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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리포트] ‘지식재산 운용의 기술’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 김홍일 대표

특허에 투자 ‘IP펀드’로 승부수…국내최초 지식재산권 전문 운용사

이수영 기자 기자  2012.04.30 16: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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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애플은 없다. 반면 삼성은 있다. 그런데 요즘에는 없는 게 나을 수도 있다. 바로 ‘굴뚝 달린 공장’ 얘기다. 생산력이 더 이상 기업 경쟁력의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는 것은 최근 애플과 삼성전자 간 특허분쟁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다.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IdeaBridge·대표 김홍일·이하 아이디어브릿지)은 국내최초로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자산운용사다. 아이디어브릿지라는 명칭 역시 특허 등 지식재산권을 총칭하는 ‘아이디어(idea)’를 금융과 결합해 새로운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bridge)’가 되겠다는 의미다.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은 국내최초로 특허를 비롯한 지식재산권(IP·Intellectual Property)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자산운용사다. 초대(初代) 대표이사(CEO)인 김홍일 대표는 ‘IP펀드’라는 새 금융상품 모델의 개척자 겸 설계자다.
초대(初代) 대표이사(CEO)인 김홍일 대표는 ‘IP펀드’라는 새 금융상품 모델의 개척자 겸 설계자다. 지난 3월21일 금융위원회 본인가를 획득하며 공식 출범한 아이디어브릿지의 사업 골격은 ‘IP펀드(지식재산권 펀드)’를 운용해 시장성 있는 특허를 사들이고 이를 기업에 유통시켜 수익을 내는 것이다.

즉, 부동산담보대출처럼 아이디어브릿지는 특허를 담보 삼아 해당 기업에 자금을 조달한다. 또 담보로 잡은 특허권을 원하는 기업이 사용할 수 도록 하고 로열티를 받는다.

◆‘돈 되는’ 특허의 조건

김홍일 대표의 구상대로라면 원천기술은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기업은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고 특허침해 가능성에 수출길이 막힌 기업들은 사업 활로를 찾을 수 있다. 펀드 투자자들도 로열티로 인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대표의 야심작인 ‘1호 IP펀드’는 올해 상반기 중 사모펀드 형태로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1호 펀드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이후에는 분쟁소송 관련 후속 펀드도 출시할 계획이다.

“평범한 투자자들은 특허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합니다.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변리사의 역할로만 치부하죠. 만약 1호 펀드를 일반적인 ‘블라인드 펀드(Blind Fund·일반인을 대상으로 모은 자금을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로 모집한다고 하면 투자의 귀재 아니라 신이라도 나서지 않을 겁니다.”

특허에 투자한다? 원천기술을 둘러싸고 기업들이 피 튀기는 법정공방을 벌이는 일은 심심찮게 있었지만 이를 금융상품과 결합한다는 것은 생소한 얘기다.

먼저 수많은 특허 중에서도 시장성이 있는, 이른바 ‘돈 되는’ 특허를 고르는 작업부터 쉽지 않다. 특허청에 따르면 연도별 특허 출원건수 집계 결과 2010년에만 총 17만101건의 특허가 출원됐으며 2000년 이후 매년 10만건이 넘는 특허 출원이 쏟아졌다.

“우리는 투자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특허, 즉 시장에서 당장 이를 활용한 제품이 팔리고 있는 특허만 사들일 예정입니다.”

김 대표는 최근 특허 공시를 낸 상장사들의 주가가 부진한 것은 당장 제품화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일례로 올해 총 32건의 특허권 취득 공시를 낸 성우하이텍은 지난 1월2일 종가기준 1만3750원이었던 주가가 지난 27일 1만2350원에 그쳤다. 수익률로 따지면 -10.18%를 기록한 셈이다. 올해 13건의 특허 취득 공시를 낸 실리콘웍스 역시 같은 기간 -7.96%의 주가 하락률을 기록했다. 또 11건의 특허권 취득 사실을 알린 인스프리트는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당장 시장에서 먹히는 특허는 상품화가 가능한 실물 자산입니다. 언제 상용이 가능할지 기약할 수 없는 특허공시는 주가 띄우기에 불과하죠. 이런 사실은 시장과 투자자들이 더 빨리 눈치 채는 법입니다.”

◆“특허는 유동자산…복제 가능한 ‘기술’과 천지차이”

지난 22년간 전문 금융인으로 살아온 김 대표는 특허가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실물자산이라는 점에서 사업모델을 구상했다. 그는 1호 펀드 출시 이후 오히려 대형사를 비롯해 제도권 금융회사를 통해 유사 펀드가 계속 나오길 바라고 있다. 시장 ‘파이’를 키워 특허 유동화를 하나의 사업모델로 굳히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특허 유동화가 자리를 잡으면 부동산과 유사한 개념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단순 기술과 특허를 똑같이 취급하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김 대표가 주장하는 기술과 특허의 차이는 복제와 유통이 가능한지 여부다. 기술은 얼마든지 복제(copy)가 가능하고 ‘기술유출’이라는 말은 있지만 ‘기술유통’이라는 말은 없다. 그러나 특허는 다르다.

