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고등학교까진 대학만 가면 다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 한 것에 실망하고, 졸업 후 취직만 하면 끝일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 것에 절망한다. 부모 세대는 어릴 때는 가난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형편이 나아졌다. 그러나 요즘 젊은 세대는 어릴 땐 풍요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미래가 불투명하다. 그래서 그들은 부모세대의 “젊은 사람들이…”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요즘 이웃 일본에서는 ‘중년 캥거루’가 사회적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결혼하지 않은 채 부모와 함께 사는 34~44세 사이의 미혼 남녀를 말한다. 이들이 자그마치 295만명에 이른다는데, 이 수치는 그 연령대 인구 6명 중 1명에 해당한다.
일본에서 부모에 얹혀사는 미혼자 문제는 1990년대부터 제기되었다. 그들은 부모의 집에 같이 살면서 자신의 수입은 취미생활에 소비하던 ‘우아한 싱글’들이었다. 그들 중 상당수가 지금까지 부모에 기생하는 ‘기생 중년’이 되었다고 한다. 문제는 장기불황과 부모 세대의 고령화로 이들이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NEET족 100만명 돌파’라는 신문기사가 눈길을 끈다. NEET족이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젊은 무직자를 일컫는 말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15~34세 청년 인구 가운데 일을 하지도 않고, 구직활동도 포기한 숫자가 작년 처음으로 100만8000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청년 100명 가운데 7.5명이 니트족인 셈이다. 2004년에 1475만명에 불과했는데 이처럼 단기간에 급속도로 늘어났다고 했다.
기성세대의 눈에는 이런 현상이 적이 걱정스럽다.
일본 최고의 부자, 유니클로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 그의 자서전 이름은 ‘1승9패’다. 그는 와세다대학 졸업 후 유통 대기업에 들어갔다가 9개월 만에 사표를 던지고 나와, 친구 집에 기거하면서 아르바이트로 생활했다. 아버지의 부름을 받아 고향으로 내려간 그는 소도시 의류판매회사를 세계적인 의류회사를 일구었다. 그는 이렇게 젊은이들에게 조언한다.
“좋은 기업만 찾는 젊은이들도 문제가 있다. 회사를 선택할 게 아니라 평생의 업을 찾아야 한다. 국내에 일자리가 없다고 하지만 아시아로 눈을 돌리면 얼마든지 있다. 일본 젊은이 들이 한국보다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고 해외에 눈을 돌리지 않아 걱정이다.”
일본 사람들의 눈에는 한국 젊은이들은 건강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도 일본을 빠르게 뒤따라가고 있다. NEET족의 급속한 증가도 한 예이다. 머잖아 우리 주변에 중년 캥거루가 나타날 것이 자명하다.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맘껏 놀아보기는커녕 경쟁에 내몰려 자란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의 한 마디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런 류의 서적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걸로 문제가 절로 해결되는 건 아니다.
경쟁이란 뭔가? 스트레스가 가득한 인생에서 경쟁은 ‘맛소금’과 같다. 경쟁이 없는 놀이는 시시하고 재미가 없다. 톰 소여는 담장에 페인트칠을 하게 해달라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른이나 아이나 뭔가 열심히 하게 하려면 그걸 쉽게 얻을 수 없게 하면 된다고”
이 세상 어디에도 경쟁 없는 곳은 없다. 어떤 생물도 경쟁을 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하물며 사람이야 오죽하랴. 경쟁이 인간의 심성을 황폐화시키기도 하지만, 사회의 발전을 촉발시키기도 한다. 팽팽한 경쟁과 긴장감이 있기에 우린 더 짜릿함을 느끼고 더 재미있어 한다. 세계가 좁아지면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경쟁의 폭은 더 넓어지고, 경쟁의 깊이는 더해지고 있다. 어느 누구도 이를 수정하거나 변경할 순 없다.
우헌기 ACC 파트너스 대표코치 / (전)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 / (전) 택산상역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