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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부처님도 세금과 빚 앞에선 꼼짝 못 하셔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5.17 09: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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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해인사가 막대한 빚을 지고 있고 불상까지 압류당하는 등 난맥상을 보여왔다는 게 알려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중앙 언론에서는 이제 막 관심을 갖고 부각시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지만, 사실 해인사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작년 초부터 불교계 관련 매체들이 안타까움을 갖고 취재를 해 알린 바 있습니다.

해인사 고위 관계자가 내부 공사 관련 등으로 문제를 빚어 사찰을 빚더미에 오르게 했다는 내용인데요, 이 문제로 해인사는 고불암 무량수전에 봉안돼 있는 불상에까지 유체동산 압류를 진행당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체동산 압류는 채무자의 집기류에 압류가 됐음을 표시하기 위해 일명 '빨간 딱지'를 붙이는 것(실무에서는 파란색으로도 표시)인데, 고불암 불상의 경우 그래도 신자들의 감정 등을 고려해 표지를 붙이지는 않았다는 뒷이야기입니다.

불상을 압류하는 건 가능할까요?

민사집행법 제 195조에 따르면, 최소 생활에 필요한 물품이나 생계비의 금전은 물론이고 △제사 또는 예배에 필요한 물건 △교회·사찰 등에서 사용하는 교리서나 학습용구 이에 준하는 물건 등 여러 종교 용품은 압류할 수 없다고 하는데요.

그런데 범위를 무한정 확장해 줄 수는 없으니 어디까지가 압류를 금지할 것인지 결국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고불암 불상 건에서 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에서 압류 진행 결정을 내준 것처럼, 드물기는 해도 아예 불가능하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하물며 종교적 대상이 아닌 고미술품으로(일종의 치부책으로) 보유한 경우에는 더욱이 압류한 전례들이 있습니다. 특히 채무나 조세 관련으로 당국에 의해 압류된 경우가 과거부터 꽤 있습니다.

예금보험공사가 금년 초, 부산저축은행 등에서 압류해 서울옥션을 통해 고미술품 국내외 경매를 추진한 바 있는데요. 이 당시 고미술품엔 불상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좀 멀게는 1982년에 국세청에 의해 불상 등 골동품이 압류된 사안이 있었습니다. 거액 어음사기 사건으로 유명한 이철희·장영자씨 부부가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세금 탈루 혐의를 받으면서 골동품 약 1000점을 압류당했던 바 있는데 이때에도 불상이 있었답니다.

하지만 이 압류 불상 등은 1991년 대법원이 세금 중 상당액이 근거없이 부과됐다고 판단하면서, 결국 다시 이들 부부가 환수했습니다.

어쨌든, 사바세계의 논리로 부처님을 바라보는, 심지어 객체로('압류 집행' 대상으로까지) 다루는 것이 참 안타깝고 외람되지만, 불상이 갖는 미적 가치는 물론 물적 가치를 생각하면 사찰과 문제가 있는 채권자 중생들께서는 이런 사정을 참조하시면 유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