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복잡하고 기술적인 싸움. 고압적인 수사 담당자와 수세에 몰린 피의자간 관계 대신 아카데믹한 대등한 논쟁이 예상되면서, 솔로몬저축은행 관련 수사 진행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런 논리 싸움이 펼쳐질 영역은 솔로몬의 공금을 유용해 경영권 인수를 했느냐, 그리고 이를 처벌할 수 있는가의 부분이다. 비자금 조성 등 횡령 논란, 건물 매각을 둘러싼 잡음 등 다른 솔로몬 이슈들도 부피로 보면 이에 밀리지 않지만, 이 문제가 사실상 솔로몬 관련 향배를 판가름할 수 있다는 성급한 해석도 나온다. 솔로몬저축은행 관계자들이 그 대출이 왜 문제냐고 펄쩍 뛸 수밖에 없어 보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융감독원과 검찰 등 사정기관에서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의 ‘공격적 영업 방식’에 새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회사 자금을 기업의 인수에 활용한 그간의 행보가 업무상 배임 등에 저촉되는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를 종합하면, 임 회장은 직접 은행 돈을 빼내 특정 업체의 주식을 사들이는 ‘고전적인 방식’으로 경영권을 인수한 것이 아니라(이 경우 바로 문제가 포착될 여지가 크다는 게 단점), 다른 회사나 특수목적법인(SPC) 등에 돈을 대출해준 후 이 회사가 특정 회사의 주식을 사는 방식으로 거래를 한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당국은 다만 이렇게 처리해도 법리상 문제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금감원이 검찰에 넘긴 솔로몬저축은행 관련 자료에서도 이 회장 등의 혐의를 △회사 공금을 이용한 불법 유가증권 투자 △업무상 배임 △불법대출 등 세 가지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솔로몬저축은행 측의 반발을 불러올 대목으로, 이 해석 방식을 놓고 임 회장 개인은 물론 솔로몬저축은행이 필사적으로 검찰의 예봉을 막기 위해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일단 기본 얼개는 이렇다. 솔로몬저축은행의 전신인 솔로몬투자증권(KGI)에서 사모펀드의 일종인 PEF를 만들어 솔로몬은 사모펀드 일반 관리자인 제너럴파트너(GP)로, 나머지 투자회사들은 사모펀드 일반 참여자인 LP로 해서 다른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는 구성이다.
그런데, 솔로몬저축은행(과 임 회장 개인은) 이런 관계에서 솔로몬저축은행에서 LP에게 돈을 대출해 주고 이 돈을 받은 LP들이 그 돈으로 주식을 대신 사들였다고 해서 불법이라고 보는 것은 어폐가 있다고 주장할 것으로 파악된다.
◆GP이면서 대출에 나서…차명 SPC면 최악, 차명 아니어도 논란
PEF는 기존 사모M&A펀드와 유사하다. 언론사마다 이 문제를 다룰 때 설명에 따라서는 SPC에 대출을 했는데 그 대출이 위법인가 등으로 이 SPC 용어도 난무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금감원과 은행권이 ‘김중회 부원장 시절’에 PEF에 은행이 개입하는 경우 자회사냐 SPC로만 볼 것이냐 등 시각차로 논쟁을 벌인 바도 있으니, 결론적으로 큰 고려는 안 해도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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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구조조정이 3차에 걸쳐 진행된 가운데 막판에 솔로몬저축은행 영업정지 상황이 추가로 문제점을 낳고 있다. 솔로몬저축은행 비리 사건이 여러 가지 복잡한 법리 논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
이번 대출 문제에서 솔로몬 쪽은 GP, 다른 투자자들은 LP 그리고 솔로몬저축은행이 LP에 대출을 해 이 돈으로 주식을 사들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대출에서 해당 SPC가 임 회장의 꼭두각시였을 경우다. 당국이 경영권을 사들인 업체 또는 중간 과정에 있는 SPC 등을 임 회장이 차명으로 설립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인데, 일단 △이렇게 차명 건으로 적발당하는 경우 바로 문제가 될 것이고 △그게 아니어도 이해상충(으로 인해 역시 이도 배임이라는 논리 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임) 상황으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자의 경우 논의를 생략하고, 후자의 경우에 집중해 보면, 이해상충의 가능성이 있는 경우 대출을 하도록 강요 내지 묵인-방조한 경우에 배임이 성립되는가는 겉으로는 다소 복잡한 논리 구조를 가지나 실상은 제대로 된 대출이 아니라 LP쪽 부담까지 솔로몬저축은행측이 더 지는지에 모아진다.