“특허는 정부로부터 배타적 독점권을 인정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수조원대 특허 침해 소송이 벌어지는 것이죠. 특허등록원부를 보면 부동산등기부등본과 매우 닮았습니다. 등록권리자, 권리 이전사항, 말소 사항 및 가처분 사항 등등 권리와 소유권 이전과 관련한 모든 내용이 기재돼 있습니다. 상가나 주택처럼 특허청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일반인도 권리변동 내용을 모두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최근 애플을 상대로 8개 특허에 대한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이 가운데 3개는 삼성전자의 원천특허가 아니라 개인 또는 히타치 등 외국기업에서 사온 것이다. 삼성전자의 미국 보유 특허는 3만건에 달하고 매년 미국 특허 출원 규모가 IBM에 이어 2위지만 소송에서 우위를 다지기 위해 추가로 특허를 수혈해 온 셈이다.

“보통 매출이 3000억~4000억원이 넘는 회사들은 수출로 눈을 돌립니다. 하지만 특허에 발목이 잡히는 일이 비일비재하지요. 최근 히타치로부터 특허침해 소송을 당한 이녹스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해외 대기업과 소송에 휘말렸다 회사가 망해버리는 경우도 적지 않죠. 이런 촌극을 막고 새로운 금융상품을 개발한다는 차원에서 아이디어브릿지가 할 일이 적지 않습니다.”

◆“정말 좋은 기업은 현금이 없다”

김 대표는 좋은 특허를 가진 중견기업 대부분은 현금자산이 별로 없다는 데 주목했다. 오히려 현금 유동성이 풍부한 기업은 재투자를 꺼리는, 성장이 멈춘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산운용사 CEO로서 놓칠 수 없는 투자처라는 얘기다. 펀드의 경쟁률을 높이기 위해 그는 과감한 약속도 내놓았다.

   
김 대표는 1990년대 IMF 구제금융 당시 기획재정원 은행관리국에 파견돼 자산유동화법 제정과 은행 구조조정 관련 업무에도 참여했다. 시장 수익률에 편승한 단기적인 운용보다 기업과 자금구조를 바탕으로 한 시스템 운용에 능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1호 펀드 출시를 계획하면서 신용평가사들과 의논한 끝에 아이디어브릿지가 출시하는 펀드는 모두 ‘펀드 레이팅’(fund rating·수익률, 표준편차를 기준으로하는 펀드 순위 작업)을 붙이기로 했습니다. 1호 펀드는 최대한 안정성을 가지고 트랙레코드(수익률 기록)를 쌓아나갈 생각입니다.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은 후에는 소송펀드 등 공격적인 특허펀드 상품도 출시할 예정입니다”

아이디어브릿지운용에 따르면 최근 1호 IP펀드에 대해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지식재산권과 금융을 융합한 신상품에 보수적인 기관의 마음이 동했다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특허 매집 대상 기업은 현재 상장사를 포함해 3개사 정도가 협상 마무리 단계다.

이와 별도로 아이디어브릿지운용은 한국수출입은행이 선정한 ‘히든챔피언’ 기업을 대상으로 특허 매집 관련 협상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히든챔피언’은 매출액 4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의 수출 중소·중견기업 가운데 한국수출입은행이 세계일류 상품, 신기술 인증, 특허 등 기술력이 높은 기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사업이다.

◆산업은행에서 리먼·노무라 거친 ‘기업솔루션’ 전문가

금융인에서 경영인으로 변신한 김 대표는 금융시장에서도 기업과 금융의 필요(needs)에 의한 ‘시스템 플레이’(system play)를 강조했다. 기업금융 전문가이자 두 자녀를 둔 가장인 그는 국내 최초 지식재산권 전문 운용사의 사령탑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특히 김 대표는 1990년대 IMF 구제금융 당시 기획재정원 은행관리국에 파견돼 자산유동화법 제정과 은행 구조조정 관련 업무에도 참여했다. 그는 시장 수익률에 편승한 단기적인 운용보다 기업과 자금구조를 바탕으로 한 시스템 운용에 능하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처음부터 특허나 지식재산권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6월 오랜 해외 생활을 접고 가족과 영구 귀국했는데 그때는 금융권 지인들과 헤지펀드 운용 사업을 구상했었죠.”

법학도(경북대) 출신으로 금융권에 투신한 그는 산업은행 평행원으로 시작해 10년 넘게 기업 솔루션을 담당했다. 이후 산업은행 싱가포르 지점과 리먼브라더스, 노무라증권을 거쳐 네덜란드계 ABN암로은행 등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한국에 돌아온 후에도 기업 금융과 관련한 인연은 끊어지지 않았다.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 대표직을 제의 받은 그는 특허를 투자 대상으로 삼는 사업 내용에 이내 매료됐다. 그때부터 밤을 새워가며 특허와 지식재산권 관련 서적을 정독하고 직원들과 스터디를 했다. 그는 올해 상반기 ‘1호 IP펀드’의 흥행을 위해 전력투구 중이다.

“국내에 없는 사업모델로 펀드를 구성해야 하니 쉽지 않은 작업일 수박에요. 특히 오랜 외국생활에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관련 지식을 습득하고 전문가들과 의사소통하는 과정은 오히려 힘이 덜 들었죠. 아직도 도전할 게 무궁무진하다는 것은 금융인으로서 신나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