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1955~63년생을 일컫는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본격화하면서 이름깨나 날리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퇴직 관련 이슈 알리기에 여념이 없고 우리투자증권,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도 은퇴 연구소를 설립하며 시장 분위기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증시에 변동성이 꾸준한 영향을 미치면서 비교적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가연계증권(ELS)의 인기도 늘어 올해 1분기에만 13조원가량 발행되며 월 모집액 사상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이처럼 금융소비자를 포함한 자산관리 시장참여자들의 관심은 오로지 은퇴 이후의 삶과 ELS에 쏠려있는 듯하지만 보유자산의 한계와 베팅의 짜릿함을 하나의 투자딜레마로 삼고 있는 스몰마켓(코스닥) 투자자들은 ‘자체 관리자모드’에서 이탈한 채 혹시 터질지 모를 대박을 바라고 있다.
지수 상승에 탄력을 줄 모멘텀도 투자시야에서 찾기 어렵고 코스닥시장은 여전히 소외를 받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초심으로 돌아가는 마음의 자세가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 주식운용역 선발과정인 국내 ‘터틀(Turtle)’ 1기로 현재까지 올바른 투자문화 정착을 위해 미래진행형의 노력을 기울이는 현대증권 하용현 투자전략센터장을 만나봤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마치고 금융투자업계서 24년째 종사하고 있는 하 센터장은 현대증권 투자전략팀에서 시황과 정보, 리서치센터에서 전기전자팀장을 역임했다. 이후 그는 자산운용팀에서 고유자산을 운용하며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지점장까지 두루 섭렵하는 등 그야말로 자타공인 애널리스트 세계의 산증인으로 통하게 됐다.
특히 그는 1998년 주식운용역 선발과정인 국내 ‘터틀(Turtle)’ 1기 출신으로, 미국에 현존하는 투자대가 리차드 데니스의 투자철학을 접한 이후 현대증권 투자클리닉센터 2대 원장을 지내는 동안 투자자들이 모범적 투자습관을 익히도록 각고의 정성을 기울였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2010년 ‘인생역전, 투자습관을 바꿔라’를 집필하기도 했다.
◆먹을거리 부족한 현재 증시…투자습관 변화가 승패 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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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현 센터장이 시장 효율성의 문제를 지적하며 고쳐야 할 투자습관 일곱 가지를 설명하고 있다. |
첫 질문부터 어긋나버렸다. 투자전략 전선의 최일선에 서있는 그이기에 과거와 현재 투자 트렌드에 미묘한 변화를 뭉뚱그려서라도 알려주리라는 기대를 깔고 답을 바랐지만 냉철한 팩트만을 진실로 삼은 하 센터장의 투자컨설팅 철학에 가로막힌 것.
이 같은 질문에 대해 “증권사 임직원의 횡령사건이 감소하는 등 주식시장은 투명성이 강화됐지만 시장투명성과 효율성, 수익과는 별 다른 연관이 없다”고 운을 뗀 그는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이 수익을 올리기는 더욱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부침이 큰 신흥시장에는 먹을 게 많지만 선진화할수록 먹을거리가 적어지고 우리 증시도 선진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조건은 더 악화됐다는 것.
또 “과거엔 국내 시장만 제대로 파악해도 어느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지만 현재는 글로벌 시장까지 살펴야 한다”며 “시장 효율성에 비해 수익성 효율은 낮은 편이라 가격요소를 검토하는 게 중요한 투자 포인트가 됐다”고 부연했다.
무엇보다 이미 재작년 낸 책을 통해 개인투자자가 고쳐야할 투자습관으로 △추세역행증 △정보집착증 △한탕주의증 △원금집착증 △푼돈조급증 △과도집착증 △매매중독증 7가지 증상을 꼽은 그는 바른 투자습관의 중요성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지금도 당시의 일곱 가지 증상을 피해야한다는 원칙은 유효합니다. 다만 이 증상 중 매매중독증은 제외해도 무방하다고 봅니다. 데이트레이딩을 포함한 매매중독증은 올바른 투자습관을 갖고 있다면 그다지 주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투자 전반을 꿰뚫는 시각을 보유한 하 센터장에게 현재 불 붙은 은퇴시장은 어떤 의미가 있을지도 궁금했다.
“은퇴 후 인생이 사회적 이슈가 되며 여러 증권사들이 관련 연구소를 설립하는 등 베이비붐 세대에 맞춤 플랜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회적 요구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으로, 일례를 들어 주요 도시에서 설명회를 개최하면 참석자들의 연령대도 50~70세가 주를 이루는 등 다소 높아졌습니다.”
실제 현대증권도 자산배분팀과 WM(Wealth Management)팀을 통합해 PB(프라이빗 뱅커)리서치팀을 구성하는 등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시대에 부응하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과 유로존은 역시 최대 변수
이번 인터뷰에서는 과거 시황 전문가로도 명성을 떨치던 그의 진단을 빼놓을 수 없었다.
