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법(法)이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그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 사회구성원들의 행동을 규율할 수 있는 일련의 행위준칙인 규범이다.
이러한 ‘법’이 추구하는 근본 사명을 ‘법의 이념’ 혹은 ‘법의 목적’이라고 하며 △정의 △합목적성 △법적 안정성 등이 이에 속한다. 즉 법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공공복리(公共福利)와 조화롭게 추구하려는 합목적성과 안정된 법률생활로써, 사회 질서와 안전을 유지하고자 하는 법적 안정성을 통해 사회 정의를 실현시키려는 이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자동차 급발진과 관련해 법이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급발진 현상으로 추정되는 영상이 공개됐다. 지난 7일 공개된 이 영상에는 YF쏘나타(현대차)가 13초 만에 시속 130㎞/h까지 급가속하다가 7중 추돌사고를 내는 장면이 담겨있다. 대구 앞산 순환도로에서 발생한 이 사고로 인해 운전자를 비롯한 십여 명이 부상당해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국내 급발진 (추정)사고는 지난 1994년부터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되기 시작해 1999년부터 2000년까지 135건으로 늘어났다. 이후 2009년까지 연도별 1·2건으로 주춤했지만, 2010년과 2011년 그 건수가 늘면서 2년간 62건에 달했다. 이처럼 급발진 사고는 꾸준히 일어나고 있지만, 아직까지 단 한 건도 자동차의 결함이 인정된 사례는 없었다. 이로 인해 인터넷 상에서는 자동차 급발진 현상에 대해 비난하는 글이 난무하고 있는 상태다.
물론 관련된 소송도 다수가 진행되고 있지만, 매번 패소 당하기 일쑤. 이는 자동차 급발진에 대한 입증책임(立證責任)이 피해자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입증책임이 있는 자가 증명하지 못할 경우 즉 패소의 위험(패소의 부담)을 져야 하기 때문에, 보통 소를 제기한 원고(피해자)는 피고(제조업체)가 유책함을 증명해야 한다.
물론 제조물책임법(Product Liability, 이하 PL법)에 의해 입증책임이 전환될 가능성도 보이기도 했다. PL법은 어떤 제품의 안전성이 미흡해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제조 기업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도록 규정한 법률이다. 이로 인해 과거에는 피해자가 그 결함을 증명을 해야 했으나, 해당 법에 의해 제조사는 책임을 면하기 위해 제품의 결함이 없음을 입증해야 할 의무가 생긴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 급발진은 면책사유에 해당한다. 당법 제4조 1항2호에 따르면, 제조업자가 당해 제조물을 공급한 때의 과학·기술 수준으로는 결함 존재를 발견할 수 없을 경우 그 책임을 물을 수 없게 된다. ‘과학·기술수준’이란 제조업자가 얻을 수 있는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고 수준을 의미한다.
여기서 두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과연 사고를 당하고 있을 무렵, 피해자가 입증책임을 느끼고 증명자료를 수집할 수 있을까. 또 전문가가 아닌 피해자의 증명자료가 증거로서의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결국 PL법의 면책 조항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라는 헌법(11조)의 기념 이념을 망각했다. 경제력과 기술력을 가진 제조업체도 발견하지 못한 자동차의 결함을 피해자가(고의로 사고를 내지 않았다면) 증명하라는 것이 과연 평등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 |
||
물론 급발진 사고 특성상 재현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어, 제조업체도 이를 증명하기는 많은 난관에 부딪칠 우려는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적·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약자인 피해자보다는 수월하다. 뿐만 아니라 증명 과정에서 자동차 제조 기술 발전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