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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칼럼] 주례사 없는 결혼식, 이렇게 재밌는데…

이주아 코치 기자  2012.05.13 12:5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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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봄바람이 꽃망울을 자극하는 어느 화창한 봄날, 마음씨 착하고 일을 똑 부러지게 잘하는 지인의 결혼식엘 갔다. 예식치곤 이른 시간인 토요일 11시에 시작했다.

일찍 도착한 필자는 신부를 만나 기념사진 먼저 찍고, 축하하러 오신 분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부지런히 달려 온 하객들은 식당으로 가지 않고 결혼식장 안에 자리를 잡고 앉거나 혹은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식장 안에는 신랑신부의 어린 시절의 영상과 두 사람의 여행스케치 모습이 화면 가득 펼쳐지고 있었다. 밝게 웃는 모습이 많이 닮은 신랑과 신부는 남매지간 같이 보였다.

공기업에 다니는 지인을 위해서 많은 관계자분들이 자리를 빛내 주고 있었는데 식장은 참석자들에 비해 공간이 다소 작아 보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절반은 앉을 자리에 앉지 못할 것처럼 보였다.

시간이 되자 여느 결혼식과 마찬가지로 양가 어머니들의 촛불 점화식이 있었고, 뒤이어 하객들로 가득 찬 식장에 두 주인공이 당당하게 입장했다. 각자가 속한 조직에서 능력을 인정 받는 신랑, 신부는 지인들이 외치는 “신랑, 신부 멋지다”를 들으며 활짝 웃으며 한 손을 흔들며 입장했다.

그런데 사회자가 자기소개 및 신랑 신부 소개를 하고는 “이번 결혼식은 주례사가 없습니다”라고 했다. 이에 식장 안은 주변사람들의 웅성거림으로 술렁이기 시작했다. 주례사가 없는 결혼식은 필자도 처음이라 휘둥그래진 눈으로 결혼식 광경을 지켜봤다. 두 주인공은 모든 결혼식을 자체 기획으로 준비한 듯 했다.

결혼식 광경을 잠시 그려보면, 아주 맛깔스럽고 고급스럽게 진행하는 남성 사회자가 있었다. 그는 첫 순서로 가족대표를 나오게 했다. 양가 식구들 중 회의를 통해서 선발 된 한명의 남성이 나왔다. 그 사람은 둘을 위한 축하 메시지와 혼인서약서를 각자가 읽게 했다. 두 주인공이 직접 쓴 ‘결혼 후 할 행동에 관한 자필서약서’였다. 함께 살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미리 구상하고 꼼꼼하게 작성한 ‘서약서’는 둘의 약속을 모두가 지켜볼 수 있게 크게 읽게 하고 모두에게 선언하도록 했다.

참으로 감동적이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이어 둘의 혼인이 성사되었음을 알리는 성혼선언문을 읽어 주고 가족대표는 자리로 들어갔다.

일반 예식에서는 통상 다음 순서로 주례사가 나오는데, 이 자리에서는 신랑의 프로포즈 차례로 바로 넘어갔다. 신랑은 무릎 꿇고 신부의 손에 반지를 끼워줬다.

잠시 후 또 의외의 인물이 축하메시지를 하러 나왔다. 친구 대표였다. 그는 “나이는 먹을 만큼 먹었지만 아직 미혼”이라며 쑥스러운 듯 축하메시지와 당부의 말을 전했다.

“결혼을 안 해봐서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으로 시작된 축하 메시지에서 하객들은 다시 한번 모두들 웃었다.

“결혼 안 한 사람이래” 하면서도 모두 그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그의 이야기에 신랑 신부는 큰소리로 행복하게 살겠노라고 다짐했다.

이어진 축가는 친한 친구가 밤새 노래연습 하느라 목이 쉬어서 연거푸 ‘삑사리’ 치고 물을 마셔가며 목이 터져라 열창했다. 자체 제작한 미니 현수막까지 준비하신 축가담당자의 노력과 열정에 참가하신 하객들은 큰 박수로 답했다.

잠시 뒤 신랑 신부는 눈빛을 교환하더니 가벼운 율동을 시작했고, 신랑 신부는 춤을 추며 답가를 했다.

일반 결혼식과는 다르게 신부와 신랑 사회자 그리고 결혼식을 준비한 모든 사람들은 진심으로 ‘그들의 행복을 위한 축제의 장’으로 만들어 나갔다. 그들의 모습은 실로 예쁜 모습이었다.

최근에 가본 여러 결혼식 중 가장 신나는 자리였다. 결혼식이 끝나기까지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지켰다. 흥겹게 박수치고 웃고 즐기는 결혼식을 보니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파티형태로 즐기는 결혼식이 가능하며, 앞으로는 많이들 했으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도장 찍어내듯 결혼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하는 당사자인 그들을 위한 축제가 될 수 있도록 결혼식을 미리 기획하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은 무릇 ‘축제’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필자는 지난 2000년 11월 도장 찍어 내듯 결혼식을 치른 경험이 있다. 이날은 60년만의 길일이었다. 고향 동네에도 예식이 세 건이나 잡혀있었고 전국예식장이 풀가동하는 날이었다. 필자의 경우도 결혼식장 예약하기가 힘들어 오전 11시에 겨우 예식장을 구해 결혼식을 치렀다.

필자의 이날 결혼식장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30분마다 결혼식 일정이 빽빽하게 줄지어 있었다. 결혼식 30분 전이었던 10시30분에도 예식이 있던 통에 이 손님 저 손님이 뒤엉키는 마치 도떼기시장 같은 풍경이었다.

하객들은 여기저기 얼굴 도장 찍기 바빴다. 축의금 내고 신랑신부와 눈을 마주치고 줄지어 음식이 준비돼 있는 식장으로 대부분 자리를 떴다. 식구들과 가까운 친인척, 직장동료, 친구들만 결혼식장에 남았다.

필자의 신랑 쪽 식구들이 많아 결혼식장을 매우 넓은 곳으로 잡았는데, 어이없게도 예식이 시작되자 빈자리가 앉은자리보다 많은 상황까지 연출됐다. ‘이럴 줄 알았으면 예식장을 아담하게 잡아서 예산을 줄일 걸’ 이런 생각까지 들었다. 이런 혼란스러운 결혼식을 경험한 필자에게 이번 ‘축제 같은 예쁜 결혼식’은 감동이었다.

호화 결혼식이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불필요한 사치로 치러지는 결혼식 낭비에 대한 비판여론이 높지만, ‘일생에 한번뿐인 거사’라는 명분에 밀려 여전히 형식적인, 비효율적인, 보여주기 식의 결혼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결혼식 치를 돈이 없어 결혼을 못하겠다는 청년이 많다고 한다.

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랑 신부다. 두 사람이 결혼식의 진정한 주인공이라는 점만 분명히 한다면 두 주인공이 사전에 결혼식을 예쁘게 잘 준비한다면 하루 행사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일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결혼 축제에 오신 분들이 축의금만 내고 식사만 덩그러니 하고 가는 재미없는 결혼식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결혼식은 두 주인공을 위한 축제가 돼야 한다.

이주아 한국코치협회인증 전문코치 / 사회적 코칭 전문가 / 소통과 감성 코칭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