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 최영식 기자 기자 2012.04.30 09:16:13
[프라임경제] 장장 4년5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다음달 10일 임시개통을 앞둔 ‘이순신대교’엔 최장(最長)·최고(最高)·최초(最初)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세계 4위·국내 최대 규모의 현수교, 세계 6번째 현수교 기술 완전 자립화, 세계 최고 높이의 주탑, 세계 최고의 초고강도 케이블·내풍 안정성, 국내 최초 케이블 가설장비개발·에폭시 아스팔트 포장 등 너무 많아 일일이 나열하기도 쉽지 않다. 이름만 들어도 거대한 위용이 느껴지는 이순신대교를 직접 체험하기 위해 지난 28일 전남 광양을 찾았다.
안전장비를 갖추고 노란 공사용 승강기에 몸을 실었다. 거친 기계음과 함께 63빌딩(249m)보다 높은 해발 270m 높이의 이순신대교 주탑 꼭대기에 올랐다. 세계 현수교 콘크리트 주탑 중 가장 높다고 하니 입이 떡 벌어졌다. 그리곤 제2주탑 꼭대기부터 제1주탑 상단과 연결돼 있는 케이블을 따라 설치된 ‘캣워크’를 밟아 내려가기 시작했다.
“바람이 많이 불 때는 다리가 좌우로 6m정도 움직여요.”
현장직원의 말을 듣고, 발을 딛은 ‘캣워크’는 스릴만점의 놀이기구와 다름없었다. 주탑의 높이만큼 급경사인데다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발아래 허공이 훤히 보였다. 현수교 케이블 시공에 앞서 기반시설로 공중에 걸쳐지는 구조물인 캣워크를 따라 발걸음을 옮길 때면, ‘캣워크’라는 이름처럼 저절로 고양이가 걷듯 발이 살금살금 내딛어졌다.
이순신대교는 왕복 4차로 총 다리길이는 주탑 양쪽에 있는 측경간장 길이 715m를 포함해 2260m에 이른다. 특히 주탑과 주탑사이의 주경간장 길이는 무려1545m에 달해 세계 4위·국내 최장 현수교에 해당한다. |
다만 한편으론 에어 스피닝(Air Spinning)공법을 적용해 길이가 지구 둘레의 약 2배에 해당하는 7만2000km의 강선으로 꽉 채운 케이블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에어 스피닝 공법은 스키장의 리프트와 같은 원리로 자동차 바퀴 모양의 활차가 주탑과 주탑 사이를 왕복하면서 직경 5.35mm짜리 강선을 1만2800가닥으로 굵게 만들어 2개의 케이블로 연결한 것이다. 강선도 세계 최초로 1860MPa(메가파스칼)급의 인장강도를 갖고 있다.
◆세계에서 4번째로 긴 현수교, 1545m에 담긴 의미
이 와중에 전경은 한마디로 환상적이었다. 이순신 장군이 순국한 임진왜란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이 있었던 광양 앞바다에 우뚝 솟은 이순신대교는 거대한 위용을 뽐냈다. 좌측으로는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여수국가산단 그리고 부두가 내려다보이고, 우측으로는 남해의 잔잔한 푸른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다리 밑으로는 거대한 컨테이너선이 유유히 지나갔다.
이순신대교는 여수~광양의 국가산업단지의 원활한 물동량 수송·물류비용 절감·서남해안 관광개발 여건 개선 등의 목적으로 계획됐다. 완공되면 두 국가산업단지간의 이동시간이 10분으로 단축돼 2조2000억원의 경제효과를 발생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생산유발 1조8734억원, 부가가치유발 3494억원 그리고 고용창출은 2만6192명에 이를 것으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분석했다.
이순신대교의 케이블은 1860MPa급의 인장강도를 가지고 있는 직경 5.35mm의 초고강도 강선을 세계 최초로 적용했다. 강선 1가닥으로 4톤을 지지하며 총 길이는 72000km로 지구를 약 2바퀴 도는 거리다. |
특히, 이순신대교는 국내뿐이니라 국외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현수교 기술력은 주탑과 주탑 사이의 주경간장 길이를 척도로 삼는데, 우리나라 최장(最長)·최고(最高)인 이순신대교는 주경간장 길이가 1545m에 달해 세계에서 4번째로 긴 현수교다. 게다가 주경간장 길이를 이순신장군의 탄신년인 1545년을 설계에 반영해 상징성도 부여했다.
◆세계 6번째로 현수교 자립시대 연 ‘이순신대교’
이와 함께 이순신대교에 건설 과정에서 각종 첨단 공법을 적용돼 우리나라 토목 기술력을 세계에 선보였다. 무엇보다 설계부터 시공까지 전 과정을 순수 국산기술로 해냈다는 점에서 매우 뜻 깊다.
설계·시공·유지보수까지 모든 분야를 자국 기술로 소화할 수 있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미국·중국·일본·영국·덴마크 등 5개국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대림산업은 이순신대교 건설과정을 통해 총 8건의 특허출원과 100여 편의 관련논문을 국내외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대림산업 서영화 현장소장은 “여러 기술 중에서도 주탑과 앵커리지에 케이블을 가설하는 작업은 현수교 시공 과정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공정으로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한다”며 “순수 국내 기술로 케이블 가설장비를 직접 개발했고, 이를 활용해 케이블을 성공적으로 가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7년 11월 공사를 시작해 100% 순수 국산기술·장비·자재로 국내 기술진이 시공한 최초의 현수교인 이순신대교는 약 1조8734억원의 직접적인 생산유발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
이전에는 외국의 기술과 장비 및 기술진에 의존해 만들어 총 공사비 가운데 약 10%가 외국으로 유출됐었지만, 대림산업은 이번 현수교 기술 자립으로 약 200억원 정도의 기술 수입 대체효과를 거둬들였다. 이외에도 국내 최초로 에폭시 아스팔트로 포장해 평탄성과 포장 품질을 향상시키고, 트윈 박스 거더(TWIN BOX GIRDER)를 적용해 내풍안정성도 높였다.
다음달 12일 개막되는 여수엑스포의 관문역할을 담당할 이순신대교는 10일 임시개통을 앞두고 현재 공정률(올해 4월 기준)은 91% 정도다. 주탑과 메인케이블 작업은 모두 끝났고, 초대형 여객기인 에어버스사의 A380 42대에 해당하는 2만3773톤에 이르는 90개 상판도 주케이블에 연결됐다. 완공은 올해 10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림산업 김동수 사장은 “설계에서 시공까지 모두 한 번에 할 수 있는 나라는 전세계에 5개국밖에 없다”며 “이제는 국내 순수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 해외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