이해상충 우려의 유사한 사례로, 칸서스자산운용에 상당한 지분을 갖고 있던 금호생명 상황(2009년 8월 무렵)을 보자. 이게 왜 특수한 관계로 회자됐냐면, 금호생명을 매입하는 문제(칸서스가 남의 돈을 모아 금호생명을 사들이는 사정) 때문이다. 외부 투자자(즉 LP)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왔다.
LP 입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낮은 가격에 금호생명을 사야 한다. 그런데, 이 금호생명 매입 추진 건에서 칸서스는 자신의 주요주주인 금호생명(그 뒤엔 금호그룹)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당연히 인수가격 책정이나 향후 기업운영 과정에서 영향을 받을 여지가 생길 수 있어 논란이 불거졌다.
이 솔로몬저축은행의 대출 건도 마찬가지다. GP인 동시에 LP에게 대출을 해 준 금융기관이 되는데, 주식 인수 사정이 어떻게 향후 달라지는지에 따라 같이 투자를 한 주체인 동시에 자금 회수를 놓고 끌려다닐 처지가 될 수 있다.
이런 이중적 지위의 부담 발생 가능성을 굳이 임 회장이 강권으로 회사(솔로몬저축은행)에 권한 부분이 입증되면, 굳이 차명 SPC가 아니더라도 문제 아니냐는 지적이 유효하다. 대법원 2000도48 판결 등이 은행장의 이상한 대출 문제에 배임을 인정한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LBO 공방전과 흡사, 중수부 첨단범죄수사과 등판한 이유 있어
이런 상황에 이 솔로몬저축은행 사건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첨단범죄수사과에 배당된 점을 심상하게 흘려버릴 수 없다는 점도 솔로몬저축은행 측을 고민하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중수3과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첨단범죄수사과는 언론 노출시에는 국세청과의 공조 수사 등으로 언급되어 시민들 뇌리에 각인돼 있다. 대검 첨단범죄수사과 산하 회계분석팀과 국제협력단 소속 자금추적팀, 국세청 역외탈세전담팀 등이 함께 공조 수사를 벌이는 형식이 일반화되면, 앞으로 역외 사건(해외에서 벌어지는 사건. 주로 조세 천국에서 일어나는 탈세 건 등이 앞으로 주요 문제가 될 것으로 꼽히고 있음) 주인공으로 부각될 수 있다.
즉 회계분석에 일가견이 있는 부서에서 솔로몬저축은행을 들여다 본다는 점이 문제다. 이 첨단범죄수사과 조직은 대검이 아닌 일선 지방검찰청에서는 ○○지검 금융조사부 형태로 나타난다.
더욱이 지검 금조부(솔로몬 논의에서는 대검 첨단범죄수사과)에서는 회계의 숨겨진 문제를 기계적으로 찾아내는 데 그치지 않고 각종 논리를 공격적으로 적용하기도 한다. 이번 대출 방식에 대한 배임 논리 역시 치열한 공방전이 불가피한데, 금조부에서는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LBO)를 이용한 M&A를 ‘물고 늘어진’ 이력이 있다.
