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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안개 속 민영화 재시동 ‘내우외환’

[긴급진단] 110여년 역사 속 순탄하지만 않은 금융 본가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5.22 12:5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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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우리금융그룹이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로 주목받고 있다. 우리금융의 1분기 668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시장컨센서스를 14.9% 상회하는 수준이다. 일회성 요인인 하이닉스매각익을 빼더라도 1분기 경상실적이 5000억원이 넘는다. 더욱이 3월말 기준 우리은행의 핵심예금은 24조4600억원으로 신한은행의 20조6650억원보다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이면에는 건전성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HMC투자증권 이승준 연구원이 2분기에도 자산건전성 비용이 추가적으로 2000억원 가량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향후 부실여신 처리규모가 실적 수준을 결정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은 우리금융의 대들보인 우리은행의 ‘위기관리능력’이 시험에 들었음을 방증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은행은 오랜 공적자금 시대의 부작용으로 혼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수한 실적 이면의 위험 요소들을 살펴 본다.

당국이 우리금융그룹 민영화에 본격적으로 재시동을 걸면서 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히 경영권 프리미엄을 염두에 두고 분할매각 없이 통째로 매각한다는 점, 외국인에게도 문호를 개방한다는 점 등에 이어 상법 시행령 개정 등으로 합병이 쉬워지면서 ‘매각이 아닌 금융지주간 합병’이라는 선택지가 떠오른 점 등 이슈가 만발하고 있다.

대등 합병론, KB와 농협 ‘도리도리’ 왜?

   
우리금융 민영화 와중에 KB금융과 합쳐진다면, 이는 필연적으로 메가뱅크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KB와 우리측 합병을 반대하는 뜻을 밝힌 KB 노조원들의 성명서.
하지만 이러한 합병 추진 방식에 대해서 막상 우리금융을 끌어안을 여력과 자기 기반이 충분한 조직들은 고개를 젓고 있다.

특히 대등 합병론의 수혜자가 될 것으로 꼽혔던 KB금융그룹이 어깃장을 놓으면서 우리금융 전반에 대한 ‘위상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2일 한 행사에서 KB측 고위 관계자는 “정부 지분이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한 합병 추진은 어렵다”는 입장을 기자들에게 밝혔다. 이는 당국이 인수는 어려워도(금융지주간 매각 방식은 지난 번에 추진됐으나 당시 법률상 허점으로 인해 사실상 추진이 어려운 것으로 판명됐다) 합병은 괜찮을 것이라며 일부 예금보험공사 지분이 남더라도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단 것과는 극심한 온도차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거칠게 표현하면 ‘어떤 형태로든 정부 측 지분이 한 톨 이상 남아있는 한, 민간금융그룹인 KB로서는 발 담그기 싫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실상 ‘특정 오너 없는 공기업’이나 마찬가지로 묘한 위치가 될 수 있고, 수시로 끌려 다니며 고생만 하는 과거의 선례를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이런 좋지 않은 선례 중 하나인 포스코와 그렇게 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우려를 사는 우리금융은 이번에 ‘파이시티 비리’에 나란히 사람들 입방아에 오르내리게 된 인연도 갖고 있다.
   
KB금융의 주력인 KB국민은행 노조원들은 우리금융(우리은행 등)과 합쳐질 경우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울 뿐더러 메가뱅크 논란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특히 이번에 합병을 시도하면 우리금융의 예금보험공사 지분 정리가 완벽히 이뤄질 때까지 관치 금융 우려가 있다는 가능성에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준국책은행이라는 블랙홀

국책은행도 아닌, 그렇다고 민간은행도 아닌 묘한 위상. 이란 봉쇄 사태에서 보듯, 미국 등 외부에서는 우리은행을 ‘준국책은행’이라는 어중간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한국이 석유 수입 문제에 있어 준국책은행과 자금거래를 하고 있다는 전제 하에 판단을 한 것이다.
그 묘한 위상 때문에 일반 금융기관 내에선 일어나기 어려운 우려스런 일들이 적잖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 우리금융(표면적으로 우리은행이 가장 두드러지겠지만)이 지금도 충분히 문제인데,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이 짐을 떠맡을 수 없다는 위기감에 KB가 도리질을 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문제는 동병상련 지위라고도 할 수 있는 NH금융 쪽에서도 우리금융-우리은행을 KB와 별반 다르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NH금융 신충식 회장도 우리금융 인수 문제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 이는 액면상으로는 여력 문제지만, 실상은 금융-산업 분이 등 대업 마무리와 전문성 강화 등을 해야 하는 처지에 무리수를 둬 가면서까지 잡을 상대가 아니라는 평가 요소가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다분하다.

총무부 직원 수뢰 논란 등 내부 균열

검찰은 우리은행 총무부 직원이 광고 시설물 관련으로 업자에게 금전을 수수하고 뇌물도 받은 혐의를 수사해 실제 유죄 판결이 나올지 주목된다.

   
우리금융 민영화와 관련, 우리은행에서 행장을 지낸 바 있는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 이덕훈 회장이 인수 가능성 발언을 내놔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모펀드가 아닌 KB금융 등 큰 금융그룹에서는 유의미한 움직임을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서울 회현동의 우리금융 본사.
이번 사건을 보면 토호가 자기 권한 이상을 휘둘러 가렴주구하는 상황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다. 이 사건을 예기로 우리금융, 특히 주력 산하 금융기관인 우리은행의 비리 패턴을 보면, 과거 관공서에서나 발견됐을 법한 류의 호가호위형 사건이 성행한다는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관계자의 경우 억대에 이르는 금품을 수수한 데다, 차량을 제공받는 등 죄질이 나빠 수사기관에서도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랜저 검사 사건’ 등 유사 사례에서 보듯, 권력과 업무 처리 재량 발휘에 따른 대가성 논란 등으로 질이 좋지 않은 범죄 케이스로 읽힌다. 해당은행 관계자는 “직무정지를 시켰고, 이런 경우 형사 처벌 외에도 은행 내부에서 자체 징계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조흥은행(현재는 신한은행에 합병) 400억원 사건 등 보통 전형적인 금융기관 사고가 횡령 형태 혹은 대출알선 커미션 등 즉 재산범 형식으로 나타나 왔는데, 우리은행의 경우는 특히 이런 경우들 외에도 △ 관청의 압력에 따른 부정한 대출 행사 △ 배임과 이를 통한 수뢰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볼 수 있다.

이 배경으로는 권한에 대한 제어나 사후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많이 남아 있고(여러 금융기관들이 합쳐지고 아직 많은 자회사들이 있는 등으로 혼선 가능성), 정부 지분 문제로 압력을 받기 쉽다는 점 막상 감사 체계나 직무감찰 등을 의식해야 하는 공직보다 느슨하다는 논란, 조직 스스로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하려는 마인드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점 등으로 요약된다.

2006년 초에 우리금융이 IT구매 위탁 추진을 발표한 것은 각종 입찰 등 돈이 오가는 문제에서 리베이트 혹은 커미션 같은 부정이 낄 소지가 다분하고, 실제로 이에 대한 반성에서 이러한 입찰대행이 도입 검토된 것이다. 전문업체에게 구매물품에 대한 범위를 지정하고, 최저가 방식으로 제품을 선정해 공급받아 부패 소지를 줄인다는 것이었다.

2005년에는 일명 ‘유전의혹’ 사건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가 철도교통진흥재단이 우리은행에서 650만달러를 대출받게 된 과정이 적절했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한 적도 있다.

이번에 파이시티 관련 논란에서 이팔성 회장 관련 구설수가 있었던 점도 이런 상황과 전반적으로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는 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