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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인사위원회, 솜방망이 징계 ‘도마 위’

여수시 중징계 재심의 요구에도 경징계

장철호 기자 기자  2012.05.23 15: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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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전남도가 공직 비리 척결을 위해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상급자 연대책임제를 도입했으나, 솜방망이 처벌로 제도를 유명무실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기초자치단체가 공직자 비리를 일벌백계하려던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가 하면, 비위자를 영전시켜 공직기강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비난이다.

◆ 기초자치단체 중징계 재심 요구에 경징계...승진 대가 5000만원 건네도 정직

23일 전남도와 여수시 등에 따르면 전남도 인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한 모 전 여수시 상하수도사업소장에 대한 재심의에서 경징계 견책을 확정, 지난 5월17일 여수시에 통보했다.

여수시는 한 소장이 석창교차로 상수도 이설공사 과정에서 민원이 발생했음에도, 현장에 가지 않고 시장에게 허위보고를 했었다고 밝혔다.

특히 여수시는 거문도 해수담수화 시설 공사 등에서 근무태만과 명령불복종 등의 사유로 지난 1월25일 한 소장을 직위해제 후, 전남도에 중징계 의결을 요구했다.

하지만 전남도 인사위원회는 지난 3월6일 중징계가 아닌 경징계 견책처분을 내렸고, 여수시는 재심의를 요구했으나, 지자체의 개혁의지를 비웃기라도 하듯 또다시 경징계 견책을 결정한 것.

또 전남도 인사위원회는 지난 4월15일 구례군 사무관 승진 청탁명목으로 5000만원을 건네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2심에서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은 임 모 사무관에 대해 중징계 정직 3개월을 통보했다.

무엇보다 2심 재판부가 대가성이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직 처분을 내린데 대해 당시 전남도공무원노동조합과 공무원노조 구례지부는 "매관매직으로 공직자의 위상을 떨어뜨렸다"고 비판했다.

특히 임 사무관으로부터 제3자를 통해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서기동 구례군수 사건이 상고 중이기 때문에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최악의 경우 실형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어서 선급한 징계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여수시민 윤 모씨는 "전남도 인사위원회가 지자체의 중징계 요구를 묵살하고, 재심에서까지 경징계를 결정한 것은 개혁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면서 “많은 제도를 만들어 놓고 스스로 제도를 부정하는 꼴"이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전남도 관계자는 "인사위원회는 행정부지사를 위원장으로 내부 4명, 외부 4명이 위촉해, 당사자의 의견과 범죄 혐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징계 의결했다"면서 솜방망이 징계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전남도는 올해 2차례의 인사위원회를 개최, 20건의 지자체 중징계 요구에 12건을 경징계로 확정, 통보했다.

◆ 전남도 연대책임제 등 유명무실...임기말 레임덕 지적도

전남도는 지난해 각종 공직 비리로 몸살을 앓았었다. 하지만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와 상급자 연대책임제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터지는 비리는 온정주의 처벌과 함께 임기말 조기 레임덕 현상이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지난해 12월 해양수산과학원 진도지소 직원과 전 소장이 감태기술 이전을 대가로 4000여만원을 뇌물로 받았고, 연구활동비 46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또 지난해 7월에는 장흥지소 직원(6급)이 어민에게 지급해야할 연구비 등 5700여만원을 빼돌려 유흥비와 부서 회식비로 유용하다 구속됐다.

앞서 지난해 6월에는 사방댐 건설 공사를 맡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돈을 받은 도청 6급 공무원이 구속됐으며, 전남문화산업진흥원도 직원 채용 비리로 모 지역 부군수와 진흥원 전현직 직원 3명이 불구속 입건됐었다.

당시 해양수산과학원장은 성과급 대상에서 제외됐지만, 올 1월 인사에서 진도부군수로 영전해 전남도의 연대책임제가 말뿐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남도민 신 모씨는 "전남도가 원스크라이크 아웃제와 연대책임제를 실시해 비리척결을 하겠다고 하지만, 전남도의 징계는 갈수록 솜방망이가 되어 가고 있다"면서 "3선 박준영 전남지사의 레이덕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전남도는 국가청렴위원회 평가에서 지난 2009년 4위에서 2010년 12위, 2011년 15위로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