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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디아블로 광신도’에 상처난 ‘넷심’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5.17 16: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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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포털 네이트에 전송된 기사 본문의 화면입니다.

   
 
과문하여 잘 모르지만 디아블로라는 게임이 제법 유명한 모양입니다. 역시 잘 모르지만 디아블로3가 최근에 발매되었나 봅니다.

그런데 이 게임 한정판을 사려고 1000여명의 인파가 ‘운집’했다고 합니다.

이 상황을 두고 많은 매체들이 관심을 기울였는데요. 특히 이 문제가 이목을 끈 이유는, 혼잡이 예상되자 칼 사진을 올리며 새치기할 생각도 말라는 취지로 같은 디아블로팬들에게 온라인 위협을 가한 인물이 경찰에 체포됐다는 소식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어쨌든, 이 상황을 다룬 기사가 여럿 있는데, 그 중 광신도 왕십리를 접수 운운한 제목을 단 모 통신사 기사가 온라인상에서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 ‘장사진’이라든지 몇 가지 언론에서 ABC처럼 쓰는(공식 같은) 표현도 있는데 광신도 운집은 좀 색다르네요.

이 기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을 때만 해도 포털에 제목만 그렇게 노출되는 경우나 각 언론사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서 보이는 제목이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포털에 전송된 형태를 보니 아니었습니다.

물론, 신선한 제목을 붙여 보려다 강수를 뒀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런 경우엔 기사 표현 중 숨은 애정이 드러난다든지 적어도 중립이라든지 뭐 그래야 다수 독자들에게 납득이 되겠지요. 그런데 이 경우엔 좀 아니었나 봅니다.

이렇게 기사를 성토하는 블로깅들이 줄을 잇고 있네요. 참고로 이글루스 한 곳에서만 검색을 했는데도 엄청납니다. 이글루스로 한정을 했으니 말이지만, 이글루스에 블로그를 운영하는 에스키모들은 이 기사에 대해 여러 가지로 비판을 하고 있습니다.

‘석유 광신도 운집’이라는 패러디물을 쓴 분과 그 글에 리플을 단 분들도 있습니다. 기름을 넣으러 줄을 선 차들의 사진을 보면서 ‘석유도 셧다운제(게임 중독을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규제책을 둔 것)를 해야 한다’거나 ‘석유 사용자들의 폭력성을 알아보기 위해 주유 밸브를 잠궈 봤다’거나 하는 등 재치 있는 표현이 눈에 띄었습니다.
   
 

수집욕이란, 글쎄요, 과연 그게 나쁜 건지 모를 일입니다. 지금은 차장검사 자리에까지 오른 구본진 검사 같은 분은 독립운동가 등 옛날 인물들이 남긴 간찰(편지)에 ‘미친’ 분으로 잡지에까지 이름을 날린 분입니다.

그 기사에서 어느 기자는 수집가에 대해 고상한 미친 자(A Gentle Madness)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지요. 이 표현은 책에 욕심이 많은 애서가를 다룬 책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고도 합니다.

물론 저 위에서 언급한 일명 ‘칼빵남’처럼 게임에 정말 미쳐 무리수를 둔 문제 인물이 왜 없을까요. 하지만 꼭 그게 게임 마니아들에게만 가혹하게 작용하는 시선이 아닌지, 또 그런 시선이 그야말로 여과 없이 찌르듯 나가는 건 아닌지,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생각해 봅니다.

다른 영역 ‘빅 팬’들이 줄서면 ‘장사진’이라고 하고, 게임 좋아하는 이들이 저러면 ‘광신도’라고 표현하는, 그리고 제목만 그런 게 아니라 분위기 전체가 뭔가 냉정하다고 느끼는 이들이 적잖은 걸 보면,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