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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업둥이 한양대의 로마법 콜렉션 ‘뭉클’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5.22 11:3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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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양대학교가 수천여권에 달하는 법학 관련 장서를 사들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한양대의 이번 행보는 돈으로만 따져도 4억원 가량이 든데다, 여러 국내외 대학에서 탐을 내 치열한 인수전이 있었다고 해 작은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한양대는 알다시피 명문대 중에서도 공대나 법대 등 실용 학문 분야가 강한 특징이 있는 학교입니다.

그런데 이번 장서들은 평소 한양대의 실용적 이미지와는 좀 다릅니다. 이번에 인수가 성사돼 일명 ‘슐츠·플루메 문고’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 장서들의 내막은 이렇습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재직했던 로마법학자인 프리츠 슐츠(1879~1957) 교수와 독일 본대학 베르너 플루메(1908~2009) 교수 등 타개한 석학들이 100년간 모은 책 3000여권이 새 둥지를 튼 것인데요. 15세기 중반부터 20세기까지의 희귀 법학 전문 서적이라는 점이 이채롭습니다. 콜렉션 중 일부는 아직 독일에 남아있는데 내년쯤 모두 한국으로 옮겨질 것이라고 합니다.

그 동안 한양대의 경우 실용 학풍으로 인해 순수 학문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가려져 왔습니다. 또, 법대가 빠르게 성장하는 와중에, 다른 대학에서 우수 인재를 데려와 고시 합격자 수를 늘리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한때 떠돌기도 했습니다. 일명 ‘업둥이 논란’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실용성과 결과 위주만 한양대가 강조해 왔다고 생각하면 ‘오해’입니다. 한양대는 중국문제연구소라는 기관을 오래 전부터 키워왔습니다.

중국문제연구소에서는 지금은 작고한 리영희 교수(원래 이 분은 신문방송학과 소속이었는데)가 중국을 연구해 온 터전 역할을 했습니다. 아울러 중국이 과거 적성국가이던 시절, 중국에 관한 연구를 하려는 사람도 드물었던 때에 이런 공간이 마련돼 있었던 점은 상당한 학문적 성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한된 상황이나마 인민일보나 홍기 같은 중국 본토의 1차 자료를 직접 볼 수 있게 됐을 때의 감회를 리 교수가 훗날 잊지 않고 피력했을 정도인데요.

짧은 기사를 쓰더라도 우리 회사에 쌓여있는 본인이나 동료, 선배들의 데이터를 이리저리 활용한 것과 여기저기서 간접정보나 전문(얻어들은)을 통해 상황을 투영하는 것은 기사의 그림에서 상당한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사도 그럴진대, 하물며 학술 연구야 오죽할까요. 알다시피, 학술 연구를 할 적에 1차 자료로 공부를 하는지, 2차나 3차 자료로 들여다보는지는 하늘과 땅 차이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 이번에 한양대에서 로마법 등 각종 법학의 원전에 해당하는 분야에 투자를 과감히 한 것이 중국문제연구소 못지않은 결실을 언젠가 거두는 데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