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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정부의 ‘긴축 거부’…그리스 악몽 재현되나?

“단기적으로 주식시장 조정 불가피…신용경색 재발 가능성은 낮아”

이정하 기자 기자  2012.05.09 15: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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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그리스 좌파 연합정부가 이전 정권이 추진해온 모든 긴축 정책에 대해 거부 의사를 표명해 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리스의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국내 증시는 당분간 약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지난 7일 열린 그리스 총선에서 제1당인 보수 신민당이 다른 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려고 노력했으나 성과는 없었다. 이에 제2당인 급진 좌파 ‘시리자’에게 연정 구성 바톤이 넘어갔다.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는 오는 17일까지 연정을 구성해야 한다.

연정 구성에 앞서 치프라스 대표는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외국에 한 약속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했고,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이날 그리스 증시가 20년래 최저치로 하락한 가운데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글로벌 주요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의 S&P500지수는 장 중 한 때 1350을 하회하며 한 달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치프라스 대표는 긴축 재정을 즉각 철회하는 동시에 △폐지된 노동조합의 단체협상권 회복 △의원의 회기 중 불구속권 철회 △그리스 은행에 대한 조사 △그리스 공공적자를 조사할 국제 위원회 구성 등을 실천하겠다고 밝혀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대외 불확실성으로 코스피는 당분간 하단 지지력을 테스트하는 과정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 전지원 연구원은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은 단기적인 주식시장의 조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으며, 삼성증권 임수균 연구원도 “그리스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시를 압박하는 흐름으로 나타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적 리스크로 불거진 유로존 우려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위기의 핵심은 은행권의 신용경색 재발 여부인 것을 고려해보면 그럴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 

임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진행됐던 유로존 구제금융 기금 확충, 유럽 은행들의 자본 확충과 디레버리징, 유럽중앙은행(ECB)의 유동성 공급 등은 그리스 위기에 대한 통제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럽연합(EU) 회원국은 6월28~29일로 예정된 정례 정상회의에 앞서 5월23일 특별 정상회의를 개최할 계획인데, 이 회의에서는 유로존 성장 촉진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라며 그리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제시될 것으로 전망했다.

KB투자증권도 과거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중앙은행(ECB), 유럽연합(EU) 등 ‘트로이카’의 행보와 이미 국채 민간보유분 상각이 완료된 점을 고려하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했다.

이 증권사 김수영 연구원은 “그리스 총선 결과 각 정당들의 정치적 입장 및 유럽에 대한 견해 차이로 연합정부 구성이 어려울 전망”이라며 “그리스 의회는 6월30일까지 115억유로의 긴축안을 승인해야 되나, 과거에도 트로이카는 그리스의 긴축목표 달성 지연에 대해 관대한 입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리스크 자산 모멘텀 공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코스피가 횡보세를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실적이 개선되는 저평가 업종에 관심을 갖을 것을 주문했다.

김수영 연구원은 “연초 이후 연초 이후 IT, 자동차 및 금융 업종의 실적개선이 확인되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유럽 우려 해소의 수혜를 받을 은행의 저평가 매력이 부각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임수균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는 실적모멘텀이 뛰어난 IT와 자동차, 단기적으로는 낙폭 과대주에 대한 관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