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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신용회복위 통해 줄인 빚, 상속시 원상복구 될까?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5.09 15: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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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금융 거래 없이는 사실상 거의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현대 사회에서 신용은 돈이자 체면입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이규태 기자는 조선일보에 연재하던 ‘이규태 코너’에서 오래 전에 ‘신용 시계’라는 베네치아 관습을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베네치아 상인들은 물품 대금 등 외상값을 속된 말로 떼먹으면 신용 시계 때문에 그걸 누구나 알 수 있었다고 합니다. 자기 가게에 떡 하니 걸려 있는 신용 시계 때문에라도 목숨 걸고 신용을 지켜야 되는 셈입니다. 신용이 없으면 거래를 못 하고 거래를 위해서라도 신용을 쌓아야 되니, 이는 신용 자체가 평판이자 또한 돈(을 벌 기회)이라는 점을 냉정히 일깨운 사례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채무 문제 등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곳으로 신용회복위원회라는 기구가 있습니다.

오래 활동해 왔지만 아직도 잘 알려지지 않은 상황인데요. 그래도 음지에서 묵묵히 일하는 신용회복위를 통해 개인워크아웃 지원을 받은 이들이 2003년 2만2000여명에서 2011년에는 6만명을 돌파, 약 3배 가까이 늘었다고 합니다. 해마다 상당한 저신용자들이 정부 프로그램을 통해 구제를 받으면서 새 신용 시계를 얻은 것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신용회복위가 돕는 개인워크아웃은 과중채무자에게 상환기간의 연장, 분할상환 등의 방법을 통해 신용회복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이제 신용회복위가 세워져 일한지도 10년을 넘다 보니 여러 경우가 생기고 있는데요. 바로 연로하신 분들이 혹은 젊은이 중에서도 신용회복의 절차를 밟다가 세상을 떠나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뒤에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람에 따라선, 채무에 대해 신용회복위를 통해 조정을 받은 건 망인(고인)이니, 이 경우 원론적으로 빚이 전액 살아나는 게 아니냐고 생각합니다. 또 반대쪽에서는 기왕 줄여주기로 약속된 빚이니 성실히 상속을 받은 이가 갚으면 되지 않냐고 항변합니다.

확실한 답을 위해 신용회복위에 문의해 봤습니다. 일단 조정을 받아 착실히 갚아 나가던 중에 고령 등을 이유로 사망하는 경우 유가족이 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하고, 규모는 어떻게 되는지 말입니다.

신용회복위 관계자 설명은 이렇습니다. 일단 유족과 연락을 통해 의사를 확인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있고 이들이 회복 절차를 밟아 변제를 해 나가던 중 별세한 부모의 남은 채무를 인수할 의사가 있으면 ‘고인이 신용회복위의 도움을 얻어 조정했던 액수 그대로’만 넘겨 받으면 된다고 합니다.

다만, 이렇게 인계받아 갚을 의사가 없을 수 있는데(예를 들어, ‘상속 포기’를 생각해 봅시다) 이 경우에는 원금과 이자 등이 원상 복귀되고 그 다음에 상속 절차를 어떻게 밟느냐에 따라 처리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이젠 세상에 없지만 채무자라는 불명예를 쓰고 돌아가신 점을 벗겨드리고 싶다고 생각해서 인계를 받아도 되고, 실제로 이왕 조정된 액수이니까 경제적 관점에서만 따져 보아도 이렇게 인계받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신용이 명예(고인의 명예)이면서 곧 돈(고인 뿐만 아니라 상속 순위에 있는 유족)이기도 한 셈입니다. 이 경우, 인수 절차도 복잡하지 않다고 합니다. 구두로 약속을 받고 넘어갈 수는 물론 없겠지만요, 어쨌든 신용회복위 직원은 이에 대해 간단한 서류만 작성하면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혹시 이런 입장에 처한 경우라면 어려워 하거나 곤란해 할 필요 없이 가까운 신용회복위로 연락하면 되겠습니다(1600-5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