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금융당국이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등 증권 거래 유관기관들의 거래수수료를 2일부터 일괄적으로 20%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일선 증권사들도 후속 대응에 분주한 가운데 대형사와 중소형사 간 온도차는 확연하다.
대형사들은 영업이익 중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기 때문에 거래수수료 인하에 적극적이지만 상황이 다른 중·소형사들은 대게 시큰둥하다. 당국은 유관기관에 내야할 수수료율을 인하한 만큼 투자자들의 수수료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가 자진해 수수료를 낮추지 않는다면 이번 조치는 증권사의 돈벌이 기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00만원이 HTS를 통해 오갈 때 고객은 증권사에 따라 최소 8000원에서 3만원 정도의 매매 수수료를 내야 한다. 투자자가 낸 수수료 중 일부는 유관기관에 돌아가며 나머지는 해당 증권사 몫이다.
◆증권 거래 수수료 얼마나 싸지나
금융위원회 산하 시장효율화위원회는 지난 26일 증권 거래 유관기관들의 거래 수수료를 내달 2일부터 일괄적으로 20%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이번 수수료율 인하로 매년 597억원(한국거래소 423억원·예탁결제원 174억원)의 수수료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수수료 인하 발표를 하기 전에 각 증권사 임원들을 불러 수수료 인하에 동참할 것으로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투자업계 역시 최근 업황부진으로 수익률이 부진하지만 여론의 비난을 의식해 최대한 협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지난달 27일 한화증권(003530)을 시작으로 2일 KDB대우증권(006800)이 투자자들에게 부과하는 거래수수료를 내리기로 했다. 우리투자증권(005940), 삼성증권(016360), 신한금융투자 등도 속속 인하 행렬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003450), 대신증권(003540), 하나대투증권, 미래에셋증권(037620) 등은 인하를 적극 검토 중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라…속 타는 중소형사
고민에 빠진 것은 중소형사다. 대표적으로 온라인을 통한 개인 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039490)과 이트레이드증권(078020)의 경우 수수료 인하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라며 즉답을 피하고 있지만 이미 수수료 인하 여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게 중론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당국의 조치에 따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인하 여부를 단정적으로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10월 거래소와 예탁원이 주식·파생상품 거래 시 고객 수수료에서 자동 징수되던 0.00462%의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결정했을 때도 대형사와 달리 수수료를 인하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개인 의견을 전제로 “일괄 20% 인하라고 하지만 ELW 등 제외되는 상품들을 감안하면 실제 인하폭은 15~16% 정도로 예상된다”며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덧붙였다.
이트레이드증권 관계자 역시 “고객 수수료 인하 여부는 상당히 예민한 문제인 만큼 해당 부서와 신중하게 협의 중”이라며 “오프라인 영업 등 먹거리가 많은 대형 증권사에 비해 (수수료가 싼)온라인 비중이 높다보니 회사 측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고객수수료 내린 대형사보다 중소형사 유리”
한편 이번 유관기관 수수료 인하 조치가 증권사 영업이익에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고객수수료 인하 행렬에서 빠지는 증권사의 경우 줄어든 수수료 부담이 영업이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HMC투자증권 박윤영 연구원은 “이번 유관기관 수수료 인하로 증권사들의 영업이익 증가 효과는 지난해 기준 2% 수준이 될 것”이라며 “수수료 비용 감소 효과는 업계 전체적으로 약 600억원 정도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다만 수혜효과는 대형사 보다는 온라인 증권사 및 딥디스카운트(대폭할인) 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은 회사가 더 클 것”이라며 “고객 수수료를 인하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키움증권과 이트레이드증권은 각각 기존 영업이익 대비 4% 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