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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탐방] ‘느림보’ 아름다운 사람들이 만드는 ‘아름다운 배려’

직원 183명 중 80여명 장애인 근로자…‘실력중심·차별금지’ 한마음

이혜연 기자 기자  2012.04.30 13:4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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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강풍과 빗방울이 쏟아지던 밤이 지나간 뒤, 26일 햇살이 쏟아지는 날씨가 다시 찾아왔다. 지난 4월5일 대전시에 위치한 건강카페를 방문하고, 며칠이 지나지 않은 오늘 (주)아름다운사람을 찾았다. 서울시 독산동 길거리를 걷다 보니 봉제 의류공장들이 늘어선 모습들이 쉽게 눈에 들어왔다. 수많은 봉제 의류공장들 중 (주)아름다운사람은 1~3층의 꽤 큰 규모를 갖추고 있었다. 

지난 4월23일 고용노동부에서 ‘내일 희망 일터’로 선정한 (주)아름다운사람은 대기업에 신사복을 대량 납품하며, 동시에 맞춤정장을 제작하는 중소업체다. 기존 맞춤정장 공장과는 달리, 장애인근로자들의 업무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는 ‘차별성’을 갖고 운영되고 있다.

   
(주)아름다운사람 김창환 대표(왼쪽)와 장애인근로자 유재원씨(오른쪽)는 동갑내기 친구이며, 안부인사로 하루를 시작한다.
4월은 장애인고용촉진 강조기간으로서 타 기업들의 장애인고용에 바삐 움직이고 있지만, 실제 고용 성과는 매우 저조한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주)아름다운사람은 ‘아름다운 기업’이라는 표현에 맞게 꾸준히 장애인 근로자들과 함께 나아가는 중이다.

◆‘아름다운 사람’은 ‘느림보 가족’으로 뭉친 기업

직접 현장을 방문한 (주)아름다운사람 모습은 봉제 공장다운 모습이 역력했다. 5~6월이 가장 바쁜 시기라고 한다. 이곳은 각자의 업무성향에 맞게 배치되고, 이들의 업무가 모두 합쳐져 마침내 한 벌의 정장이 만들어진다. 전체 직원은 183명. 그 중 절반 가까운 인원 80여명이 장애인 근로자다.

   
(주)아름다운사람 외부 모습.
올해 장애고용의무률은 2.5%로 지정돼 있지만 이곳은 무려 40%이상의 고용률을 자랑한다. 이 기업은 지난 2008년 정부에서 표창한 ‘장애인고용촉진 유공훈장’과 2010년에는 ‘장애인표준사업장’으로 인정받았다.

(주)아름다운사람은 1998년 11월에 설립됐다. 어느덧 15년째로 접어들었지만 사업실적이 그리 좋지는 않다. 신사복 정장 한 벌 가격을 27만원에 팔고 있지만 대기업에 맞춘 주문제작은 갈수록 줄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에서도 장애인 근로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직원’보다는 ‘가족’이라는 기업 정서가 있다. 물론 비장애인 근로자보다는 업무수행시간이 길지만, 그만큼 꼼꼼한 일처리와 올바른 업무만을 해왔던 그들은 ‘느림보 가족’으로 불리고 있다.

◆‘제2막 소통여행’, 활발한 여행·동호회 활동 ‘1순위’

(주)아름다운사람은 처음부터 장애인 근로자들을 고용한 것은 아니다. 창립 당시만 해도 장애인 근로자는 3명, 외국인 근로자는 40명일 정도였다. 

1998년 창립 당시, (주)IFG KOREA의 이름을 달고 첫 스타트를 밟았지만 2003년 이후 ‘아름다운 청년들’ ‘아름다운 사람들’ 등 다양한 개명을 시도한 뒤, 마침내 ‘아름다운 사람’으로 이름 지어졌다.

   
(주)아름다운사람에서 근무하는 유재원씨.
(주)아름다운사람 김창환 대표는 ‘가족(직원)’들과 여행을 떠나는 것을 즐긴다. 지난해 5월 통영을 시작으로 동해안 등 가족들과 어울리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사진 촬영은 물론, 가족들을 손수 챙기고 있는 김 대표. 그가 손수 보여준 사진첩 속 다양한 사진엔 ‘장애인근로자와 비장애인 근로자들의 환한 미소’가 담겨있었다.

특히 장애인 근로자들을 위한 동호회도 있었다. 대부분 장애인근로자 중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에 ‘청각장애인’과 ‘그 외의 장애인’ 등으로 나눠 꾸준한 친목활동을 하고 있다.

현장을 방문하면서 이미 언론과 잡지 등을 통해 유명인이 된 유재원씨와 대화를 나눴다. 청각장애인인 그는 (주)아름다운사람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선 ‘목소리’가 아닌 ‘글’로 다가가야 했다. 그는 질문하는 물음에 또박또박 정성들인 글자로 답변했다. 

다음은 (주)아름다운 사람에서 근무 중인 청각장애인 유재원씨와의 일문일답.

-안녕하세요. 아름다운사람에서 얼마나 근무했나.
▲내 이름은 유재원이다. 아름다운사람에 있기 전에 인천에 위치한 공장에서 10년간 근무했지만 공장이 중국으로 옮겨지는 바람에 직장을 잃게 됐다. 그러나 지난 2003년 아름다운사람 김창환 대표와 인연을 맺고 지금까지 약 9년간 근무하고 있다. 이곳에 취직한 이후로 9년간 청각장애인을 위한 근무환경을 고려한 맞춤 직장이라서 매우 기뻤다.

-현재 아름다운사람에서 어떤 업무를 맡고 있나. 힘든 점과 좋은 점은 뭔가.
▲현재 일명 미싱 작업으로 불리는 재봉틀 작업을 도맡고 있다. 주로 정장 상의에 해당하는 부분을 꿰매는 미싱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청각장애를 앓고 있기 때문에 말을 하지 못한다. 이런 부분은 대화를 하는데 있어서 매우 답답하지만, 일을 집중할 수 있다는 계기로 생각하고 있다. 또한 사장님의 말씀에 따르면 정년 65살 이상을 정해놨기 때문에 편안하고 안정적인 근무를 할 수 있다.

-가족은 자주 만나나. 현재 살고 있는 곳은 어딘가.
▲이미 14년 전 부인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마음이 매우 아팠지만, 아름다운사람에 근무하면서 많이 극복했다. 집은 인천 계산동에 있지만, 공장과 집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기숙사에서 지내고 있다. 기숙사는 공장 앞에 있는 진도아파트로 회사에서 무상으로 숙박을 지원한다. 2인1실로 17평 남짓 꽤 넓은 공간에서 편히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