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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보감]너무 높아도, 너무 낮아도 발 건강에 악영향

서동현 정형외과 전문의 기자  2012.05.21 15: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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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모임이나 회식 때 좌식 식당에 가면 신발 벗기가 꺼려져요.” 직장인 한 모(여, 27세) 씨는 특히 여름이 되면 곤혹스럽다. 신발 속에 감춰진 못 생긴 발 때문이다. 키가 작은 것이 콤플렉스인 그녀는 대학 입학 이후로 8년째 10cm 이상 높은 하이힐만 고집했는데, 그 때문에 발이 변형되었고 근래에는 통증까지 심해져 정형외과를 찾았다.

엄지발가락 휘게 하는 최대의 적, 폭이 좁고 높은 하이힐
한 씨의 병명은 무지외반증으로 무지, 즉 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휘는 발 변형 질환이다. 선천적인 경우도 있지만, 오랫동안 높고 폭이 좁은 구두를 신어 발끝이 무리하게 조여지면서 무게 중심이 앞쪽으로 쏠려 발가락에 압력이 가해져 발병하기 쉽다. 외관상으로 보기 좋지 않고 발가락 관절이 붓고, 발가락뼈를 둘러싼 골막에 염증이 생겨 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15~20도 이상 휘어질 경우 치료가 필요하다. 이 질환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5배 정도 높게 나타나고,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이 격한 운동을 할 때 발생하기도 한다. 양쪽 발에 모두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한쪽에 보다 심하게 나타난다. 무지외반증은 20대에 발병할 확률은 낮지만, 최근에는 아름다운 각선미와 옷맵시를 위해 높고 폭이 좁은 하이힐을 즐겨 신는 젊은 여성들이 늘어나면서 무지외반증을 비롯한 각종 발 질환을 호소하는 20대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무지외반증은 의사와 상담을 통해 병력과 증상을 확인하고 방사선검사를 통해 비교적 쉽게 진단할 수 있다. 초기 무지외반증은 보조기구나 특수신발 등으로 증상이 호전되기도 하지만 발가락 통증이 심하거나 휘어진 엄지발가락으로 인해 다른 발가락까지 변형되었다면 수술도 고려해야 한다. 무지외반증 교정수술은 발가락과 발 허리뼈 등 어긋나 있는 주변 구조를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족부질환 전문의에게 시술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플랫슈즈, 낮다고 방심하다 발바닥 근육에 염증 유발
발을 편하게 한다고 알려진 플랫슈즈도 발 건강에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1mm미만의 낮은 굽은 바닥에 쿠션기능이 없어 지면으로부터 받는 충격을 그대로 발바닥에 전하고, 하이힐보다 발뒤꿈치에 무려 1.4배의 높은 압력을 받게 한다. 발바닥에는 족저근막이라는 근육이 있어 발바닥에 전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발바닥과 뒤꿈치에 전해지는 충격들이 이 족저근막에 지속적인 손상을 줘 통증으로 유발하는 염증을 족저근막염이라고 한다. 급격한 체중 증가나 노화 현상의 하나로 발생하기도 하지만, 젊은 여성의 경우, 하이힐뿐 아니라 플랫슈즈, 조리 등 굽이 없는 신발을 오래 신을 경우에도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발바닥과 발뒤꿈치에 통증을 동반하는 족저근막염 증상을 방치하면 만성 통증으로 발전할 수 있어 생활에 불편을 줄 수 있다. 또 보행 습관이 변해 다리 전체, 무릎, 엉덩이, 허리까지 통증이 전이될 수 있어 가급적 빨리 치료받는 것이 좋다. 족저근막염은 간단한 비수술 요법으로 증상을 상당히 호전시킬 수 있는데 보통 ‘체외충격파’를 통해 치료한다. 아픈 부위에 충격파를 쏴서 족저근막이 정상적인 조직으로 되살아나도록 하는 시술로 3회 정도만 받으면 80% 정도까지 호전된다. 증상이 심한 경우 MRI 등 정밀 검사를 한 후, 근막 일부를 절개하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족저근막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4~6cm 정도로 적절한 높이의 신발을 착용하거나, 쿠션이 있는 운동화를 신고 딱딱한 바닥에는 푹신한 깔창을 넣어 신는 것이 좋다. 또한, 평소에 발가락으로 수건 집어 올리기, 허벅지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주고, 통증이 생기면 충분히 휴식하고 얼음찜질, 차가운 캔 굴리기 등으로 염증을 가라앉히는 것이 현명하다. 그러나 통증이 지속되고 일상생활에 불편을 준다면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글: 은평힘찬병원 서동현 과장 (정형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