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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좋은 일 생색내려다 법령 위반 논란?

임혜현 기자 기자  2012.05.08 17:5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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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하나은행(086790)과 기아자동차(000270)가 자동차라는 접점으로 만나 좋은 일을 함께 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5월7일 서울 을지로 소재 하나은행 본점 주차장에서 ‘실버 스마일카’ 차량 기증식이 열렸는데요.

이날 하나금융그룹 김정태 회장과 기아자동차 김훈호 상무가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 이사장인 염수정 주교와 자리를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들 명사들이 아니고, 자동차였는데요. 이들 곁엔 반짝반짝 빛나는 24대의 새 차들도 서 있었습니다.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 24개 기관장에게 이날 기증된 이 차량들은 △노인 학대 신고가 들어올 경우 출동 △구조에 투입 혹은 노인 학대 예방 및 홍보를 위한 지역 노인 방문상담 등에 투입 등 고되지만 보람있는 전령 역할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번 기증은 하나은행이 재단법인 ‘바보의 나눔’을 통해 24대 차량구입비를 전액 지원하고, 기아자동차가 구입 시 수반되는 제반비용(즉 세금 등) 지원하면서 결실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뜻 깊은 사회공헌 행보에 자동차 측면에 광고를 게재한 점이 ‘옥의 티’로 보이는 것은 왜일까요? ‘좋은 일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모르게’라는 상식과도 다소 어긋나는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더욱이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는 바가 아니라는 점도 논의 대상이라는 점도 기자의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옥외광고물법, 차량 이용 광고에 엄격한데

도로에 돌아다니는 차들을 보면, 더러 광고성 문구를 래핑 내지 부착한 것을 볼 수 있지요? 예를 들어, 동부화재(005830)가 자사 차량에 출동 서비스인 ‘동부 푸르미’를 홍보하는 내용을 장식한 차량을 운영하는 경우가 좋은 사례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활동에는 무한한 자유가 보장된 것은 아닙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및 그 시행령이 시행 중입니다.

이 규정들을 해석, 종합해 보면, 여객운수사업이나 화물운수사업차량을 제외하면(이 차량을옥외광고물 부착용으로 하려면 허가를 얻어야 함), 타사 광고를 싣지 못하게 돼 있고, 자기 광고는 제한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에 이 법과 시행령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되기도 했었던 것을 기억하는 분들도계실 텐데요. 광고대행사인 K사 등이 자동차 소유자가 자동차라는 표현매체에 자신이 원하는 광고물을 부착하는 것을 금지한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시행령 규정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지요. 하지만 이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의 의견 일치로 합헌 결정을 내린 것으로 끝났습니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002년 12월 “관련 조항은 차량 소유자 본인에 관한 광고는 허용하면서 다른 사람의 광고물 부착을 금지함”이라고 이 법과 시행령의 기본 내용을 요약, 정리했습니다. 아울러 “비영업용 차량을 광고매체로 활용하는 신종 광고대행업을 운영하려는 청구인들의 직업행사 자유를 제한한 점은 인정되나 공익인 도로교통의 안전성 등에 비춰 볼 때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고요.

그런데, 2002년 당시 시행령 규정을 현재의 규정과 비교해 보면, 일부 기술적 규정들이 바뀐 부분이 있을 뿐이고 특히 자동차 옥외광고물 관련 규정은 틀에 변화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차량에 본인 광고는 허용 △비영업용 차량은 타인 광고 불가 △화물업 차량이나 여객운수업 차량은 허가를 득한 뒤에 가능으로 요약할 수 있고 이 틀은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 이전이나 이후에도 유지가 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실버 스마일카 차량의 법적 지위는 어떻게 될까요? 하나은행 홍보실에 문의해 봤습니다. 하나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이 차량 기부 건은 하나은행에서 자금을 기증, 이것이 재단인 바보의 나눔으로 들어가고, 이 재단에서 차를 구매해 관련 단체에 기부하는 방식을 택했다고 합니다. 기아차는 자동차 판매자인 동시에, 제반비용을 부담해 주는 기부자로서의 이중적 지위를 가집니다. 결론적으로, 차량 소유권은 봉사단체 등에 있고, 하나은행이나 기아차가 여기에 자신들의 직접적 광고나 이미지 광고 등을 게재하는 식으로는 쓰기 어려운 비영리 목적 보유 차량으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여객의 운수업 차량으로 볼 여지가 무척 적음).

모 기초지방자치단체 관계자에게 문의한 바로는 “사회복지시설에서 영업자로 등록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즉 물품을 생산, 판매하는 등으로 자력갱생을 도모하는 사회복지시설이라면 이런 등록이 가능할 것(예를 들어, 사회적 기업인 ‘한울타리’ 같은 곳을 이런 경우에 가깝다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나 거의 없는 사례라는 얘기도 부수적으로 따라 왔습니다. 운수업 등에는 더더욱 해당이 없다고 하겠지요.

다시 정리해 보겠습니다. 차량의 측면에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실버 스마일카라는 명칭이지만, △ 하나은행의 ‘로고’ △하나은행의 ‘명칭 네 글자’ 그리고 △‘하나은행과 기아자동차가 함께 하는’이라는 부분이 들어간다는 점, 즉 이 표현이 위에서 말한 가장 두드러진 실버 스마일카라는 표현에 결합, 결론적으로 재차 하나은행과 기아차가 부각된다는 점을 추려낼 수 있습니다.

이는 차량 측면 전체를 하나은행 및 기아차 홍보와 이미지 제고에 사용하는 것이어서 광고로 못 볼 바 아닙니다. 또 이런 문제에 둔감한 운전자 및 보행자 정서, 더욱이 이동 차량에 대해서 사실상 행정청이 단속을 잘 하지 않는 관행을 악용한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다시 위의 헌법재판소 결정 내용을 보자면 “자동차에 무제한적으로 광고를 허용하게 되면 운전자와 보행자들의 주의를 산란하게 해 도로안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위험성을 증대할 만한 현란한 광고를 굳이 은행과 완성차업체가 손잡고 해야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더욱이, 현란한 광고의 총면적 등을 볼 때, 막상 좋은 일에 앞장서고 있는 재단법인인  바보의 나눔 같은 경우에는 그 이름이 차량 측면 하단에나 작게 들어가는 점도 걱정스럽습니다.

바보의 나눔과 하나은행의 광고 면적을 대조해 보면, 기아차와 하나은행의 행보는 바보의 나눔을 공헌 행보 파트너로 대등하게 여기기보다는, 자금 유통 경로나 수단 내지 도구 쯤으로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낳는다는 점에서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