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보통예금 통장을 분실해 여의도에 소재한 신한은행(055550) 지점을 찾은 A양. 마침 직장을 옮기면서 급여를 이체 받는 은행도 바뀌게 돼 앞으로 이 은행 통장을 많이 사용하지 않을 것 같다는 데 생각이 미친 A양은 통장 재발급이 아닌 통장 해지를 요구한다.
하지만 A양 계좌에는 해당 은행에서 만든 방카슈랑스(보험상품)나 펀드, 신용카드 대금 등이 자동이체 되도록 설정돼 있었는데, 창구 직원은 “이체를 먼저 정리하지 않으면 해지가 안 된다”고 한다.
“먼저 없애고 해당 카드사나 통신사(휴대전화)쪽과 나중에 이야기(다른 계좌로 이체할 곳을 이동)하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A양은 물었지만, 결국 몇 가지 상품을 모두 먼저 정리하거나 아니면 해지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A양은 “그냥 재발급 받으시죠?”라는 권유를 받아들였다.
적금이나 신용카드 사용 대금 외에도, 자동이체로 아파트 관리비나 휴대전화 대금 등을 해 놓고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이 편하자고 신청한 이런 자동이체 계약이 오히려 이렇게 일정한 경우 불편을 초래하는 상황이 은행 실무에서 목격된다.
신한은행뿐만 아니다. 역시 여의도에 소재한 IBK기업은행(024110) 지점을 방문해 유사한 사례의 처리 경과를 문의해 보니, “안 됩니다”라는 단호한 답이 돌아온다. 먼저 계좌이체를 신청해 놓은 것부터 해야 해지가 된다는 대강의 골격은 위 사례와 같았다.
보통예금 통장에서 보면, 고객이 은행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여기 돈을 맡기는 것이 계약의 기본이고, 다른 거래 관계(예를 들어 휴대전화나 카드 대금)에서 이 계좌에 잔고 한도 내에서 일정한 기간 간격으로 정기적 인출을 해 가는 것은 부수적이라고 할 것이다. 부수적인 문제에 본래의 틀이 휘둘리는 것 같아 아무래도 논리적으로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이와 관련, 은행연합회에 문의를 해 보았으나 “굉장히 타이트하게 운영을 하는 은행인 것 같다”면서 “은행마다 방식이 약간 다른데 △그냥 이런 자동이체가 있다며 알려주는 경우 △해지를 한다고 확인서를 한 장 받는 경우 △지금 문의 사례처럼 이야기하는 경우 등이 있다”고 한다.
연합회 쪽 설명은 “특히 대출금 이자라든지, 카드 대금 같은 경우에는 신용(등급 하락)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은행들의 의무는 아니지만 확인을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다만 이렇게 단호히 먼저 처리를 하고 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경우, 관행으로 형성이 돼 온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고객 보호 차원에서 점검하는 것이 약간씩 다른 상황이니, 이해해 달라는 입장이다.
물론 이렇게 어느 문제를 어떻게 정리하고 처리하는 게 꼭 맞다, 틀리다라고 설명하긴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특별히 관련기구에서도 단정적으로 처리하는 관행에 대해 강제성을 띄는 배경을 설명하지 못하는 걸 보면, 별반 좋은 관행은 아닌 것 같다. 더욱이 은행들이 ‘고객 보호’ 차원에서 집착하다 보니 이렇게 된 게 아니라, 나중에 뒤늦게 항의성 민원이 들어올 여지를 원천 봉쇄하자는 ‘스스로의 편의’ 문제 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게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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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수신 상황에서도 이럴진대, 여신(대출, 즉 빌리는 입장) 업무로 은행에 들어간 고객이 행원의 지나가는 말 한 마디 그냥 그런 관행 하나에 얼마나 불편하게 느끼거나 주눅들지는 불문가지다. 이런 작은 일 하나에도 신경을 써주는 쪽으로 은행 실무자들이 발전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