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자동차 꽁무니에 붙은 ‘아이가 타고 있어요’ 문구는 방어운전 중이니 배려해 달라는 우회적인 표현입니다. 어느 날 부터는 그 앞에 한 어절이 더 붙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그냥 아이도 아닌 ‘까칠한’ 아이가 타고 있다는군요.
![]() |
||
까칠한 세상입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가리지 않고 ‘까칠하다’는 표현이 습관처럼 붙는데요. 본래 ‘야위거나 메말라 살갗이나 털이 윤기 없고 조금 거칠다’라는 뜻은 두꺼운 사전 속에서나 통하는 정의가 될 걸까요.
일상에서도 좀 까탈스러운 성격의 사람을 만나면 십중팔구 ‘까칠하다’는 꼬리표가 따라옵니다. 물론 “당신 성격 더러워”라고 직구 날리는 것보다야 점잖은 표현이긴 하네요.
문법적으로 사람의 성격에는 사용할 수 없는 형용사지만 기자들도 마치 ‘까칠하다’를 습관처럼 씁니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들의 기사 머리말에 ‘시크(chic)’와 함께 경쟁하듯 써재끼더군요. 초보 기자들 중 대부분은 이게 비문(非文)이라는 것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형용사 ‘까칠한’이 매체와 생활을 통틀어 홍수처럼 범람하는 데는 ‘얕보이기 싶지 않다’는 두려움 때문인 듯 합니다.
올해 초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29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재직 중인 직장에 왕따 문제가 있느냐’고 묻는 질문에 45%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과반이 넘는 58.3%는 ‘왕따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퇴사한 직원이 있다’고 했다는데요.
학교는 물론 직장에서도 왕따,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는 이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결국은 남 앞에서 강해보이고 싶은 심리가 ‘까칠한’ 매력으로 각광받게 된 게 아닐까요? 더불어 살기 보다는 강해보이고자 하는, 나아가 남 위에 올라서고 싶은 우리들의 속내가 드러난 것 같아 씁쓸한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