“장이 좋을 때는 증권사 연구원들의 종목 추천 의견이 맞는 경우가 많지만 장이 좋지 않을 때에는 예측이 어긋나는 경우가 많죠. 요 근래 ‘스트롱 바이(강력매수)’ 의견이 별로 없는데 이는 그만큼 장세가 좋지 않다는 반증이죠. 이런 장세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하기 때문이고요.”
하 센터장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노력으로 유로존 리스크가 크게 불거지지 않을 것이라고 여러 전문가들이 진단했지만 유로존의 경기 둔화 우려가 예상보다 심각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유로존 리스크는 지난해 말 해결 기미가 보였으나 다시 재발하며 여전히 글로벌 증시에 골칫거리로 남아있습니다. 프랑스와 독일, 그리스의 당파 간 정책적 이슈 대립이 첨예하고 이 문제가 확실히 정립되지 않을 경우 상당한 경제적 혼란이 따를 수밖에 없어요.”
무엇보다 그는 유로존에서는 스페인을, 세계 주요국가에서는 중국을 최대 리스크로 꼽았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떨어져나가는 것 정도는 글로벌 경제에 위협요소가 아니지만 스페인의 재정악화는 큰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는 진단도 이어졌다.
또 “G2(주요2개국)도 미국의 상황은 괜찮지만 중국은 우려되는 수준”이라며 “대부분 전문가들이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을 8.5%가량으로 잡고 있는데 이는 금융 쇼크까지 이를 수치는 아니지만 중국의 선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하 센터장은 중국이 힘을 낼 경우 실질적으로 9% 정도의 성장 여력을 갖췄다는 예상과 함께 글로벌 주요국의 정책 변수는 물론 3차 양적완화(QE3) 기대감에 기댈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최근 전차군단(IT·자동차업종)으로의 쏠림현상에 대한 조언도 추가했다.
“장이 안 좋은 만큼 수익에 의존한 최근 경향은 당분간 지속되겠지만 조만간 업종 부분적으로 키맞추기 현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여 이익모멘텀이 강해질 소비재 관련 업종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괜찮을 듯합니다.”
◆위험관리와 가격 논리, 추세 파악은 승부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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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의 정석적 투자법을 역설하던 하 센터장이 진지한 표정으로 슬롯머신을 예로 들며 설명하고 있다. |
“슬롯머신에서 적은 금액이든 큰 금액이든 돈을 딸 확률은 49~50% 정도라고 합니다. 계속하면 할수록 돈을 잃을 수밖에 없는 거죠. 물론 주식투자와 경우는 다르지만 위험관리가 핵심이라는 점은 동일합니다.”
그의 말대로 주식에서 위험관리를 잘하면 본전치기가 아니라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건 일반적인 개인투자자도 모두 아는 하나의 원칙이지만 위험관리의 정확한 의미를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하 센터장이 위험관리란 미래 손익의 불확실성을 제한하는 것으로 이는 손실률과 손실금액의 수준을 일정폭으로 한정하는 방법이다. 이는 곧 손절매다.
또 다른 정석 투자법은 시장의 적정 가격논리를 이해하고 추세를 따르는 것이다. 그러나 여러 변수에 대응하는 값으로 형성되는 가격논리는 ‘쌀 때 사서 비쌀 때 판다’는 식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추세를 따르는 일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하 센터장은 여러 가지 추세를 읽는 방법 가운데 백분율법과 최고치 경신법, 이동평균선 판별법을 소개했다.
첫 번째로 백분율법은 주가 하락세 이후 전 저점의 하락 %에서 상승 전환 이후 비등한 수준의 % 상승분을 따져 전반적인 오름세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두 번째 최고치 경신법은 일정기간 가장 높거나 낮은 가격을 넘어섰을 때를 기점으로 추세전환 가능성을 점치는 것이다. 관심종목에 대한 흐름을 관찰하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단기 이동평균선(5일)이 장기 이동평균선(60일)을 상향 돌파하는 골든크로스지점을 찾아 상승 추세로의 전환을 가리거나 반대로 단기 이평선의 장기 이평선 하향 돌파(데드크로스)를 파악, 하향 전환을 따지는 것이 이동평균선 판별법이다.
“세 가지 모두 투자 중 어디선가 들었거나 여타 투자지침서에서도 소개되는 방법이지만 모든 방법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다보면 추세를 읽는 눈이 더욱 밝아진다”고 얘기한 그는 선물투자와 관련 거듭 ‘확률게임’이라고 강조했다.
“확률을 따질 줄 알면 고수반열에 들고 결국 고수가 살아남을 수밖에 없죠. 선물은 지렛대전략(레버리지)을 기반에 둔 만큼 확률적 불리함을 극복하려면 추세에 따른 분산전략을 제대로 구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끝으로 하 센터장은 최근 우리 증시를 교란시키는 테마주에 대한 견해를 내보이며 인터뷰를 매조지했다.
“그냥 접근하면 백전백패에 몰빵(집중투자)은 금물입니다. 투자자에게는 테마주도 기회가 될 수 있지만 역시나 중요한 것은 ‘가격의 논리’를 따르는 것입니다. 매수가 있는 테마에 현혹되지 않아야죠. 위험한 주식은 조금 사고 추세가 꺾였을 때 나눠 팔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