선진국에서는 인수할 기업 자산을 담보로 대출을 당겨서 인수한 다음 처리하는 문제에 관대하다는 것이 M&A 전문가들 주장이다. 이는 선진국 법리상 연구와 논리 직수입 여부 논의가 더 필요한 대목이기 때문에 이에 동조해 논문을 내놓는 변호사들을 기업체 논리를 대변한다고 혹평만 할 일도 아니다.
다만, 여러 금조부 검사들이 그간 여러 형태의 LBO에 대해 다양한 공격을 펴 왔다. 검사 출신인 현재현 회장을 겨냥한 셈이 돼 관심을 끌었던 동양그룹 사건에서는 무죄가 나왔고, 부동산 담보 건이 문제가 된 신한 사건은 배임 유죄, 감자 관련 인수 용이 편의 제공 논란으로 기소됐던 대선주조 건은 무죄로 엇갈리고 있다.
어쨌든 여러 사건을 종합해 볼 때, 첨단 기법인 LBO를 기본적으로는 인정하더라도, ‘절차적 정당성과 의사결정의 합리성을 확보할 것’이라는 방파제를 마련하고 시도해야 함을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은 것은 검찰이 불독처럼 여러 LBO 사건들을 집요하게 따라붙은 성과다(대선주조 감자 건만 해도 재판부가 감자대금이 주식의 실질가치보다 높을 때를 가정하면 배임 소지가 있다고 판시한 점 등을 고려해 보라).
그러므로, 이런 PEF 관련 대출 방식에 대해서도 법리 논쟁이 불거질 경우, 검찰 중에서도 가장 껄끄러운 부서에 솔로몬저축은행이 배당됐다고 볼 수 있다는 분석은 설득력을 갖는다.
◆대출사건 검찰에 무너지면 여러 문제점 줄줄이 철퇴 연쇄 고리
이 경우 특이한 법리 적용으로 화제를 모으며 임 회장이 대출 문제에서 굴복하게 되면, 그 다음 문제들인 비자금 문제, 부실 저축은행끼리 서로 품앗이 형식으로 대출(미래2저축은행과의 문제) 등까지도 연이어 붕괴할 수 있다.
일명 품앗이 대출 건을 보자. 솔로몬저축은행은 과거 차명 차주를 통해 미래저축은행 계열사였던 미래2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고 알려져 있다. 차명 차주가 특수목적회사(SPC)에 미래2저축은행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솔로몬저축은행은 이 SPC가 발행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를 인수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미래저축은행도 2010년 12월과 지난해 10월 솔로몬저축은행이 각각 50억원, 100억원의 유상증자 당시 비슷한 수법으로 증자에 참여했다는 점을 당국은 이번에 주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자금을 투입하지 않고도 자기자본비율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둔 셈이니, 위의 대출 건에서 배임 등이 적용되는 경우 이런 자기자본비율 조작 문제 역시도 유사한 법리 공방전 끝에 붕괴할 여지가 커진다.
비자금 조성 부분도 마찬가지다. 흔히 비자금을 순전히 회사를 위해 쓴 경우 처벌이 관대하지 않느냐는 기대심리가 있다.
하지만 임 회장이 이 비자금(일단 비자금 존재 여부 자체부터도 논란이 있지만)을 횡령했다면 문제는 커진다. 결론적으로 당연히 회사 자금으로 처리됐어야 할 부분이 횡령된 피해가 있는 데다, 이 부분을 세금 계산상으로는 자금유출로 봐 기업에서 세금까지 부담해 줘야 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
또 덧붙이자면, 이렇게 횡령으로 인한 제 2차 피해가 인정되려면 기업체가 이미 의사결정상 제대로 된 회사가 아니라서 임 회장에게 문제 자금을 회수할 의지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 관건인데, 위에서 말한 PEF 대출이 유죄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부당 대출을 회사에 강요할 정도라는 점을 방증하므로 솔로몬저축은행으로서는 문제가 된다. 파장을 여러 건에 두고두고 불리하게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임 회장이 불법 대출과 비자금, 그리고 횡령 부분에 대해 보도자료(해명자료)까지 뿌려 가면서 이 문제가 수사선상에 오를 가능성에 논리적으로 저항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임 회장측은 13일 언론에 3건의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우선 검찰이 고객돈 5000억원을 선박운용업체에 투자해 직접 운영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 액수 보도에 어폐가 있다는 것이 하나다. 두 번째, 대출모집법인을 통해 17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일체 관여한 바 없다고 했다.
