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특정 언론사명을 거론하기 어려운 문제라 그냥 A사로 적겠습니다. 정확한 시점도 밝히지 않겠습니다. 그리 멀지 않은 옛날 일어난 믿기 어려운,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모 언론사에서 국장이 교체되었는데, 내부적으로는 평판이 나쁘지 않았답니다. 후배들이 국장을 믿고 따랐다는 이야기가 되겠지요. 문제는 오히려 편집국 장악력 부분보다 경영 성과라는 애매한 문제를 뒤집어썼다는 후문이 있었습니다. 경영 실적은 원래 편집국으로 불똥이 튀지 않아야 정석인데(적어도 공식적으로는 그렇게 돼 있는데) 이 경우엔 좀 예외적으로 그런 사단이 났다는 설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A사가 실제로 그런 판단을 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주 오래 전의 언론사 경영의 관행과는 천양지차인 셈입니다.
과거 한국일보 창간사주로 장기영씨라는 분이 있었습니다. 이 장 사장은 한국일보를 한국 최초의 본격적 상업지(정론지를 지향하는 매체가 아니라, 간단히 말하자면 신문을 잘 팔아 이익을 내자는 의견을 갖는 매체)를 지향한 인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기자들을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억세게 기른 인물로도 더 기억에 남고 있습니다.
장 사장은 과거 젊은 기자가 현장에 나가는 것을 보자 자기 케네디 지프를 타고 가라며 내준 일화도 있답니다. 이는 한국일보 출신인 안병찬 박사가 회고록에서 적어 놓은 내용입니다.
상업지이면서도 사장의 자가용을 취재용으로 내주며 기를 살려주던 한국일보는 독재정권에 맞서는 기자노조의 싹이 가장 먼저 튼 매체 중 하나입니다. 또 월남전의 한복판에서 종전 직전까지 마지막 특파원을 근무시키기도 한 매체가 바로 한국일보입니다.
상업지란 무엇인지, 상업지여도 잘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기영 시대의 한국일보를 보면 이번 A사 국장 경질 논란은 그래서 충격적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