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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당신도 ‘까칠한 어른이’ 입니까?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5.18 12:3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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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자동차 꽁무니에 붙은 ‘아이가 타고 있어요’ 문구는 방어운전 중이니 배려해 달라는 우회적인 표현입니다. 어느 날 부터는 그 앞에 한 어절이 더 붙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그냥 아이도 아닌 ‘까칠한’ 아이가 타고 있다는군요.

   
 
도로 위에서 무심코 허튼 짓을 했다가는 ‘까칠한’ 아이가 창문 열고 손가락 욕이라도 날리는 걸까요. 배려를 바라는 부모의 간곡함이 협박으로 돌변한 순간입니다.

까칠한 세상입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가리지 않고 ‘까칠하다’는 표현이 습관처럼 붙는데요. 본래 ‘야위거나 메말라 살갗이나 털이 윤기 없고 조금 거칠다’라는 뜻은 두꺼운 사전 속에서나 통하는 정의가 될 걸까요.

일상에서도 좀 까탈스러운 성격의 사람을 만나면 십중팔구 ‘까칠하다’는 꼬리표가 따라옵니다. 물론 “당신 성격 더러워”라고 직구 날리는 것보다야 점잖은 표현이긴 하네요.

문법적으로 사람의 성격에는 사용할 수 없는 형용사지만 기자들도 마치 ‘까칠하다’를 습관처럼 씁니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선수들의 기사 머리말에 ‘시크(chic)’와 함께 경쟁하듯 써재끼더군요. 초보 기자들 중 대부분은 이게 비문(非文)이라는 것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형용사 ‘까칠한’이 매체와 생활을 통틀어 홍수처럼 범람하는 데는 ‘얕보이기 싶지 않다’는 두려움 때문인 듯 합니다.

올해 초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297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재직 중인 직장에 왕따 문제가 있느냐’고 묻는 질문에 45%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과반이 넘는 58.3%는 ‘왕따 문제로 갈등을 겪다가 퇴사한 직원이 있다’고 했다는데요.

학교는 물론 직장에서도 왕따, 집단 괴롭힘에 시달리는 이들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결국은 남 앞에서 강해보이고 싶은 심리가 ‘까칠한’ 매력으로 각광받게 된 게 아닐까요? 더불어 살기 보다는 강해보이고자 하는, 나아가 남 위에 올라서고 싶은 우리들의 속내가 드러난 것 같아 씁쓸한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