일단 비자금 조성의 여부와 그 일부분 횡령 가능성은 검찰과 법원이 가려야 할 부분이다. 어쨌든 실제 이런 경우, 횡령 부분이 있다면, 위에서 말한대로 그 횡령분에 대한 세금조차 솔로몬저축은행이 져야 하느냐는 추가적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비자금 횡령까지 터진다면? 세금 부담 가중
기획재정부는 2010년 9월14일 어느 회사로부터 제기된, 최대주주(이지만 법인등기부에 등재된 임원은 아님)가 횡령한 경우 이 자금을 회사가 손금 처리(비용 처리로 이해하면 쉬움)해야 할 건지, 불손금처리 할 것인지 등에 대해 답변을 한 바 있다.
이 경우 학설은 갈린다. 갑설은 사내유보로 처리한다고 하고, 을설은 사외유출로 본다고 소개했다. 다시 을설을 보면, 유출된 날이 속하는 사업연도에 횡령당한 금액을 익금 처리하고, 그 귀속자에게 손금 처리한다고 했다(세금은 ‘법인에 원천징수’).
결론적으로, 기재부는 답변에서 무단으로 횡령한 경우, 특별히 회수를 전제로 한 경우가 아니면 그 지출 자체로 사외유출로 보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무조건 사외유출로 볼 건 아니고, 인출된 금원을 회수하기 위한 노력, 인출한 실질경영자 등과 회사의 의사를 동일시할 수 있을 것인지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한다는 점에 문제의 묘미가 있다.
판례를 보면, 대법원 2008두1009 사건이나 대법원 2007두23323 사건에서 법원은 회사가 사실상 회장 등 실질적 경영자의 꼭두각시인지, 아닌지에 관심을 깊이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법 2007두23323 사건에서는 “회사의 소액주주가 45% 이상이나 되는 코스닥 상장법인의 의사가 A씨 혹은 B씨의 의사와 일치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회사가 (인출, 횡령을) 묵인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볼 때 횡령 당시 회수를 곧바로 못 했다고 해서 횡령액 상당을 사외유출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대법원 2008두1009 사건에서 대법원은 특별히 인출을 묵인한 게 아니라고 한 점에 대해서는 “회사 측에서 입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솔로몬저축은행 사건에 부수된 문제를 여기에 대입해 보면, 대주주 관련 사건이긴 하되, 코스피 시장의 상장기업이라는 점 등에서 볼 때 횡령분에 대해 심지어 세금까지 부담해 주어야 하는가 논쟁에서 솔로몬저축은행이 다소 유리해 보인다. 하지만, 위에서 다소 비정상적인 PEF 관련 대출에 동원이 되는 구조, 그리고 이 부분에 유죄 판결을 검찰이 이끌어 내는 경우가 겹쳐지면 제대로 된 회사는 아무래도 아니라는 돌출적 사례로 귀결될 여지가 전혀 없지는 않아 보인다.
결국 이번 솔로몬저축은행 붕괴 와중에 불거진 임 회장 사건 파일에서 PEF 대출과 그 부분의 배임 성립 여부는 일부에 지나지 않으면서도, 화려한 논리 싸움으로 번지면서 가장 앞부분에 두드러지는 표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 사건에서 여러 첨단 논리가 어떻게 등장하고 인정되는가에 따라서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진 여러 사건들에 위에서 살펴본 여러 파장이 연쇄고리를 타고 흐를 수 있으며, 그런 일파만파 상황 가능성의 귀추가 주목된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