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그 동안 고마웠어.”
“그래 너도 잘 살아.”
“나보다 좋은 여자 만나 행복해야 돼….”
그리고 저렇게 무심히 남과 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걸어갑니다.
사실 저 남과 여는 생판 남일 텐데요. 마침 저 둘이 저렇게 지나간 장면이 뒷배경과 맞물려 보여 이런 소설을 써 봤습니다.
그냥 배경엔 웬 프랜차이즈 빵가게 아니냐구요? 별 이상한 부분은 잘 안 보인다구요?
그럼 다음 사진을 하나 더 보시겠습니다.
저렇게 바닥에 뭔가 움직이거나 임시로 뭔가 설치했다 다시 이동(철거)시킨 흔적이 남아 있는데요. 이 가게는 사실 이전엔 다른 업체였다가 다른 브랜드가 입점을 한 곳이랍니다.
어느 가게에서 어떤 사연으로 어느 기간에 어떤 목적으로 뭘 설치했다 없앴는지는 모르겠지만, 상상의 나래를 펼쳐 보자면, 화이트데이, 크리스마스 같은 ‘대목’에 길 위를 점령한 임시 판매대가 아닐까 합니다.
지금 이 위치를 차지한 업소나 이전에 있던 가게 모두 이들 연인들이 가장 설레어하는 기념일들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브랜드들이다 보니, 이렇게 상상을 해 봤습니다.
서울 뿐만 아니라 어지간한 도시들은 이렇게 특별한 날이면 매장 앞에 가판대를 설치하고 사탕이나 케이크 등을 별도 인력까지 고용해 판촉하는 행사를 진행하는 게 이제는 일종의 관행으로 굳어졌는데요.
“오가는 사람들만으로도 인도가 꽉 차는데 판매대가 있으니 더 복잡하고 사고 위험도 있는 것 같다”고 불평이 많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사실은, 매대를 설치하고 싶다면, 점용허가를 받아서 점용료를 지불한 뒤 이용하는 게 맞습니다. 점용허가 문제는 ‘도로법(도로교통법이 아님)’의 ‘시행령 제28조 등’에 근거가 마련돼 있고요.
허가 없는 혹은 허가 면적 초과시 과태료까지 부과된다고 하는데 이는 ‘도로법 시행령 제74조’를 보면 규정이 있습니다(구체적 과태료 액수는 도로법 시행령 ‘별표 5’). 서울시청 가로환경개선팀에 문의했더니 이와 같이 이해해면 정확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사랑이 룰대로 계획대로 딱딱 찾아오지 않듯, 일정한 날을 노리는 이동 매대 혹은 살짝 인도를 침범해 가게 편의에 쓰는 무단점용을 하지 않고도 모두 규정대로 장사하긴 쉽지 않은 것도 같습니다.
어쨌든 이렇게 사고처럼 찾아온 매대에서 산 커다란 사탕바구니 하나로 사랑이 시작되기도 하고, 그 가게에서 파는 케이크를 사다 기념일엔 초를 켜고 또 불기도 하고, 가게에서 만나 빵에 차도 먹고 마시기도 하면서 사랑을 키우는 커플들이 참 많을 터인데요.
그러다 보면, 어느 날 이동 매대가 저렇게 흔적만 남기고 사라지듯, 뒤를 돌아 이별하게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도 보도블럭에 저렇게 흔적이 오래 남듯, 사랑보다 깊은 상처는 돌아서서 이별하더라도 어느 기간 동안은 남을 테지요.