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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열 오르는 훠궈, 열 받는 태극

노현승 기자 기자  2012.05.03 11: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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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샤브샤브 좋아하시나요? 이 사진은 중국인들이 사랑하는 중국식 샤브샤브인 훠궈(火鍋)입니다. 훠궈는 만드는 재료나 지방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존재합니다. 훠궈는 우리가 흔히 먹는 샤브샤브와 먹는 방법이 동일합니다.

얇게 썬 고기 야채 등을 끓인 육수에 살짝 익혀먹죠. 하지만 훠궈에는 쇠고기, 피시볼이나 야채 외에도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하는 얇게 썬 양고기가 주력으로 사용됩니다. 여러 재료를 취향에 맞게 선택해서 끓인 육수에 담가 익혀 먹는 것이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훠궈 육수는 태극 모양 냄비에 빨간 국물과 흰 국물이 나뉘어서 담겨져 나옵니다. 빨간 국물은 매콤하고 향신료가 많이 들어가 있으며, 흰 국물은 상대적으로 깔끔하고 구수한 맛을 냅니다. 겨울에 특히 열을 확확 올리기에 좋은 음식입니다.

그런데, 훠궈 냄비의 국물을 나누는 틀은 태극을 연상시키는데요. 태극은 무엇이며 원조는 어디일까요? 

태극은 하나의 명사로 역경에서 처음 사용됐는데, ‘하늘과 땅이 생기기 이전’을 태극이라고 칭했다고 합니다. 그 후 송나라 시대에 이르러 주돈이가 한 폭의 태극도를 그려 태극에 포함된 뜻과 그 발전 변화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태극 문양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고 합니다. 중국 송나라에서부터 태극 문양을 썼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고, 고대의 어느 나라에서든지 태극 문양이 나타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신라시대 왕관에서 태극 문양이 출토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남북국 시대, 신라에서 세운 감은사지 석각에서도 태극 문양이 보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태극 문양이 그려진 목제품이 발굴됐습니다. 이 최고(最古)의 태극 문양 목제품이 나온 곳은 바로 영산강 고대문화권역의 중심지인 전남 나주 복암리 고분군(사적 제 404호)입니다.

태극을 최초로 그린 사람은 전설 속 인물인 태호(太昊) 복희씨(伏羲氏)라고 합니다. 이를 미뤄봤을 때 태극 사상의 시발점은 현재의 중국 지역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물론 복희씨의 출신 민족을 동이족으로 보는 주장도 있으며, 문화의 시작 자체가 현재의 중국인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한족이 아닌 이민족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태극의 꽃을 피운 데에는 분명 우리 민족도 한몫을 했고, 실제로도 우리나라에 제일 많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나라의 상징인 국기에서 태극을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또 태극 문양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 중국 더 나아가 베트남 등 동아시아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이러하듯 태극은 동아시아 전체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근래, 중국은 ‘동북공정’ 등 주변 국가들에서 좋은 건 다 빼앗아 다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는 데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또 중국 쪽에서 백두산 등반을 하면(중국 쪽에서는 장백산이라고 하는), 태극기를 꺼내지도 못하게 한다고 하지요.

워낙 말도 안 되는 자국 문화 중심주의에 열을 올리는 중국이기에, 열나는 중국 훠궈 한복판의 태극을 보며 ‘태극과 태극기 주인은 누구?’라는 문제를 생각해 봤습니다. 앗, 자세히 보니 스테인레스 재질 냄비 끝 자락에는 ‘메인드 인 차이나’라고 적혀 있네요. 애매한 태극 사상의 시원은 넘어 냄비 정도는 그들 것으로 인정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