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흔히 기성회비는 등록금에 으레 붙어 나오는 부록(?) 내지 하나의 청구 항목쯤으로 생각하는데, 실상 중요한 뜻이 있다.
기성회는 학교를 세우고 발전시키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자금을 모으자는 뜻으로 결성하는 모임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역사가 오래된 대학, 설립 당시 특정하게 오너가 없이 출범한 대학의 경우에 해당 대학의 역사를 뒤져 보면, 기성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국가와 민족을 위해 학교를 세운 경우로 기성회라는 모임이 톡톡히 제 역할을 한 경우다.
독립운동가 김창숙 선생이 주도해 새 조국의 인재를 길러내고자, 유교 이념에 입각한 기성회를 세워 대학 개교에 성공한 케이스가 성균관대이고, 국민대학설립기성회라는 모임은 후에 이승만 대통령에 맞서는 야당 정치인으로 유명세를 떨친 신익희 선생과 연관이 있다. 국민대학기성회는 1946년 국민대학관을 열기에 이른다(이후 국민대로 바뀌고 쌍용그룹에서 운영).
그러므로, 괜히 재정이 튼튼함에도 기성회비 명목으로 돈을 걷을 일도 아니요, 기성회를 학생들을 위한 대학 유지와 운영과 상관없이 쓰거나 심지어 저당 잡힘은 법적으로는 어떻든 간에 이미 교육자적 태도는 아닐 것이다.
전임 총장 재임 때 벌인 무리한 민간투자사업 탓에 부산대가 수백억원대 손실을 떠안을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이 사태의 여파가 자칫하면 대학의 중요 운영재원인 기성회비를 축내야 하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보인다.
부산 지역 매체에 따르면 부산대가 민간업체인 효원E&C를 사업시행자로 하고 수익형 민자사업(BTO) 방식으로 학내에 대형 쇼핑몰을 지난 2005년 12월 착공해 2009년 2월 완공했으나, 이후 영업 부실 과정에서 기성회비라는 재원을 둘러싸고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사업시행자인 효원E&C는 몰 개장 후 분양과 영업이 예상과 달리 여의치 않자 지난 2010년 10월 모 금용기관에서 400억원을 대출받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때 금융기관 측의 요구에 따라 효원E&C의 대출금 상환에 차질이 생기면, 부산대가 국비 지원 절차를 밟거나 우선 기성회비를 재원으로 일정 기한 내 대출금을 상환키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특히나 부산대와 같은 국공립대 같은 경우 사립대와 달리 재정이 어려워질 상황이 드물어 기성회비를 걷어온 관행에 제동을 거는 판결이 하급심에서 나온 바 있어 많은 사람이 예의주시 중인 것으로 안다. 어느 모로 보나, 이렇게 방만히 운영할 것 같아서야 왜 걷는지 모를 돈이 기성회비인 것 같다.
![]() |
||
어느 학교를 막론하고, 기성회비를 그야말로 학생들을 기르는 본연의 목적 범위를 위해 사용하고 관리, 운영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