한함으로써 회사형태의 남용에서 생기는 폐단을 교정하고자 하는 이론이다.

이에 해당하는 사건으로 과거 1988년 11월 현대미포조선소 사건이 있다. 외형상 여러 별개의 회사로 되어 있지만 선박의 실제상 소유자는 한 회사이고 나머지 기업들은 편의를 위해 형식적으로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들이었다. 결국 법률 적용을 회피하기 위함이었던 것이다.

이 사건은 각각이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는 회사라는 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하거나 법인격을 남용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며 사건은 종료됐다.

최근 이와 닮은 판결이 나왔다. 론스타펀드III 사건이 그것이다. 론스타는 벨기에에 설립한 스타홀딩스를 통해 서울 강남구 역삼동 스타타워를 인수했다가 되팔아 245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하지만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았던 것. 이에 대법원은 지난 23일 16억원 규모의 법인세를 부담하라는 판결했다.

이에 앞서 론스타는 한국·벨기에 조세조약 중 '주식 양도로 인한 소득은 판 사람 거주국에만 과세한다'는 조항에 따라 역삼세무서에 비과세 신청을 했다.

이에 역삼세무서는 "스타홀딩스는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에 불과해 한국·벨기에 조세조약이 적용되지 않는다"며 과세를 신청했다.

   
 
대법원도 결국 이러한 과세 판단이 정당하다고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번 판결로 조세 회피 등 불량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일명 '페이퍼 컴퍼니'에 대해 우리 법이 보다 강력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바란다. 펀드 등 투기 세력의 세금 절약 시도가 앞으로 어느 정도 차단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