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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피는 보좌관보다 진하다

이보배 기자 기자  2012.05.18 17:3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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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19대 국회 개원을 코앞에 두고도 국회 내에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통합진보당의 경우 비례대표 부정경선을 시작으로 중앙위원회 파행에 이어 이석기·김재연 당선자의 사퇴 거부로 내홍을 겪고 있고, 새누리당은 전당대회를 마쳤지만 지명 당직자가 아직 결정되지 않은 가운데 친박 일색이라는 지적을 피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민주통합당 역시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론’ 때문에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원을 앞두고 고민이 있는 것은 국회의원 뿐만 아닙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의원을 보필하며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는 보좌관들의 고심도 깊어가는 모양새랍니다.

보좌관들의 속앓이는 19대 국회에 입성하는 당선자들 보다 먼저 시작됐습니다. 공천을 받지 못하거나 19대 총선에서 낙선한 의원들이 일찌감치 보좌관 물갈이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18대 국회의원들은 단 몇 달이라도 자신의 친인척을 보좌관으로 채용해 특별한 업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400~500만원의 월급을 챙겨주는 꼼수를 부렸다고 합니다.

이조차 의원이 직접 챙긴 경우도 있다고 하니 국회의원 임기 말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이에 갑자기 잘린 보좌관들은 생계를 위해 19대 당선자들에게 이력서를 넣고 있다고 하는데요. 60% 현역 의원들이 물갈이되면서 1000여명에 달하는 보좌진들이 치열하게 재취업 전선에 임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매번 의원 임기 초에도 이미 일부 몰지각한 의원들의 친인척 채용은 문제가 되어 왔습니다. 이로 인해 정작 ‘정책 전문가’나 경력있는 보좌진들이 구직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하니 이는 국가적으로도 인력 낭비와 혈세 낭비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친인척 채용’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자 ‘보좌진 바터제’까지 생겨나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국회의원의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둘 경우 성이 같다는 점에서 의혹을 살 수 있어 의원관 보좌진을 바꿔 등록하는 것이 바로 ‘보좌진 바터제’입니다.

나라의 살림을 책임져야 하는 국회의원들의 꼼수가 실로 대단합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장 생계가 막막한 보좌관이라도 자신이 보좌할 의원 선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겠죠.

특히, 19대 국회 시작과 함께 올해 말에는 대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보좌관들의 눈치작전도 대단합니다. 보좌관들의 이동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친박계 의원 보좌관들 사이에서 비례대표 당선자 선호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인데요.

보좌관은 대선 캠프에 합류하더라도 생활비 등의 이유로 의원실에 소속되게 되는데요, 아무래도 지역구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비례대표 의원실이 대선을 치르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보좌관은 국회의원에게 그림자 같은 존재입니다. 공약에서부터 정책, 국감, 청문회 자료집 등 보좌관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궂은일, 험한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국회의원의 눈밖에나면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떠는 것 역시 보좌진입니다.

자기 식구 돈 챙기기에 급급한 국회의원을 보좌하며 현실적인 고민에 힘들어하는 보좌관들이 안쓰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