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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서울사투리는 잘들 쓰면서…

박지영 기자 기자  2012.05.14 10: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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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어질구지 마세요, 매렌두 없게 됩니다!!”

전형적인 강릉사투리인데요, 직역하자면 “어지르지 마세요, 형편없게 됩니다!!”라는 뜻입니다.

사투리는 지방특색과 지역문화에 따라 전혀 다른데요, 그만큼 사투리를 일컫는 말도 다양합니다. 조금만 나열하면 방언과 와어, 와언·탯말·토어·토음·토화·토박이말·시골말·고장말·향토어 등 헤아릴 수도 없는데요, 주목해야 할 것은 각 단어마다 가진 의미도 천차만별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사투리와 방언의 속뜻은 표준어가 아닌 말입니다. 반면, 와어와 와언은 사투리를 폄하할 때 쓰이죠. 또, 탯말은 우리말의 뿌리이자 정신이 사투리에 있다고 정의합니다.

   
사진출처= 무릉도원 티스토리.
사실 사투리는 서울말과 표준말에 밀려 제대로 얼굴을 들고 산 적이 거의 없습니다. 스스로 낯뜨거워하거나, 사람들에게 감추고픈 비밀처럼 여기기도 합니다. 실제 배우 문채원 씨는 사투리로 인해 학창시절 ‘왕따’를 당하기도 했다는 데요, 이유인 즉 사투리가 심해 1년간 묵언수행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친구들과 멀어졌다는 겁니다.

사람들이 이처럼 사투리를 하찮게 여기게 된 데는 학창시절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배웠던 표준어 정의 탓이 큽니다. 표준어규정 제1장 제1항 표준어의 정의를 살펴보면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되어있습니다. 즉, 사투리를 쓰면 배우지 못하고 촌스러운 사람이란 인식이 베이게 된 거죠.

하지만 혹시 그거 알고 계세요? 서울말도 표준어가 아니란 말씀. 언뜻 납득은 잘 가지 않지만 서울말도 엄연히 사투리입니다. 서울사투리는 ‘ㅜ’ 발음을 강조하는 게 특징인데요, 대표적인 예로는 ‘아버지’를 ‘아부지’로, ‘삼촌’을 ‘삼춘’으로, ‘계란’을 ‘겨란’으로 말하는 겁니다. 1990년대 드라마 ‘서울 뚝배기’에서 배우 주현 씨가 자주 썼던 ‘지가요, 지금 좀 바쁘걸랑요’도 서울 왕십리지역사투리를 옮긴 것이라고 합니다.

현재 지구상의 언어는 모두 6912 종류라고 합니다. 그러나 언어학자 데이비드 해리슨(David Harrison)에 따르면 기존언어 중 90%가 2050년까지 사라진다고 합니다. 우리 제주사투리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하는데요. 유네스코는 2010년 말 제주어를 ‘아주 심각하게 위기에 처한 언로’로 분류했습니다. ‘아주 심각한’은 유네스코 위기언어 5단계 분류 중 ‘소멸한 언어’ 바로 아래 단계입니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선 표준어가 꼭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투리가 사라지고 표준어만 남는다면 얼마나 심심할까요. 사투리는 잃어버리기엔 너무나 아까운 자원입니다. 표준어에 밀려 오랫동안 찬밥 신세이던 사투리가 귀중한 문화자원으로 대접받을 길이 열리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