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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 사장학] 지구의 대표는 개미?

[제22강] 동적요소4 ‘커뮤니케이션’

허달 코치 기자  2012.05.18 10: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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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진행하는 코칭 워크숍을 다른 이름으로 바꾼다면 소통 워크숍 또는 커뮤니케이션 워크숍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시간 배정이 넉넉한 워크숍 같으면 가끔 아래와 같은 실험을 해보게 한다.

‘사랑’이든 ‘평화’든 아주 모두에게 잘 알려진 보편적인 단어 하나를 고른다. 그리고는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팀 구성원들에게 그 단어로부터 연상되는 다른 단어를 각기 열 개씩 쓰게 한다. 그 다음 구성원 다섯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 자기가 쓴 단어들을 맞추어 보게 하는 것이다.

다섯 명이 다 함께 공유하는 정확한 단어는 몇 개나 될까?

게임을 진행하기 전에 추측하도록 해 보면 적어도 열 개 중 3~4개는 공유하는 단어가 생겨날 것으로 모두들 기대한다. 그러나 실제 게임을 치러 보면 천만의 말씀이다. 아주 드물게 하나쯤의 단어를 공유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다섯 명이 모두 공유하는 단어는 열 개 중 하나도 없는 것이 통상의 경우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우리는 같은 단어를 놓고 각기 다른 연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궁극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는 언어 수단을 사용하여 벌이는 사람 간의 소통의 시도는 과연 얼마나 완벽히 이루어질 수 있을까?

최근 ‘신(神)’이라는 제목의 연작 소설을 발표하여 요즘 말로 ‘뜨고’ 있는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실제로 뛰어난 개미 연구가이기도 하다. 그의 소설 ‘개미’를 읽어보면 재미 있는 구절이 눈에 뜨인다. 개미는 완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생물이라는 것이다.

앞의 제11강 글에서 시너지 즉 집단 창의력을 저해하는 중요한 장애요소 중 하나로서 인간의 불완전한 커뮤니케이션을 들었는데, 베르베르의 이야기를 믿는다면 개미는 연결에 의한 시너지를 이루는데 인류보다 우수한 지구 상의 존재라고 말할 수 있겠다.

비슷한 맥락에서 필자가 강의 시에 사용하던 우화[寓話] 한 토막을 아래에 소개한다.

지금으로부터 몇 세기가 지난 뒤에 지구 밖에 사는 인류보다 더 발달한 문명을 가진 존재(ET?)가 마침내 지구를 공식 방문하기로 결정을 보았다. 그런데 그게 간단치 않더라는 것이다. 지구의 대표로 누구를 만나야 하는가에 논란이 생겼다는 것이다. 인간들은 ‘그야 당연히 만물의 영장인 우리가 대표지’ 하고 거들먹거렸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지구를 방문한 이 문명한 존재들은 개미를 지구의 대표로 삼아 회견을 하고는 인류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떠나려는 참이었다는 것이다.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받은 인류가 어찌어찌 탄원을 해서 이들을 만나 항의했다고 한다.

   

“어째서 당신들은 지구상의 가장 문명한 존재인 인류를 젖혀 놓고 개미를 대표로 만났느냐?” 이 질문에 대한 이들 우주적 존재의 대답을 들어 보자.

“내가 일러 주리라. 첫째 연고권면에서 개미가 수승[殊勝] 하니라. 개미는 이 지구 상에 몇 억년 이상을 거주해 왔거니와 너희는 겨우 3백만 년이 고작 아니더냐?”

“둘째 문명의 발전 단계를 참고함이니라. 너희 인간은 이제 겨우 유전자 조작의 문턱에 들어와 있으면서 다음 밀레니엄에는 어쩌면 유전자 조작을 받아들인 인류와 이를 거부한 인류가 공존할 가능성이 있다느니 어쩌느니 하는 초보적 단계 아니더냐? 개미를 보아라. 그들은 유전자 조작의 역사가 이미 1억 년에 이르러 그 행위가 이미 자연이 되었거니와 일개미, 병정개미, 수개미, 여왕개미, 심지어는 유모개미, 영양저장개미까지 필요한 개미의 종류와 수를 필요한 시기에 만들어 내지 아니하냐? 너희들이 고작 문명이라는 것을 만들어 이제 해놓은 일이 무엇이냐? 자연과 더불어 살지 못하는 문명이 너희 생각에 과연 어떠하냐? 한 십만 년은 갈 것 같더냐, 아니면 만년 남짓이면 그만 도태되고 말 것 같더냐?”

