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정희 통합진보당 공동대표의 진짜 속마음이 궁금하다. 4·11 총선 비례대표 부정선거 파문과 관련 지난 3일 “정치적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던 이 대표가 4일 전국운영위원회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즉각적인 지도부 총사퇴는 옳지 않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면서도 “책임져야할 현실을 피하지 않겠다. 오는 6월3일 당직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오는 12일 향후 정치 일정이 확정될 당 중앙위원회가 끝나는 즉시 나에게 주어진 무거운 짐을 내려놓겠다”고 사퇴시기를 정했다.
이날 이 대표의 모두발언을 들으면서 여러 번 가슴을 쳤다. 통합진보당의 부정선거 파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11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가 출마했던 관악을 지역에서 경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 불거졌고, 당시 이 대표는 “사퇴는 없다”고 버티다가 여론몰이에 끝내 무너졌다.
같은 총선에서 두 번의 부정선거 파문이면 사퇴의 이유는 충분하다. “즉각적인 총사퇴는 옳지 않다”고 말할 때가 아닌 것이다. 바닥에 떨어진 통합진보당의 도덕성과 국민의 신뢰는 어찌할 셈인가.
특히 이번 부정선거 파문은 통합진보당 내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대립으로 비춰지면서 국민들의 눈살을 더욱 찌푸리게 했다. 이런 마당에 “조사위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사퇴시기를 늦추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어 진행된 통합진보당의 전국운영위윈회도 실소를 감출 수 없게 했다. 당초 통합진보당은 전국운영위원회를 개최해 선거부정 의혹에 관한 진상의혹 조사결과 발표 등 현안에 대해 논의를 거쳐 의결 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사위에서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동안 전국운영위를 방청하던 당원들은 고함을 지르는가 하면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이 대표가 “조사위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을 때 환호성을 지르던 당원들이다.
이날 운영위는 이 대표가 진행했으며, 몇 차례나 소란이 발생해 회의장에서 내쫓겠다는 경고를 남발했지만 단 한 차례도 회의장 밖으로 쫓겨나는 경우는 없었다.
시종일관 경고만 남발할 뿐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 이로 인해 일부 운영위원들이 소란스럽고 위협적인 분위기에서 회의 진행이 어렵다며 정회를 요청하기도 했지만 이 대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유시민 공동대표가 이 대표에게 “인터넷으로 방송되고 있으니 방청객들을 내보내고 회의를 진행하자”고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소란을 피우는 방청객들은 진행요원들이 즉시 내보내도록 하겠다”며 반복했던 말만 되풀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소란이 일어났고 결국 유 대표는 방청객을 향해 큰 소리로 “이게 뭐하는 짓이야 지금”이라며 화를 내기에 이르렀다.
운영위 시작 전 모두발언을 통해 ‘아무 죄 없는 당원’, ‘당원들의 권리와 명예’, ‘귀한 당원들’, ‘아까운 당원들’을 내세워 조사위의 결과를 수용하지 못하겠다던 이 대표와 이 대표의 발언에 따라 반응하는 당원들…, 초등학교 학급회의도 이보다는 낫지 않을까.
이 대표의 모두발언을 곱씹어본다. 이 대표는 이날 운영위에 앞서 이번 비례대표 부정선거는 자신이 “서울을 떠나있는 동안 일어난 일”이라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4월29일 급히 올라와 사태의 일부를 알게 된 이후 오늘까지, 토론하고 협력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은 ‘정치적 희생양’이 필요한 때라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면서 “‘당권파와 함께 당직에서 철수하라’는 압박만 받고 있다”고 말했다. 4인의 공동대표가 나란히 앉아있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해야할 발언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선거부정 의혹에 관한 진상의혹 조사결과 발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었던 통합진보당의 전국중앙운영위는 결국 당내 계파갈등만 ‘재확인’ 시켜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