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메가스터디(www.megastudy.net/대표 손주은)는 11일 2007학년도 정시 논술고사를 분석한 첫 번째 자료를 내 놓았다. 이번 자료는 지난 6일 논술고사를 실시한 연세대, 한양대, 경희대를 중심으로, 대학별 특징과 2008 통합논술과의 연관성 등을 분석했다.
지난 6일, 연세대, 한양대, 경희대가 실시한 2007학년도 정시 논술고사는 외형적으로는 예년과 크게 달라진 점이 눈에 띄지 않았지만, ‘통합교과형 논술’로의 방향 전환을 꾀하고 있는 대학들의 구체적인 움직임이 선명하게 반영된 시험이라 할 수 있다.
<대학별 출제 특징>
연세대- 추상적 주제를 현실적 차원에 적용할 것 요구
연세대는 장자의 ‘추수편’에 나오는 장자와 혜자의 논쟁, 토마스 네이글의 ‘박쥐의 입장에서 느낀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에 나오는 김유정의 ‘동백꽃’, 폴 처칠랜드의 ‘물질과 의식’이라는 네 개의 제시문을 바탕으로, 내가 아닌 다른 존재의 느낌과 생각을 이해하는 데에 어떠한 어려움이 있는지 비교 분석하고,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사회 현실의 예를 들어 논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연세대 측은 이 논제를 통해 타자에 대한 이해 부족 혹은 오해로 다양한 계층과 지역에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해 학생들이 얼마나 인식론적으로 접근하면서 사회 현상과 접목시켜 논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연세대는 전통적으로 철학적 주제를 인간의 삶과 연관 짓는 주제를 주로 선택해 왔고, 이번 정시 논술에서도 이 기조는 유지되었다. 다만, 이번 시험에서는 추상적인 차원의 주제를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차원에 적용할 것을 요구했다는 점과, 교과서에 수록된 소설 작품을 사용하는 등 예년에 비해 제시문의 난이도를 낮추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양대- 제시문, 논제 평이하나 논제 해결 과정과 조건은 까다로워
한양대는 수전 조지의 `루가노 리포트' 중 세계적 인구 증가 현상에 대한 내용을 고등학교 수준으로 재정리한 글을 통해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과 함께 창의적이고 종합적인 해결 방안을 묻고 있다. 제시문과 논제의 수준은 평이하나 자칫 ‘인구 증가 억제방법’으로 논점을 잘못 이해하거나 논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과 조건이 구체적이어서 수험생들간 답안의 수준 차이가 클 것으로 예측된다.
경희대- 시,그림,성서 등 다양한 자료 활용 두드러져
경희대는 구약 성서 중 `열왕기’ 상권 3장과 정일근의 `유배지에서 보내는 정약용의 편지', 김장호의 ‘새로운 노사 관계와 총체적 학습 사회', 순자의 `성악설', 홉스의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에서 다루는 다양한 갈등의 원인과 해결 방식의 차이점을 분석하고, 현대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가장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도록 묻고 있다. 시, 그림, 성서 등의 다양한 자료가 활용된 점이 두드러지며 제시문 간의 위상이 분명하게 나뉘어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통합교과형논술과의 연관성 분석>
연세대, 한양대, 경희대는 2007학년도 정시 논술고사에서 외형적으로는 기존의 논술 출제유형을 유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2008학년도 입시부터 실시될 새로운 논술의 방향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각 대학은 공통적으로 제시문의 난이도가 교과서 수준을 넘지 않도록 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쓴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고등학교 과정을 밟은 학생들이 해결할 수 있는 논술의 수준을 유지한다는 통합교과형 논술의 기본정신을 살려가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이번 논술시험에서 세 대학은 공통적으로 수준은 평이하지만 제시문간의 위상 차이를 분명하게 둠으로써 수험생들에게 정밀한 독해를 요구하고 있다. 이 역시 준비된 배경지식보다는 주어진 글에 대한 높은 수준의 독해 능력을 요구하는 통합교과형논술의 성격과 일치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연세대의 <라>, 경희대의 <라>,<마>,<바>, 한양대의 <라> 지문 등은 논의를 전개하기 위한 중심 지문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유추, 비교, 대조, 분석하여 다른 제시문(문학 작품, 그림 등)과의 관계를 파악하고 이를 논점에 맞게 이해하는 방식은 이미 서울대, 고대 등에서 발표한 2008학년도 통합논술의 유형과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
셋째, 구체적이고 분명한 논술의 조건을 제시한 것도 통합논술의 형식을 닮아가고 있는 징후라 할 수 있다. 통합논술의 출제 형식이란 구체적이고 분명한 논제의 내용을 제시하고 이와 더불어 다양한 논술의 조건을 내세우는 것이다. 이는 과거의 논술과 분명히 대비된다. 추상적이고 막연한 주제에 대하여 열린 답을 요구했던 과거의 논술과는 달리 통합논술에서는 확실한 논제에 대하여 다양한 조건에 맞는 답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수험생이 논제에 충실한 답을 썼는지를 평가함으로써 답안의 우열을 즉각적으로, 그리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학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세 개 대학 모두 공통적으로 통합논술에서 지향하는 창의력, 종합적 사고력을 주요한 평가 요소로 내세운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평소 학교 교과에서 배운 내용을 얼마나 현실에 창의적으로 적용, 응용할 수 있는가를 묻겠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연세대가 타자 이해의 방식을 사회현실의 예로 답하라고 한 점, 한양대와 경희대가 ‘갈등’ ‘고령화 사회’와 같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주어진 제시문을 참조하여 제시하라고 한 것은 바로 창의적 사고를 통한 응용 능력을 묻고자 하는 것이다. 아울러 갈래나 성격이 다른 제시문들을 연결시켜 논점을 이해하도록 한 점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이번 정시 논술고사는 예년의 유형을 형식적으로 유지함으로써 수험생들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으면서도 2008학년도 통합논술의 방향을 담아냄으로써 새롭게 정착해갈 논술의 틀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제 2008 논술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그 방법에 대한 윤곽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