“셋째 너희들은 언어와 문자 있음을 자랑하여, ‘우리가 의사소통의 능력 있으니 우리가 만물의 영장이로다’ 하지만, 너희들 중 누군가가 조사한 바를 내가 인용하리로다. 너희가 말로 하는 의사소통이 7%를 넘지 못하며, 아직 손짓 발짓으로 하는 의사소통이 55%를 넘는다는 통계를 내가 보았거니와, 개미를 보라.

개미는 일상(日常)에는 페로몬이라 일컫는 화학 물질을 사용하여 의사소통 하지만 너희와는 달리, 필요한 때에는 더듬이를 마주 대어 붙이고 한 개미가 자신의 기억 속에 저장한 모든 정보를 다른 개미에게 100% 넘겨주는 의사소통 방법을 개발, 사용 하나니, 너희와 개미 중 누가 더 발전된 의사소통을 한다 하겠느냐?”

지어낸 우스개소리이긴 하지만 인간 언어의 불완전성을 꼬집은 것이다.

진리에 도달하고자 하면 언어가 끊어진 길(言語道斷)을 가야 한다는 불가(佛家)의 화두(話頭)가 있다는 것도 모두 잘 들어 아는 사실일 것이다. 말로 만들어내면 이것에 의미를 붙여대는 인간의 속성(屬性) 때문에, 언어는 결단코 상(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한 말이다.

‘커뮤니케이션’이 집단창의력을 만들어 내기 위한 시너지 창출의 기본 요소인 점은 이미 기술하였다. 언어의 불완전성에 따른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기업경영에서는 많은 경우 우선 용어의 정의(定義)를 분명히 해두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기업마다 최고경영자가 잘 사용하는 말이든, 조직 내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말이든, 독특한 용어에 기업 고유의 의미를 통일되게 붙여 사용하는 예도 흔히 있다.

예컨대 SK의 ‘패기(覇氣)’라 하면 ‘일과 싸워 이기는 기질’ 하고 자동적으로 정의되는데, 이는 사전적 의미와 꼭 일치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심지어는 약어(略語) 또는 조어(造語)를 통하여 공장이면 공장, 영업조직이면 영업조직 안에서만 쓰는 은어(隱語)를 만들어 쓰는 경우도 있는데, 다 구성원의 결속을 다지고 커뮤니케이션을 완벽하게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필자가 코치로서 활동하고 있는 모 회사의 경우, 혁신운동에 매진하고 있는 한 사업부문에서는 ‘위장혁신(僞裝革新)’이라는, 보통은 잘 쓰지 않는 색다른 단어를 모두 익숙하게 사용하고들 있었다. 궁금하여 물어보니, 이는 그 부문장이 처음 도입하여 유포시킨 단어로서, 유머러스하면서도 촌철살인의 메시지를 함유하였으므로 구성원들이 쉽게 받아들여 자신들의 은어로 만들어 활용한 경우였다.

크게 보아 SKMS니 Supex 추구니 하는 것도 용어의 정의를 다지자는 것으로 볼 수도 있어서 앞의 도입부에서 ‘최종현 사장학’이 SK의 언어시스템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도 있음을 독자들은 기억할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관리의 정의>
 
조직 구성원 상호간에 의사전달이 충분히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1. 조직구성원 상호간의 의사전달에는 상의하달, 하의상달, 횡적 의사전달 등이 있다. 횡적 의사전달은 비교적 잘 이루어지는 편이나 상하간의 의사전달, 특히 하의상달은 잘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이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2. 의사전달이 충분히 이루어진다는 것은 구성원 서로가 모든 의사를 빠짐없이 자유롭게 전달하여 똑같이 이해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 따라 의견 일치나 일체감 형성에까지 이르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캔미팅(Can Meeting)을 잘 활용해야 한다.

3. 의사전달의 방법에는 대화, 문서, 신호, Gesture 등이 있다.

4. 모든 구성원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의사전달을 정확히 하고, 상대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가. 의사전달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성격, 지위, 지식수준, 및 신념 등 상대의 특성에 맞추어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하며, 전달 내용, 시기나 분위기 등에 따른 전달효과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또한 상대의 이해 정도를 확인해 가며 커뮤니케이션 해야 한다.

나.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어야 하며, 말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어도 말로 표현하기 힘든 내용까지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내용을 피드백(Feedback) 해서 올바로 이해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과 경영성과와의 관계>

1. 조직 내의 의사전달이 충분히 이루어지면 구성원 사이에 생길 수 있는 오해나 갈등이 해소되고 이해와 신뢰가 조성되어, 구성원들이 힘을 모으기가 쉬워지므로 경영성과를 극대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2. 커뮤니케이션은 조직의 경직화를 막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따라서 커뮤니케이션이 질 되면 조직이 유연하고 튼튼하게 되어 유기적인 조직운영이 가능해지므로 효율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있다.

[다음 회에는 ‘구성원의 자세관리’가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