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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감원, MS카드 IC전환 ‘책임회피 논란’ 피하려면…

이지숙 기자 기자  2012.05.18 14: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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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왕건의 전기에는 유화부인과의 특별한 첫 만남이 그려져 있다. 왕건이 송악에서 철원으로 가던 길에 목이 말라 우물가에 있는 유화부인에게 물을 달라 하자 물에 나뭇잎을 띄워 준 것이다. 유화부인은 갈증을 느끼던 왕건이 혹여 물을 급하게 마시다 탈이 날까 나뭇잎을 띄워 주었고, 왕건은 이 ‘센스 있는’ 여인과 훗날 혼인을 하게 된다.

최근 금융감독원의 정책을 지켜보면 급하게 냉수를 마시다 체하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갈증만을 해소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이 최근 마그네틱카드(MS) 사용제한 시기를 2014년 2월로 다시 연기하자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유보했던 MS카드의 IC전환 시행을 보름 앞둔 지난 16일 ‘준비 부족’을 이유로 들며 다시 연기한 것이다.

지난 3월2일부터 자동화기기에서 MS카드에 의한 현금거래 사용제한을 시범운영했던 금감원은 고객 불편사항이 제기되자 시행시점을 6월로 3개월 연기했으며 다시 이를 내후년 2월로 미뤘다.

금감원의 IC카드 전환정책은 2004년부터 8년째 추진 중이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최근 5년간 MS카드 복제 또는 POS단말기 해킹에 의해 발생한 카드 복제사고는 총 2만7940건으로 피해금액은 300억원에 이른다. 여전히 많은 소비자가 카드복제 위험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IC카드로의 전환 정책이 계속 지지부진하자 금감원은 ‘종합 대책’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금카드와 신용카드, 단말기 교체 등을 순차적으로 장기간에 걸쳐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금감원이 곧 시범운영에 들어가겠다던 6월이 다가왔는데도 여전히 MS카드의 IC전환율이 높지 않자 ‘책임회피’를 위해 이번 대책을 발표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또한 민관합동 TF를 열어 2차례 논의 끝에 이번 종합대책을 꾸렸다고 발표했지만 이전과 다른 대책방안을 찾아보기 힘든 점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가장 주목받았던 MS전용 단말기 교체 계획도 중대형 가맹점을 위주로 밴(VAN)사가 비용을 부담해 전환하는 중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 밴사 실무진들은 이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금감원은 민관합동 TF와 논의과정에서 밴사 대표자들과 합의된 사항이라고 주장하지만 그 후 보름이 지난 지금까지 실무자들이 내용을 모르고 있다는 것은 둘 사이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금감원은 지난 3월 MS카드의 IC전환 시범운영을 3개월 연기하면서도 은행의 좀 더 활발한 홍보를 주문할 뿐 큰 ‘대안책’을 내놓지 못했다. 결국 이러한 금감원의 태도는 ‘종합대책’이라는 이름하에 다시 1년 뒤로 시범운영을 미루는 것으로 이어졌다.

금감원이 ‘책임회피’ 지적을 피하려면 소비자 혼란 없이 MS카드 IC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이해관계자들 사이에서 중심을 잡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중장기대책으로 전환했다면 당장 표면적인 문제해결에 급급한 모습보다는 시장상황과 사후대책 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MS전용 단말기교체 문제도 더 이상 비용문제 회피를 위해 서로 눈치 보는 상황에서 벗어나 시장상황을 정확히 분석하고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통해 설득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물론 소비자들도 ‘복제’ 위험에서 벗어나고자 좀 더 적극적으로 카드 교체를 위한 행동해 나서야 할 것이다.

카드복제 예방을 위한 IC카드 도입은 분명히 필요하다. 8년간 시간을 낭비한 만큼 금감원이 좀 더 준비된 모습의 ‘종합대책’을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